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책 받을 사유 가운데 하나가 예산 낭비다. 국민의 위임을 받아 갖가지 사업을 시행하는 과정에서 저지르는 실책에 따른 낭비다. 그 사업비가 나오는 근원이 어디인가를 생각하고 `혈세낭비’라는 질책을 따갑게 받아들여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가 않다. 시·군 지자체마다 혈세낭비가 없다고 자부하는 곳이 과연 있을지 의문이다. 따라서 질타도 무덤덤하게 받아들일만큼 둔감해진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혈세낭비의 큰 몫은 물론 대형사업이 차지한다. 그 한 가지 사례로 봉화군의 파인토피아 전원마을 조성사업을 들 수 있다. 봉성면 40만㎡에 도시의 561가구를 유치한다는 계획아래 사업비 991억원을 계상했다. 줄잡아 1000억원 짜리인 이 사업은 시행 4년만에 취소됐다. 민자 유치에 실패한 탓이다. 때문에 군비 65억원만 사장되고 말았다. 땅을 사들이느라 들어간 혈세다. 그런데도 봉화군은 또 다른 전원마을 조성을 추진하고 있다. 여론이 들끓지 않을 리 없다. 단체장의 `공적쌓기 사업’이라는 비난이 커지고 있다고 한다.
지자체 단체장들이 공적쌓기에 공을 들이는 까닭은 빤하다. 다음 선거를 위해서다. 재선기반을 다지기 위해 무리수를 쓰다보면 혈세낭비가 뒤따르게 마련이다. 전원마을이 봉화군에서만 문제가 된 것은 아니다. 또한 무리수를 쓰는 사업이 전원마을 만도 아니다. 최근 말썽거리로 등장한 혈세낭비 사례로는 영주시의 담장허물기 사업을 들 수 있다. 시내 한 중학교의 담장 허물기에 1억4500만원을 들였다가 다시 펜스를 세우느라 2400만원을 썼다. 그것도 같은 지붕 아래 있는 두 행정부서가 각각 저지른 일이다.
혈세낭비의 사례를 일일이 다 들자면 끝이 없을 것이다. 전임 단체장의 흔적을 지우기 위해 쓴 혈세는 없는가. 단 한 번이라도 의견을 조율했더라면 막을 수 있었던 예산낭비는 없는가. 묻는다는 그 자체가 어리석은 일이다. 지자체 사업을 `단체장 공적 사업’으로 혼동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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