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남자 상식 없는 세상에 원칙 하나로 맞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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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남자 상식 없는 세상에 원칙 하나로 맞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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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2.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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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영화`부러진 화살’…
4년전 세상 떠들썩하게 한 실화`석궁 테러사건’바탕 제작
 
우리 사회 최상층부 사법부 관련 민감한 이야기 다뤄
동명의 르포소설 원작… 사회적 문제 날카롭게 건드리며
법치주의 제대로 구현되지 못하는 현실 꼬집어

정지영 감독 13년 만의 복귀작…무거운 소재 노련하게 풀어
재미있는 에피소드 등 상업영화로서의 미덕 보여줘

 
 
 `석궁 테러사건’을 소재로 한 영화 `부러진 화살’이 개봉된다.
 4년 전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 영화는 지난 10월 부산국제영화제에서의 첫 공개 이후 화제가 됐다.
 우리 사회의 최상층부라 할 수 있는 사법부가 관련된 민감한 이야기를 어떻게 다뤘을지가 큰 관심사였다.
 `석궁 테러 사건’이란 김명호 전 성균관대 교수가 교수지위 확인 소송에서 잇따라 패소하자 2006년 1월 15일 항소심 재판장이었던 박홍우 판사를 집 앞에서 석궁으로 쏜 혐의로 기소된 사건을 말한다.
 그간 `석궁사건 진실규명과 김명호 교수 석방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등이 활동하며 재판의 부당함과 김 씨의 억울함을 호소해 왔지만, 대중적인 관심에 불을 지피기에는 역부족이었던 듯 하다.
 하지만, 이 영화 `부러진 화살’이 개봉되고 나서는 대중의 인식이 조금은 달라질 것 같다.
 영화는 사회적인 문제를 날카롭게 건드리면서도 매끄러운 호흡으로 드라마와 유머를 조화시켜 상업영화로서의 미덕도 어느 정도 보여준다.
 실화를 담은 동명의 르포소설을 원작으로 했지만, 캐릭터와 에피소드를 구축하는 데 있어 상당 부분 허구를 가미했다.
 김명호 교수가 `김경호’(안성기 분) 교수로, 변호사 박훈(박원상 분) 씨가 `박준’ 씨로 바뀌었고, 허구의 인물로 사회부기자인 `장은서’(김지호 분)가 추가됐다.
 영화는 김경호란 독특한 캐릭터의 성격을 드러내면서 시작한다.
 수학과 교수인 김경호는 재직 중인 학교에서 동료 교수가 출제한 대입 시험 문제의 오류를 지적하고, 학교 측은 명예를 앞세우며 오류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김 교수를 재임용에서 탈락시킨다.
 이 첫 번째 에피소드에서부터 김경호의 캐릭터는 극명히 드러난다. 그는 원칙을 목숨처럼 지키는 사람이어서 그 틀을 한 발자국도 벗어나지 않는 답답한 고집불통이다.
 학교 측의 부당한 처사에 대해 법원에 소송을 낸 그는 이 학교 출신인 판사가 학교 측의 손을 들어주면서 잇따라 패소하자 판사들에게 원칙을 깨우쳐 줘야 한다는 생각으로 석궁을 들고 담당 부장판사를 찾아가 따진다.
 이어 장면은 법정으로 전환되고 담당 부장판사는 피가 묻은 옷을 증거로 내밀며 자신이 테러를 당했다고 말한다. 하지만, 김경호는 위협만 했을 뿐 판사를 쏘지 않았다며 무죄를 주장한다.
 고집불통인 김경호는 판사든, 변호사든 자신의 말을 끊으면 화를 내고 심지어 재판을 거부하기까지 한다. 이런 김경호에 혀를 내두르며 변호사들이 나가떨어지지만, 노동 전문 변호사인 박준이 사건을 맡게 되면서 상황은 조금씩 달라진다.
 영화는 박준이 김경호와 함께 법정에서 실체적 진실을 따지는 과정을 비중있게 다루면서 우리 사회에서 사법부가 어떤 의도를 갖고 판결할 때 한 사람을 어떻게 눌러버릴 수 있는지 보여준다.
 이렇게 영화는 이 사건 하나만이 아니라, 우리 사회의 법치주의가 제대로 구현되고 있는지를 돌아보게 한다.
 이 영화로 13년 만에 복귀한 정지영 감독은 상당히 무거울 수 있는 소재와 이야기를 노련하게 풀어냈다. 장면 전환도 빠르고 군더더기도 별로 없다. 기대 이상으로 재미있는 에피소드들도 많다. 특히 능글능글한 듯하면서 정의감 넘치는 박준 변호사의 캐릭터가 매력적이다.
 안성기는 평소의 이미지와는 다른 괴팍한 캐릭터를 설득력있게 표현했다.
 1월19일. 상영시간 100분. 15세 이상 관람가. 연합
 
 
 
 
     
 
 ■ 추천 DVD    도가니
장애아동의 울부짖음 내버려 둘 수 없었다
2000년 청각장애학교서 발생한 성폭행 사건 다뤄…피해자 처참함 생생하게 묘사
법조계 전관예우 규칙·돈 앞세운 합의 종용·솜방망이 처벌 등 참혹한 현실 고발

 
 우리 사회에서 가장 소외된 계층 중 하나가 장애인이다.
 특히 부모가 돌봐주지 않는 힘이 없는 아이들일 경우엔 더욱 소외되고 악한 자들의 희생양이 될 가능성이 크다.
 지금 이 순간에도 사람들의 눈길이 닿지 않는 곳 어딘가에서 범죄의 희생양이 될 수 있는 장애 아동들에 대한 이야기가 영화로 만들어 졌다.
 `도가니’는 유명 작가 공지영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만들어진 영화다.
 메가폰을 잡은 황동혁 감독은 이 소설을 읽고 한 사회의 일원으로서 분노를 감출 수 없어 영화화를 결심했다고 한다. 배우들 역시 제작보고회 등에서 비슷한 출연 의도를 밝힌 바 있다.
 실제로 광주의 한 청각장애학교에서 발생한 성폭행 사건을 바탕으로 쓰인 이 소설은 작가가 인터넷 연재를 진행 중인 기간에도 총 1600만건의 조회수를 기록하면서 상당한 사회적 반향을 일으켰다.
 영화는 원작을 거의 충실하게 살리면서도 사건의 처참함과 피해자들의 꿈틀거리는 감정을 시각적으로 생생하게 펼쳐놓아 영화라는 장르적 특성을 효과적으로 구현해냈다.
 대학에서 미술을 전공한 강인호는 모교 교수의 추천으로 무진에 있는 청각장애인학교 `자애학원’에 미술교사로 부임한다. 그는 학교에 도착한 첫날부터 학원 법인재단 이사장의 쌍둥이 아들인 교장과 행정실장으로부터 학교발전기금 명목의 돈을 5000만원이나 요구받고 학교 분위기가 자신의 예상과는 많이 다르다는 것을 직감한다.
 인호는 담임을 맡은 반 아이들의 얼굴과 몸에 난 상처를 발견하고 아이들을 그렇게 만든 장본인이 학교장과 행정실장, 생활지도교사라는 것을 파악하게 된다.
 원작에는 진실에 다가갈 것이냐 외면할 것이냐를 두고 갈등하는 인호의 심리가 세밀하게 그려져 있지만, 영화는 스크린 속에서 자칫 늘어질 수 있는 이 부분을 영리하게 걷어내고 초반부터 빠른 호흡으로 교장 일당의 만행을 보여준다.
 그들의 만행은 영화 속에서도 끔찍하게 묘사됐지만, 아이들의 신체를 자극적이거나 선정적으로 다루지 않고 꽤 조심스럽게 다루려 노력한 흔적이 엿보인다.
 영화는 이어 법정 투쟁으로 곧바로 넘어가면서 꽤 긴장감 있는 드라마를 만들어 낸다.
 언론을 통해 전국적으로 알려지면서 그들이 곧 벌을 받으리라는 관객들의 기대와는 달리 피해자들 앞에는 현실적인 장벽들이 차례차례 가로막는다.
 법조계의 전관예우 규칙, 돈을 앞세운 가해자들의 합의 종용 앞에서 힘없고 몸까지 성치 않은 아이들은 계란으로 바위치기 격의 싸움을 벌이지만 그래도 조금씩 작은 승리들을 거둔다.
 이렇게 정의가 승리하나 싶은 기대가 들 무렵, 영화는 세상이 그렇게 선량한 사람들의 믿음처럼 돌아가지만은 않는다는 참혹한 현실을 그대로 드러낸다.
 이 영화의 미덕은 관객들에게 감정을 과잉으로 호소하거나 정의를 직접적으로 강요하려 들지 않는다는 점이다. 오히려 교장 일당과 탐욕스러운 변호사가 `사필귀정’을 운운하는 장면이 영화의 메시지를 아이러니하게 담고 있다.
 또 아역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는 관객들을 자연스럽게 몰입시킨다.
 배우 공유는 이 영화를 통해 배우로서 한 단계 거듭났다는 인상을 확실히 심어준다. 무겁고 아픈 주제를 놓고 많이 고민한 흔적이 보인다.
청소년 관람불가. /이부용기자 queen1231@hido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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