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큰치킨’에 열광했던 할아버지·할머니들의 실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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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큰치킨’에 열광했던 할아버지·할머니들의 실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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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1.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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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만7000원~1만8000원 동네치킨은 서민에겐 부담이다
(cfe)
 
 롯데마트 ` 통큰치킨’의 1주일 천하가 끝났다. 청와대 경제수석도 아닌 정무수석이 트위터에 글을 올려 롯데마트의 5000원 짜리 통큰치킨을 한방에 날려 보낸 사건이다. 으레 그랬듯 대한민국에서는 재벌에 대항하는 중소기업 혹은 영세상인 보호를 내세우면 누구도 대항하기 어려운 게 국민정서다. 그러나 통큰치킨을 계기로 전혀 새로운 게임이 시작됐다. 롯데마트가 통큰치킨의 판매중단을 발표한 직후부터 17000원 혹은 18000원 하는 배달치킨을 사먹기 힘든 서민들이 인터넷을 뜨겁게 달군 것이다.
 우리나라에는 성역이 존재해 왔다. 재벌이 중소기업 혹은 영세상인들에 대항하는 모습이라도 보이면 그 어느 누구도 살아남기 어려운 성역으로 존재해왔던 것이 사실이다. 우리에게는 약자보호의 심성이 짙게 깔려있다. 운동경기에서도 지는 팀을 응원하는 우리네 아닌가. 한국시장에서는 공급자 혹은 생산자만이 존재해 왔고, 공급자들의 대상인 소비자의 이해관계는 중요하지 않았다. 늘 약자인 중소기업 혹은 영세상인 보호라는 큰 성역이 존재해 왔을 뿐이다. 하나 더 있다. 농민 보호. 농민도 늘 약자로 보고 있다. 그런데 이번에 그 성역보호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는 것이 목격된 것이다.
 이제까지는 대기업 대(對) 중소기업, 대형마트 대 영세상인이라는 대결구도만 존재했다. 이들이 대상으로 하는 소비자는 늘 뒷전에 밀려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늘 영세상인 혹은 중소기업은 보호되어야 하는 대상으로 치부되어 왔다. 그러나 이렇게 중소기업과 영세상인이 보호되어 온 경제현실에서 우리네 소비자는 늘 그저 그런 제품을 비싸게 사는 책임을 떠 맡아왔다. 심하게 얘기하면 중소기업과 영세상인을 먹여살린 것은 결국 소비자라고 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대립구도에서 중소기업과 영세상인은 그나마 자기 몫을 챙겼지만 정작 힘없는 서민소비자들은 묵묵히 자기 몫도 못 챙긴채 시장의 들러리 역할에 머물러야만 했다. 그러던 소비자들이 통큰치킨을 계기로 `우리에게도 싼 치킨을 먹을 수 있도록 해달라’고 외치고 있는 것이다.
 무엇이 이들을 용기있게 만들었을까? 그 동안 우리 사회에서는 재벌기업이 안겨주는 싼 값에 물건이라도 구입하면 `아주 쓸모없는 놈’ 쯤으로 매도되었던 것이 정서였다. 그러나 이번 통큰치킨에 대한 열광은 결과론적으로 보면 마치 재벌을 옹호한 듯 되어 버렸지만, 그 안을 들여다보면 재벌을 옹호하는 것이 아니라 맛있는 치킨 한번 맘 놓고 사먹기 어려웠던 서민, 할아버지 할머니들까지 멀리 지하철 타고 원정와서 오랜 기다림 끝에 구매해서 먹을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 것에 대한 열광이다. 노인들에게 17000~18000원 하는 튀김치킨은 비싸도 너무 비싸 드시고 싶어도 감히 엄두도 못냈던 것이다. 그런데 5000원이라니 이것은 횡재에 가까웠다. 그리고 주머니 사정이 약한 학생들도 상황은 크게 차이나지 않았을 것이다.
 이렇게 자기 몫을 챙기려는 소비자가 혁명세력이다. 소위 소비혁명을 이끄는 전사들이다. 영세상인 보호라는 성역에 감히 덤비지 못하다가 소비자들이 비로소 자신의 이익을 찾으려는 새로운 소비혁명이 싹 튼 것이다. 이 혁명을 지속적으로 이끌어갈 새로운 소비단체도 필요한 시점이다. FTA를 반대하는 사이비 소비자연맹이 아니라 진정 소비자를 위하고 보호해서 더 나은 제품과 서비스를 더 싼 가격으로 공급받을 수 있도록 만드는 소비자단체가 나타나기를 기다려본다.
 이 시점에서 꼭 밝히고 넘어가고 싶은 것이 있다. 기업에게 원가를 공개하라고 할 권리는 소비자에게는 없다. 문제는 원가공개의 압력을 가할 것이 아니라 시장에서 충분히 경쟁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정부 차원에서 각종 진입규제를 없애거나 진입장벽으로 작동하는 수입규제 등을 없애는 작업이 더욱 중요하다. 그렇게 된다면 굳이 원가를 공개하라고 할 필요도 원가를 기업이 공개할 책임도 존재하지 않는 치열한 경쟁이 이루어질 시장이 존재할 것이다. 그저 기업은 소비자들에게 더 나은 상품과 서비스를 더 싸게 공급할 책임만이 존재할 뿐이다. 이렇게 될 때에야 비로소 소비자중심의 사회가 도래될 수 있음과 동시에 최고의 경쟁력을 갖춘 기업이 존재하는 토양이 형성될 것은 두 말할 나위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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