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와 비슷한 게 또 있다. 철길 건널목의 경고판이다. `선로 및 철도시설 안으로 허락없이 통행하거나 출입하는 경우 1,0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는 내용이다. 철도안전법에 규정된 내용이니 지엄한 국법이다. 그런데도 이 경고문에 겁먹는 사람은 없다. 설사 철길을 함부로 건너다 붙잡힌다 한들 곧이곧대로 과태료를 물 일이 없을 것임을 잘 아는 까닭이다. 있으나마나 한 경고판이고, 하나마나한 소리로 대접받는 국법이 되고 만다.
이런 곳이 포항에도 있다. 북구 용흥동과 양학동 사이 철길 1㎞ 구간이다. 철길 무단횡단을 막으려고 철조망을 쳐놨다. 그러나 40곳도 넘는 곳에 구멍이 뚫려 있다고 한다. 줄잡아 25m에 한 개 꼴이다. 주민들은 이곳을 아무렇지도 않게 드나든다. 단지 멀리 돌아서 다니기가 귀찮다는 이유가 전부다. 물론 `군대식 철조망통과’자세는 아니다.
당국의 단속도 느슨하기 짝이 없다. 게다가 2014년엔 흥해에 신역사가 들어서게 되니 이곳은 폐쇄된다. 그러니 새삼스럽게 육교나 지하도를 만들 이유도 없다는 반응이다. 술 취한 채 철길을 건너다가 참변을 당하는 사람이 있어도 막무가내다. 차라리 `건넛산 보고 꾸짖기’가 훨씬 나을지도 모를 일이다. 김교제의 `牧丹花’에서 용례를 옮겨본다. “ 내가 개 같거니 돝 같거니 제 아비 계집이요 제 어미뻘은 되겠지, 건넛산 보고 꾸짖기로 빗겨 대고 흉을 보아?”
김용언/ 언론인
저작권자 © 경북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경북도민일보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디지털 뉴스콘텐츠 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 >
▶ 디지털 뉴스콘텐츠 이용규칙 보기
▶ 디지털 뉴스콘텐츠 이용규칙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