`겸손’을 우습게 아는 `自手成家’ 정치지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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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겸손’을 우습게 아는 `自手成家’ 정치지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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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0.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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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 김태호 총리후보의 자수성가와 권력숭배
(newdaily)
 
 자수성가(自手成家)라는 말 자체에 나쁜 뜻이 있는 것은 아니다. 자수성가란 물려받은 재산 없이 자기 혼자 힘으로 집안을 일으키고 재산을 모은 것을 말한다.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나 어려움을 딛고 출세한 사람을 가리키는 말이다. 그런 사람의 성공 스토리를 입지전(立志傳)이라고 하고, 그렇게 성공한 사람을 입지전적 인물이라고 한다. 이런 사람들의 이른바 성공신화는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 꿈을 심어주기도 하고, 선거 때는 표를 모으기 위한 선전도구로도 활용된다.
 자수성가한 사람에게는 상반된 두 가지 반응이 나타난다. 자수성가하였기 때문에 믿을 만한 사람이라고 보는가 하면, 자수성가하였기 때문에 자기밖에 모르는 사람이라고 보기도 한다. 작가 박완서는 `미망’에서 “사업에서 독자적으로 이룩한 자수성가의 경력이 모든 이에게 그런 신뢰감을 주었다”고 말한다. 그런 그가 `오만과 몽상’에서는 “그는 빈농의 아들로 태어나 자수성가하여 대기업의 사장이 되었다. 크게 못할 노릇 한 건 없어도 맨주먹으로 자수성가하려니 동기간이나 처가붙이 돌볼 겨를이 어디 있었겠나?”라고 묻는다.
 고난의 터널을 통과한 만큼 자수성가형 인물 특유의 믿음직한 면이 있는 반면, 맨주먹으로 일어섰다는 자만과 독선으로 다른 사람을 무시하고 남의 말을 듣지 않는 면도 있는 것이다. 자수성가형의 단점은 역대 대통령들 중에서도 드러난다. 대학 문턱을 밟아 보지도 않은 채 사법고시에 합격했고 그 후 인권변호사와 `청문회 스타’를 거쳐 대통령이 되었던 어느 대통령은 걸핏하면 막말로 국민들을 힘들게 했다. 그는 말로써 국민에게 용기와 힘을 불어넣어 주는 게 아니라 반대세력을 야멸차게 공격함으로써 국민들을 분열시켰다. 교양과 덕, 절제와 신중함은 그에게 없었다. 자수성가한 사람의 한계였는지도 모른다.
 그 후 새롭게 대통령이 된 사람도 성장기에 청소부를 하면서 학비를 벌어 대학을 졸업했고 대기업의 최연소 최고경영자가 됐다는 자수성가형 인물이다. 전임 대통령이 워낙 국민을 실망시켰기에 신임 대통령에 대한 기대가 컸으나 그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용인술에 있어 적재적소의 원칙을 지키기보다는 `의리’와 `충성’을 중시하며 제 사람 챙기기에 급급하다 보니 국정운영이 반환점을 돌아서고도 난맥상을 면하지 못한다. 자주 구설수에 오른다. 임기응변에 능하나 철학이 부재하며 부지런하나 전략이 없다. 덕망이나 품격이 아쉽다. 전형적 자수성가형의 한계인지도 모른다.
 이렇게 자수성가형 대통령들이 연달아 국민을 실망시키자 앞으로는 엘리트 집안에서 구김살 없이 자란 사람을 대통령으로 뽑자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내 힘으로 일어섰으니 내 힘으로 뭐든 할 수 있고, 내 방법으로 성공했으니 다른 방법은 생각할 필요가 없다는 자수성가형 대통령의 폐해가 너무 크다고 한다. 그러니 좋은 집안에서 제대로 된 가정교육을 받고 올바른 가치관 혹은 신앙을 물려받은 사람을 국가지도자로 선출할 때가 됐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퍽이나 젊은 나이에 일인지하 만인지상(一人之下 萬人之上)의 자리에 내정된 어떤 사람이 또 자수성가형 인물로 꼽힌다. 그에게서도 인격의 향기보다는 배금주의와 권력숭배의 악취가 먼저 다가온다. 자수성가한 사람의 가장 큰 위험성은 스스로가 정말 자수성가했다고 착각하는 데에 있다.
 문태준 시인은 언젠가 신문 칼럼에서 이렇게 말했다. “제 힘으로 모든 일이 원만해졌다고 우쭐거리며 뽐내는 이들이 간혹 있으나 그것은 참으로 교활하면서도 모태(母胎) 없는 양구는 격이다. 나의 원만과 충일과 환대에는 다른 이들의 도움이 들어있는 것이다” 기독교에서 말하는 겸손(humility)이란 “내 인생에서 성취한 것들은 나 혼자 이룩한 것이 아니라 하나님과 다른 사람들의 덕택에 이룩한 것임을 인정하는 것”이며, 그 반대말은 교만(pride)이다. 그에 따르면 `자수성가’는 없고 `신수성가(神手成家)’, `타수성가(他手成家)’ 혹은 `합력성가(合力成家)’만이 있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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