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락김치’라는 것도 있다. 무·배추를 간장에 절여 곧 먹게 만든 김치다. 얼마나 속성(速成)이면 이런 이름이 붙었을까 싶다. 그맛을 이렇게 쓴 작가가 있다. “김장김치를 두둑이 담가놓고 겨우내 먹던 옛 시절에는 봄이 되면 구덩이에 묻었던 무도 맛이 나고, 움 속에서 돋은 무순도 입맛을 돋우었다. 이럴 때 얼갈이배추로 벼락김치를 만들어 먹는다면 그야말로 봄이 맨 먼저 뱃속으로 들어오는 기분이다.” <이훈종/오사리 잡놈들>
얼마나 맛이 있으면 봄이 맨먼저 뱃속으로 들어오는 기분이라고 했을까. 우리네 밥상에서 배추가 절대로 빠지지 않는 이유이기도 할 것이다. 봄동배추이건, 김장배추이건 상관없다. 때문에 해마다 배추값은 널을 뛴다. 올라가면 내려오고, 내려왔는가 싶은데 올라간다. 오르락 내리락 마치 시소같다. 그러나 농민들은 속이 탄다.
지난해 김장배추는 8㎏에 1만원을 훌쩍 뛰어넘어 한바탕 파동을 일으켰다.그렇던 배추값이 올봄엔 바닥을 쳤다. 구미의 배추산지 도개·해평면·고아읍에선 한 포기에 100 ~200원 이라고 한다. 그런데도 상인들 발길이 끊어졌다. 보다못한 구미시 도개·고아·인동농협이 봄배추를 거둬들였다. 농협하나로마트에서 사은품으로 나눠주기도 한다. 1만원어치 이상 물건을 사가는 손님들에게 거저 주는 선물이다. 딴세상이란 게 따로 있는 게 아니로구나 싶기까지 하다. 사람의 얼굴에 있는 근육은 80개이고, 이 표정근들이 만들어내는 표정이 7천가지라고 한다. 철따라 달라지는 농민들의 표정이 안쓰럽기 이를 데 없다. 오죽하면 자식같은 배추밭을 갈아엎겠는가.
김용언/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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