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면허 적성검사가 허울뿐인 제도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12월 9일부터 시행된 도로교통법 개정안에 따르면 기존 1종면허 소지자는 7년마다 정기적성검사를, 2종면허 소지자는 9년마다 면허증 `갱신’을 받던 것을 10년마다 한 번으로 통일하고 검사기간도 1년으로 연장됐다.
적성검사시 시력, 색채식별, 청력, 사지운동능력 중 시력만 의사가 실시하고 나머지 항목은 자기 신고서로 대체토록 변경됐다.
하지만 교통사고와 직결될 수 있는 운전면허 적성검사는 오히려 간소화되고 있어 제도와 현실이 상반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 19일 서울에서 대구로 향하던 고속버스를 운전하던 기사가 승객들에게 귀신 이야기를 하며 울다가 웃다가를 반복하다가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의 정지명령을 지키지 않고 버스를 계속 몰다 순찰차를 들이받고 멈춰서는 황당한 사고가 발생했다.
적성검사가 요식행위가 그쳐 운전자의 정신 건강상태를 점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지난 27일 오전 포항시 남구 오천읍 포항운전면허시험장.
시험장 직원은 적성검사 대상자들에게 양면으로 된 적성검사지와 자기 신고서를 주며 작성토록 했다.
작성이 완료되자마자 의사는 간단한 시력검사를 실시한 후 민원실로 가서 운전면허증을 재발급 받으라고 했다. 민원실로 가서 운전면허증을 재발급 받는데까지 걸린 시간은 고작 10여분.
적성검사를 받으러 포항까지 왔다는 박모(31·경주시 황성동)씨는 “직장에 허락을 받고 1시간을 넘게 달려 왔는데 단순히 시력을 재는 검사에 1만4000원을 내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박씨는 신체검사료 4000원, 판정수수료 4000원, 면허증제작수수료 6000원 등 모두 1만4000원을 냈다.
이모(27·포항시 남구 효자동)씨는 “적성검사가 너무 형식적”이라면서 “면허시험도 간소화, 적성검사도 간소화, 너무 간소화만 좋아하는 것 같다”고 했다.
경찰 관계자는 “면허증 소지자들의 편의를 위해 바꾼 정책이 오히려 교통사고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며 “면허시험 뿐만 아니라 정기적으로 시행하는 적성검사도 안전운전을 위한 중요한 절차인 만큼 제도 보완이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박동혁기자 phil@hido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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