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힙합계 악당 되겠다’데뷔때 의지 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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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힙합계 악당 되겠다’데뷔때 의지 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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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1.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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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슈프림팀’ 이센스 건강 이상…`사이먼디’첫 솔로 음반 발표

언더그라운드 래퍼 시절 나만의 캐릭터 구축하고 싶어
영화 `다이하드3·데몰리션 맨’의 악당 이름 사용


직접 프로듀싱한 1집 익살스런 기질 살아 있어

심의보다 소신… 음악의 질로 승부
 
 힙합듀오 `슈프림팀’의 `사이먼디(본명 정기석·27·사진)’는 최근 발표한 솔로 1집 재킷 속지에 자신이 악당으로 등장하는 만화를 그려넣었다. 이 만화에는 같은 팀 멤버인 `이센스(본명 강민호·24)’를 도시의 영웅으로 등장시켜 그 영웅을 처단하는 엉뚱한 상상이 담겼다.
 최근 홍대의 한 카페에서 인터뷰한 사이먼디는 만화 내용을 설명하고는 “첫 솔로 음반인 만큼 `힙합계의 악당이 되겠다’는 데뷔 시절의 의지를 담았다”고 소개했다.
 언더그라운드 래퍼 시절, 그는 힙합계에서 자신만의 캐릭터를 구축하고 싶었다.
 그래서 떠오른 아이디어가 영화 속 악역들의 이름.
 “영화 `다이하드 3’ 속 악역, 영화 `데몰리션 맨’의 익살스런 악당의 이름이 사이먼이죠. 전 악당을 물리치는 착하고 식상한 영웅보다 악당에 더 매력을 느꼈어요. 제가 `착한 이미지의 거품 낀 최고의 래퍼들을 처단하겠다’는 생각을 한거죠. 하하.”
 늘 유쾌한 발상을 하는 그의 캐릭터는 MBC TV `우리들의 일밤-뜨거운 형제들’, KBS 2TV `백점만점’ 등 각종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먹혀들었다. 그는 부산 남자 특유의 무뚝뚝함과 솔직한 입담으로 `쌈디’란 애칭을 얻으며 인기 상승 곡선을 탔다.
 직접 프로듀싱한 1집에서도 그의 익살스런 기질은 살아있다. 때론 마초적인 랩으로, 때론 걸쭉한 보컬로 치기어린 생각들을 토해냈다.
 타이틀곡 `짠해’는 `마음이 짠하다’와 `술잔을 부딪히다’는 이중적인 의미가 담긴 곡이다.
 `한 잔 두 잔 술술 넘어갈 때마다, 꼬였던 날들이 풀리고, 기분 끝내줘 눈이 풀리고 오… 세이 짠해 헤이 짠해, 무슨 말이 더 필요하겠어, 원샷, 크으으으.’
 “`이 노래는 분명 19금이 되겠구나’란 생각에 포기하려다가 소신있게 밀고 나갔죠. 각종 드라마와 영화에선 포장마차, 바에서 술 마시는 장면이 등장하는데 왜 가요는 안되는지 형평성에 어긋나요. 최근에 여성가족부 음반 심의가 논란이 됐을 때도 이를 비판하는 글과 사진을 트위터에 올렸죠.”

 `짠해’를 비롯해 욕설을 살린 `퍽이나’, 인체 각 부분의 기능을 적나라하게 표현한 `해부’, 콤플렉스도 멋이라며 강한 자신감을 드러낸 `컴플렉스’, 사이먼디가 부산 사투리로 랩을 하고 검정치마가 피처링한 `에헤이’는 마초 냄새가 진동한다.
 그러나 그가 곡의 테마에만 집착한 건 아니다. 해외 언더그라운드 실력파 뮤지션들을 참여시켜 사운드의 질에 신경쓰는 균형 감각을 유지했다.
 그는 음반 작업을 함께한 힙합뮤지션 `랍티미스트(본명 이혁기·26)’의 도움을 받아 미국 브라스 밴드인 `보스톤 혼스’, 스페인 밴드 `니코틴 스윙’의 리얼 연주를 가미했다.
 “음악의 질로 승부하고 싶었다”는 사이먼디는 “마이스페이스닷컴과 유튜브를 통해 그 밴드들과 연락을 취했고 랍티미스트가 악보를 그려 보내줬다”며 “밴드들은 화상 채팅을 통해 라이브로 연주를 보여준 후 녹음한 파일을 보내줬다”고 과정을 설명했다.
 소속사의 간섭없이 자유롭게 음반 작업을 했지만 사이먼디의 마음이 편치만은 않았다. 슈프림팀에서 함께 활동한 이센스가 목과 폐가 나빠져 휴식기를 갖게 된 탓이다.
 “어느날 이센스가 무대에서 랩을 할 때 숨이 달려 긴장된다고 하더군요. 목 상태도 나쁘고 폐활량도 안 좋아져 라이브가 힘들었나봐요. 병원에서 진단받아도 뚜렷한 병명이 없어 결국 잠시 슈프림팀 활동을 쉬고 제 솔로 음반을 먼저 내기로 한 겁니다.”
 그는 1집을 내며 부산과 서울을 오가던 언더그라운드 시절의 생각들이 새록새록 떠올랐다고 했다.

 홍대 클럽에서 공연하고 싶어 무궁화호 입석을 타고 서울에 올라와 공연만 하고 다음날 첫차를 타고 내려간 기억, 부산에서 열린 한 비보이 뮤지컬 무대에서 이센스를 처음 만나 팀을 이뤘을 때, 토익학원 대신 서울로 쏘다닌다고 부모님께 꾸중 들은 순간 등이다.
 사이먼디는 “솔로 음반은 내가 고생한 것에 대한 보상 같다”며 “어렵던 시절 랍티미스트와 잘 되면 함께 음반을 내자는 약속도 지켜져 더욱 기념비적인 음반이다. 또 이제 어머니도 방송에서 내 무대를 보시고는 인정해주신다. 동네 아파트 주민들에게 자랑도 하시더라”고 웃었다.
 그러나 올해로 데뷔 3년 차인 그는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며 한때는 마음의 갈등도 겪었다고 털어놨다.
 “힙합하는 사람들은 예능에 출연할 때 자존심을 세우며 망가지는 걸 싫어해요. 하지만 창작을 하는 선배 가수들이 음악과 예능의 균형을 유지하는 걸 보고 오히려 음악을 더 잘하면 된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편해졌죠. 예능의 영향력은 이제 음원차트에서 큰 권력으로 작용하기에 절대 무시할 수 없어요.”
 그럼에도 그는 인기를 쫓기보다 오랜 시간 음악을 하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이번 음반 작업을 시작할 때 방송 출연을 잠시 중단하면서 `내가 방송에서 거품이 끼었구나, 인기는 한순간이고 물거품이구나’란 걸 느꼈어요. 음악을 만드는 내내 `가장 나다운 삶을 살고 있구나’란 생각에 행복했죠. 어린 시절부터 꿈꾸던 음악적인 삶을 오래 유지하고 싶어요.”  4년 만난 여자 친구(가수 레이디 제인)의 존재를 당당히 공개한데 대한 후회도 없을까.
 그는 “처음부터 숨기진 않았지만 공개됐을 때는 부담도 느꼈다”며 “하지만 다시그때로 돌아가도 안 숨겼을 것이다. `에헤이’란 노래에 `평범하게 살고 싶으니 연애를 하든 신경쓰지 말라’는 심정이 담겨있다”고 웃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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