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쁘고 착한 만화는 잊어라! 잔혹스릴러 애니메이션 등장 새 영화&추천DVD
  • 경북도민일보
예쁘고 착한 만화는 잊어라! 잔혹스릴러 애니메이션 등장 새 영화&추천DV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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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1.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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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 전의 그날… 그에게 되돌려주다
 
  중·단편으로 이름 알려온 연상호 감독의 장편 애니메이션 데뷔작 `돼지의 꿈’
   성인물로 제법 탄탄한 만듦새 갖춰…국내 애니메이션 새로운 가능성 기대

  
  권력에`돼지’가 돼야 했던 아이들 앙갚음 하기 위해 치명적 복수 계획
  지배층·피지배층의 권력구조, 가진 자와 못 가진 자 사이의 비극 극단적 묘사
 
  우리나라에서 애니메이션이라고 하면 으레 `어린이’와 `가족’ 이 따라붙는다. 예쁜 동화 속 세계를 옮긴 디즈니 애니메이션에  익숙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음 달 3일 개봉되는 국산 애니메    이션 `돼지의 왕’은 기존의 익숙한 애니메   이션들과는 많이 다른 애니메이션이다.
 그간 애니메이션계에서 여러 중·단편으로 이름을 알려온 연상호 감독의 장편 데뷔작으로, 애니메이션의 저변이 척박한 국내 현실에서는 드물게 성인들이 즐길 만한 장르적 성격에 제법 탄탄한 만듦새를 갖췄다.
 지난여름 흥행에 성공한 `마당을 나온 암탉’에 이어 국내  애니메이션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줄 것으로 기대된다.
 스토리는 상당히 어둡다.
 벤처회사의 CEO인 `경민’이 사업을 부도내고 절망적인 상황에서 아내마저 살해한 뒤 불현듯 중학교 동창이었던 `종석’을 찾아간다. 소설가를 꿈꾸지만 대필 작가로 근근히 먹고 사는 종석은 15년 만에 찾아온 경민의 방문에 당황한다.
 소주잔을 기울이며 경민은 중학교 시절 친구였던 `철이’의 얘기를 꺼내고, 영화는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철이를 둘러싸고 벌어졌던 일을 펼쳐놓는다.
 중학교 때 경민은 집안이 경제적으론 풍족하지만 소심한 성격으로 같은 반의 힘있는 아이들에게 괴롭힘을 당한다. 지하 단칸방에 사는 종석 역시 가난한 집안 환경과 왜소한 체구로 아이들에게 멸시당한다.
 반의 우두머리 패거리는 공부도 잘하고 싸움도 잘해 다른 애들을 마음대로 괴롭히고, 윗 학년의 선배들에게는 철저히 복종하며 자신들의 권력을 보호받는다.
 그러던 어느날 경민과 종석 앞에 `철이’가 나타난다. 철이는 아이들을 괴롭히는 패거리와 대신 싸워주면서 경민과 종석의 우상이 된다. 종석은 권력을 가진 몇몇 아이가 `개’이고 그런 개에게 먹히는 나머지 아이들은 `돼지’라고 생각하면서 철이를 `돼지의 왕’으로 떠받든다.
 
       

 그러나 권력을 지닌 아이들과 맞서던 철이는 결국 학교에서 퇴학당하고 앙갚음을 하기 위해 치명적인 복수를 계획한다.
 영화는 중학교 1학년들의 세계를 담고 있지만, 아이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잔혹한 폭력과 복수극은 누아르에 가깝다. 그리고 후반에 철이가 꾸민 복수극의 진실이 점차 드러나는 부분은 스릴러 성격을 띤다.
 막판에 드러나는 예상치 못한 반전은 영화적인 재미와 함께 작품이 전달하려는 주제의식을 함축적으로 드러낸다는 점에서 구성이 돋보인다.
 아이들을 개와 돼지에 은유해 순간적으로 얼굴이 바뀌는 장면이나, 주인공들이 환각 속에서 괴로운 이미지들을 떠올리는 장면, 여러 차례 나타나는 죽은 고양이의 환영 등은 실사 영화에서는 표현하기 힘든 애니메이션만의 강렬한 표현이다.
 지배층과 피지배층의 권력구조, 가진자와 그렇지 않은 자 사이에서 벌어지는 비극이 극단적으로 그려져 있긴 하지만, 개연성 있는 이야기와 치밀한 심리묘사는 애니메이션 속 세계를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의 한 단면으로 아프게 체험하게 한다.
 특히 극의 성격을 잘 살린 양익준(종석)과 오정세(경민) 등의 목소리 연기도 칭찬할 만하다.
 이 작품은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아시아영화진흥기구상(NETPAC), 한국영화감독조합상, 무비꼴라쥬상을 받았다.
 상영시간 97분. 청소년관람불가. 연합
 
 
 
         
 
 추천DVD  `파수꾼’
 
위태롭고 불완전한 십대 소년들의 비극
갑작스런 아들의 죽음, 친구와 함께 있는 사진 한 장
세 친구에게 있었던 충격적인 일 밝히는 미스터리물
제15회 부산국제영화제 뉴커런츠상 수상

 
 고교생 아들 기태(이제훈)의 죽음으로 혼란스러워하는 아버지(조성하)는 아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고 싶어한다.
 아버지는 아들의 책상에서 친구들과 함께 있는 아들의 사진을 찾는다. 수소문 끝에 사진 속 아들의 친구 희준(박정민)은 전학을 갔고 동윤(서준영)은 자퇴해 장례식장에도 오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고 의아해한다.
 희준을 어렵게 만나지만 그는 기태가 죽기 전 전학 가서 기태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아는 것이 없다면서 자세한 얘기를 하지 않는다.
 희준은 기태와 제일 친했던 것은 동윤(서준영)이라고 말한다. 기태 아버지의 간곡한 부탁으로 희준은 동윤을 찾지만 동윤은 학교를 자퇴하고 휴대전화도 꺼둬 연락이 닿지 않는다.
 기태에게는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항상 붙어 다니던 세 친구에게 무슨 일이 있었기에 희준은 전학을 가고 동윤은 자퇴를 했을까.
 영화는 끊임없이 이런 질문을 던진다. `파수꾼’은 아들의 죽음에 의문을 품은 아버지를 내세워 세 친구에게 있었던 충격적인 일을 밝히는 미스터리 구조의 이야기가 빼어나다.
 현재와 과거를 교차하면서 팽팽한 긴장감을 잃지 않고 스토리를 풀어나간다. 과거의 일은 시간순으로 배열되지 않아 초반에는 인물 간의 관계를 파악하기 어렵지만 잘 따라가다 보면 놀라운 반전을 만나게 된다.
 무엇이 세 친구를 갈라지게 했을까. 성장기의 십 대 소년들이 속마음과 달리 서로 지우기 어려운 상처를 주고받으며 돌이킬 수 없는 비극으로 치닫는 과정을 보다 보면 가슴이 짓눌리듯 막혀오는 아픔을 느끼게 된다.
 힘이 넘치면서도 인물의 미묘한 감정선을 놓치지 않았다.
 학교에서 일어나는 폭력이나 친구 간의 권력관계 등 익숙한 소재를 끌고 왔지만, 폭력의 가해자와 피해자에 대한 통념을 뒤집는다.
 폐역사를 아지트처럼 삼아 야구공을 갖고 놀던 친구들이 시간이 지날수록 하나씩 줄어드는 장면 등 기억에 남는 상징적인 대목이 있다.
 배우들은 경력이 짧지만 좋은 연기를 보여준다. 특히 세 친구의 중심에 있는 기태 역의 이제훈은 이죽거리거나 소리를 질러대는 것부터 눈물 흘리는 장면까지 넓은 폭의 감정을 잘 표현했다.
 5000만원이라는 초저예산으로 이같이 높은 완성도의 작품을 만들었다는 것이 놀랍다. 지난해 제15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무산일기’와 함께 뉴커런츠상을 받았고 최근 제40회 로테르담영화제 경쟁 부문에서도 상영됐다.
 윤성현 감독이 각본을 쓰고 연출했다. 윤 감독의 장편데뷔작으로 한국영화아카데미 장편영화 제작연구과정을 통해 제작한 작품이다.
 15세 이상 관람가. 상영시간 117분. /이부용기자 queen1231@hido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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