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리의 시대 배신의 시대 80년대 사회 환멸 담다
  • 경북도민일보
의리의 시대 배신의 시대 80년대 사회 환멸 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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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2.0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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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영화 `범죄와의 전쟁: 나쁜놈들의 전성시대’
 
독재정권서 벌어진`범죄와의 전쟁’통해 왜곡된 역사 고발 
다양한 인물군상 활약, 부산의 80년대 파노라마처럼 펼쳐 놓아
고위 공무원·검사 등 기득권에 야합하는 모습 씁쓸한 뒷맛 남겨
무겁지 않은 선에서 어두운 분위기 전하는 연출력 돋보여

 
 수많은 비리를 저지른 세관 공무원 최익현.
 감사에 걸려 해고될 위기에 놓인 그는 순찰 중 대량의 필로폰을 적발한다.
 인생 역전의 기회라 여긴 익현은 동료의 소개로 조직 폭력배 최형배를 만나 적절한 가격을 받고 물건을 넘기는 데 성공한다.
 대한민국 사회에서 `인맥’이면 모든 게 통한다는 사실을 진작 눈치 챈 익현은 협상 과정에서 형배가 먼 친척임을 알게 되자 각종 사업의 인허가권을 따주겠다며 동업을 제안해 관철한다.
 익현의 인맥, 형배의 조직이 맞물리면서 둘은 부산지역 조직폭력 계의 최대 파벌로 성장한다.
 영화 `범죄와의 전쟁: 나쁜놈들의 전성시대’에서 가장 `나쁜 놈’은 비리 공무원출신의 로비스트이자 주인공인 익현이다. `돈과 성공’이 보이는 길만을 따라가는 그는 철저한 기회주의자이자 지략가다.
 그런데 영화는 바로 이 부분에서 노골적인 조소를 드러낸다. 부산지역의 검은 조직을 장악한 천재적인 지략가의 전략이란 게 겨우 인맥을 동원한 이권 챙기기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좋은 머리를 이용해 양대 조직을 넘나들며 잇속을 챙긴다는 점에서 익현의 행위는 구로사와 아키라의 `요짐보’(1961)나 코엔 형제의 `밀러스 크로싱’(1990)의 주인공들과 닮았지만, 술수의 격은 시쳇말로 하늘과 땅 차이다.
 종친회와 교회 등에 나가며 인맥 쌓기에 혈안이 된 익현의 행위가 상황을 쥐락펴락하는 `요짐보’ 등의 주인공에 비해 너무 단순하기 때문이다.
 캐릭터적인 매력뿐 아니라 장르적인 매력도 덜하다. 어둡고 음험한 음모가 판친다는 점에서 누아르적인 분위기를 풍기지만 `범죄와의 전쟁’은 본격적인 누아르로도 나아가지 못한다. 배신의 과정이 정교하지도, 인물들의 지략 대결이 숨 가쁘지도, 주인공의 성공과 몰락과정이 극적이지도 않은 탓이다.
 그렇다면 캐릭터가 강조되는 영화도 아니고 누아르 영화라고 보기에도 어정쩡한이 영화가 지향하는 바는 무얼까?
 영화는 첫 장면부터 정체를 드러낸다. 바로 독재정권에서 벌어진 `범죄와의 전쟁’이다. 박정희·전두환·노태우 등 전직 대통령이 임기와 함께 시작한 사업은 야경국가로의 전환이었다.
 결국, 영화는 야경국가의 폭력과 조직폭력배가 자행하는 폭력 사이에서 부를 창출해내는 로비스트의 이야기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범죄와의 전쟁’은 우리 내의 왜곡된 역사를 말하는 사회드라마 성격이 강한 작품이다.
 재산을 부풀리기 위해 자녀 교육에 매진하던 익현이 결국 부의 대물림에 성공하는 장면이나 `범죄와의 전쟁’을 이끌었던 강직했던 검사마저 세월과 함께 기득권에 야합하는 모습은 씁쓸한 뒷맛을 남긴다. 사회에 대한 감독의 불신이 강하게 드러난 대목이다. 요컨대 이 영화를 지배하는 정서는 누아르적인 파국이 아니라 시대와 사회에 대한 환멸이다.
 무겁지 않은 선에서 시대의 어두운 분위기를 전하는 감독의 연출력이 돋보인다.
 일부 코믹한 장면들을 섞어가는 영화는 중반 이후 스토리에 탄력을 받는다.
 최민식의 연기는 다소 과하게 감정을 발산하는 측면이 있지만 역시나 오래된 장맛 같은 묵직함을 보여준다. 연출이 미흡한 장면에서도 배우의 연기로 끌고 가는 힘이 엿보인다.
 하정우는 보스치고는 조금 코믹하지만, 전체적인 콘셉트를 잘 이해하며 연기하는 배우라는 인상을 준다.
 상영시간은 2시간 13분. 자’(2005)와 `비스티 보이즈’(2008)를 연출했던 윤종빈 감독이 메가폰을 들었다. 2월 2일 개봉.  연합
 
 
 
 
 추천DVD  `특.수.본’
쫓고 쫓기는 수사! 파헤칠수록 모두가 위험해진다
 
 영화 `특.수.본’(이하 특수본)은 경찰 내부의 비리 사건을 다룬 범죄수사물이다.
 의리 있는 형사 김성범과 함께 일했던 경찰이 지구대에서 근무하다 어느날 살해당한다. 관할 경찰서에는 특별수사본부(이하 특수본)가 꾸려지고 팀장인 박인무와 김성범, 여형사 정영순 등을 주축으로 수사가 시작된다. 여기에 FBI에서 연수하고 범죄심리학 박사학위까지 딴 김호룡이 경찰청에서 파견돼 합류한다.
 특수본은 사건 현장에 뿌려진 마약 등의 단서를 토대로 수사망을 좁혀가고 범인이 조폭과 어두운 거래를 하고 있는 비리경찰 박경식이라고 결론 내린다.
 동물적인 감각과 육탄으로 밀어붙이는 김성범과 데이터 분석을 중시하는 김호룡은 초반에 대립하지만, 박경식의 배후에 누군가가 더 있음을 감지한 두 사람은 점차 의기투합한다.
 특수본은 박경식 검거에 나섰다가 실패하고 해산되지만, 김성범과 김호룡은 특수본 내부에서 적들과 거래하고 있는 사람이 누군지 밝혀내기 위해 자신들만의 특수본을 따로 꾸린다. 사건을 파헤칠수록 이들이 예상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실체가 드러난다.
 영화는 초반에 패기와 재기를 모두 보여줘 관객의 기대치를 높인다.
 특히 맨 처음 김성범과 정영순이 직장 선후배 관계와 남녀관계의 아슬아슬한 경계를 넘나들며 티격태격하는 장면은 날것 그대로의 생동감을 전한다. 바로 다음 장면에서 웃음까지 빵 터뜨려주는 에피소드 구성은 상당히 재치있다.
 김성범과 그의 정보원인 전직 마약거래상 `개코’와의 실랑이도 크게 새롭진 않아도 배우들의 합이 잘 맞아떨어져 여러 차례 웃음을 준다.
 팀장이면서 모든 사건에 어느 정도 관련이 있는 박인무의 정체가 모호하게 나오는 중반부까지 영화는 꽤 긴장감을 유지하며 관객을 몰입하게 한다.
 그러나 후반부로 넘어가며 재미의 동력을 급격히 상실해 아쉬움을 남긴다.
 박인무의 정체와 함께 영화는 사건의 윤곽을 너무 쉽게 드러내고 관객이 예상할 수 있는 경로를 벗어나지 않는다. 플롯을 좀더 세밀하게 짠다든지, 경찰 비리의 실체를 좀더 집요하게 보여준다든지 하는 식으로 시나리오의 완성도를 높일 필요가 있었다.
 주인공들이 궁지에 몰렸다가 순식간에 모든 사건이 해결되는 결말도 허망하다. 벌려놓은 이야기를 다급하게 마무리하려는 흔적이 보인다.
 그래도 상가 재개발 이권을 둘러싸고 자본과 공권력이 결탁해 힘없는 서민들을 내모는 과정을 그린 부분은 최근 여러 사회적인 이슈와 맞물려 시사하는 바가 있다.
 주연배우 엄태웅은 야성적인 의리파 형사 역을 제대로 소화해 극의 흐름을 매끄럽게 이끌었다.
 엄태웅과 어깨를 나란히 했어야 할 냉철한 범죄분석관 역의 주원은 아직 신인배우의 때를 많이 못벗은 느낌이다.
 `나의 결혼 원정기’(2005)를 연출한 황병국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상영시간 111분. 15세 이상 관람가.
 /이부용기자 queen1231@hido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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