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외상자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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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외상자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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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0.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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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래전 미국 여행을 다녀온 친구가 자못 진기한 경험을 했다는 듯 들려준 이야기가 떠오른다.  이야기인즉슨 동네 슈퍼엘 갔더니 수박을 작게 잘라서  포장해놨더라는 소리였다. 이제는 우리나라도 소규모 용량 포장은 새삼스러운 일도 아니다. 비닐끈 그물에 수박 한 통을 담아서 들고 다니느라 손가락이 아플 일도 없어져 간다.
 수박만이 아니다. 이제는 모든 게 소량 포장으로 바뀌고 있다. 가족 숫자가 줄어드는데다 `나홀로 족’도 부쩍 늘어나고 있어서다. 옛날엔 가을철이면 햅쌀 가마를 집안에 들여놓으면 부자가 된 듯 뿌듯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요즘은 소포장 시대다. 이러다간 1~2㎏들이 쌀포대가 나오지 않는다고 장담하기도 어렵겠다는 생각도 든다.
 참외의 고장 성주군이 참외상자의 크기를 내년부터 줄인다고 한다. 현행 15㎏ 들이를  10㎏짜리로 바꾼다는 계획이다. 이 또한 시대의 흐름을 따르는 것이니 그럴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생각되기는 한다. 그러나 문제는 멀쩡한 15㎏들이 상자 204만개를 거둬들여 없애야 한다는 데 있다. 그 비용이 33억원이 넘는다고 한다. 이 바람에 이웃고을 칠곡군과 고령군도 참외상자를 바꿀 수밖에 없게 됐다는 소식이다. 수십만 개를 거둬들여 바꾸는 데 수억원이 들어가게 생겼다고 한숨을 쉬는 모양이다.
 성주군은 `생산 농민을 위한 것’이라고 밀어붙이려는 자세다. 2가지 상자가 통용되면 혼란만 부채질한다는 논리다. 쌀은 10㎏,20㎏,40㎏ 단위로 나눠 포장해 팔아도 이 때문에 혼란이 일어났다는 소리를 들어본 기억이 없다. 어째서 참외 상자만 2가지가 유통되면 안되는지 납득하기 어려운 측면도 있다. 그것도 새해에 모두 써버리고 나면 새로 생산할 것도 아닌데도 그렇다. 예산 낭비라는 주장도 드세다. 게다가 상자 제작회사의 로비 의혹까지 일어나고 있다. 잣나무 밑에서는 관도 고쳐 쓰지 않는다는  옛말이 생각난다.   김용언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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