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 청춘의 감성 담아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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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대 청춘의 감성 담아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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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1.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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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룹 메이트 출신 `정준일’ 첫 솔로음반 `러버스’ 발표
 
그 시대의 가슴 울리고 위로 받은 기억 되살아나
나는 그 시대 감성밖에는 할 수 없는 사람
당시 음악 대하는 진지함 있었고 낭만적이라 좋아

죽고 못 사는 사랑 얘기 하는 사람 필요
요즘 음악 너무 쉽게 잊혀지는 것 같아 아쉬워

 
 그룹 메이트로 활동한 싱어송라이터 정준일(28)의 음악은 익숙한 듯 새롭다.
 그가 최근 내놓은 첫 솔로음반 `러버스(Lo9ve3r4s)’에는 1990년대 청춘을 보낸 사람이라면 낯설지 않은 감성이 녹아 있다.
 윤종신, 유희열, 김동률, 이적의 음악에 가슴이 울리고 마음에 위로를 받은 기억이 그의 음악에서 되살아난다.
 지난 25일 을지로에서 만난 정준일은 “나는 그 시대 감성밖에는 할 수 없는 사람인 것 같다. 요즘 음악하는 친구들처럼 트렌디하고 재치 있는 곡을 쓰고 싶은 마음이 있지만 안되더라”며 조용히 웃었다.
 그의 말처럼 앨범을 관통하는 코드는 1990년대 감성이다.
 잔잔하고 감성적인 곡이 주를 이루지만 파워풀한 얼터너티브 록 `괴물’, 친한 뮤지션들과 함께 부른 `러버스’처럼 다른 색깔의 노래들도 눈에 띈다.
 정준일은 “그 시대에 대한 고마움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했다.
 곡을 쓸 때 `심하게’ 진지해지는 편이라는 그는 “당시에는 음악을 대하는 진지함이 있었다. 낭만적이고 진지한 태도들이 좋았다”고 설명했다.
 “카니발의 `그땐 그랬지’가 이적과 김동률 선배가 20대 초반에 썼던 곡이에요. 그때는 그런 진지한 마인드가 있었어요. 저도 그런 감성을 갖고 있고 그런 감성이 자연스럽게 체화한 것 같아요. 요즘 사랑을 가볍게 다루는 노래가 많지만 가끔은 저처럼 죽고 못 사는 사랑 얘기하는 사람도 있어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자기가 할 수 있는 얘기들이 있잖아요.”
 페퍼톤스의 이장원, 박새별, 스윗소로우의 성진환 등이 참여한 `러버스’는 곡 구성이나 느낌에서 토이의 `그럴 때마다’를 떠올리게 한다.
 “작업하면서 재미있었어요. 따로 디렉팅을 안 하고 세 번 기회를 줄 테니 잘하라고 했는데 다들 좋은 걸 내려고 열심히 하더라고요.(웃음) 각자 자기 색깔이 드러나서 좋아요. 힘들어도 행복해 하면서 음악하는 사람들과 재미있게 음악하자는 느낌을 이 노래에 담고 싶었어요.”
 `러버스’의 가사에도 1990년대 향수가 묻어난다.
 `해질 무렵 어두워진 거리 집으로 가던 버스에 앉아 노래를 들었어 모든 게 변했어 내겐 잊을 수 없는 순간 마법 같은 일이 내게 일어난 거야’란 가사에는 학창시절 그의 개인적 경험이 담겨 있다.
 “학교에서 먼 거리에 음반 가게가 하나 있었어요. 거기가 다른 데보다 500-1000원정도 싸게 팔아서 버스를 타고 가서 CD를 사오곤 했어요. 그때 샀던 음반이 토이,조규찬, 전람회, 패닉 음반인데 버스에서 CD를 열고 이어폰으로 들으면 너무 좋았어요. 저는 어렵게 CD를 사서 닳고 닳을 때까지 며칠간 듣는 세대였어요. 요즘에는 음악이 너무 쉽게 잊히는 것 같아 아쉬워요.”
 1990년대를 돌아보며 그가 담고 싶었던 것은 `지금의 나’였다.
 지금을 `질풍노도의 시기’로 정의한 그는 “앨범을 준비하면서 고민을 많이 했는데 선배들이 `그게 지금 너니까 애써 멋있는 척하지 말고 그냥 해라’라고 하더라”며“조언을 듣고 내 마음대로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메이트의 음악과 솔로 음반의 차이는 뭘까.
 정준일은 “이건 100% 내 얘기”라고 답했다.
 “메이트는 멤버끼리 성격이 다르니까 공감하기 어려운 지점들이 있었어요. 그럴때는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설득이 되면 `그랬을 수 있겠구나’하고 노래하고 연주했죠. 그렇지만 이번에는 100% 제가 하고 싶은 부분을 담았으니 스스로만 납득하면 돼요.”
 그는 이번 앨범에서 가장 애착이 가는 곡으로 타이틀곡 `안아줘’를 꼽았다. 겨울에 듣기 좋은 노래라고 말하자 “그럼 다행이죠”라며 웃었다.

 “써놓고 스스로 괜찮다고 생각하는 순간이 있는데 메이트의 ’난 너를 사랑해`를쓰고 나서 느낀 감정과 비슷했어요. 원래는 현악기를 넣어서 더 로맨틱하게 만들려고 했는데 앨범을 제작하다 보니까 많은 것을 포기해야 해서 가사와 멜로디만으로 가자고 결정했죠. 그러다 보니 이번 앨범에서 가장 심플한 곡이 됐어요.”
 윤종신, 이소라, 유희열 등 선배 뮤지션에게 능력을 인정받은 그이지만 스스로 “예술가 타입은 아니다”라고 했다. 앨범 타이틀 `Lo9ve3r4s’의 숫자도 컴퓨터 바이러스로 난 오타가 재미있어 넣었단다.
 “음악 때문에 사흘간 잠 못 자는 스타일은 아니에요. 순간적으로 몰입해 곡을 써요. 곡을 쓰다 잘 안되면 `무한도전’을 보죠. 에너지를 확 쏟고 빼는 게 좋은 거 같아요. 음악 때문에 감정적으로 힘들어지는 것은 싫어요. 일상이 행복한 게 좋죠. 때로 어떤 부분에는 음악을 하는 기술자라고도 생각해요.”
 내년 상반기 입대를 앞둔 정준일은 28일 서울 웰콤시어터와 다음 달 3일 대구 천마아트센터에서 쇼케이스 겸 콘서트를 한다.
 끝으로 솔로음반에 거는 바람을 물었다.
 “영화 `카페 느와르’의 정성일 감독님이 인터뷰에서 홍상수 영화는 10년이 되어도 볼 사람은 다 본다는 얘길 하는 걸 보고는 내 음악도 그렇게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전람회, 토이, 패닉처럼 시간이 흘러도 찾아 듣는 앨범을 만들고 싶다는 마음으로 작업했어요. 트위터에서 `겨울 하면 생각나는 앨범이 될 것 같다’는 글을 봤는데 그것만큼 극찬이 없어요. 여러분의 좋아하는 앨범 목록에 제 앨범이 들어갈 수 있다면 정말 영광스러울 겁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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