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영화 `그녀가 떠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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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영화 `그녀가 떠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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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2.0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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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삶을 살기 위한 용기있는 선택
 
 
 세계 많은 나라에서 여성이 참정권을 얻은 지 100여 년이 흘렀고 어떤 곳에서는 여성이 대통령·총리 자리까지 올라 있을 정도로 여성의 지위는 예전과 비할 수 없이 향상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지금 이 순간에도 여전히 지구상 어느 곳에서는 여성이 남성의 부속품으로 취급되고 가족의 명예를 더럽혔다는 이유로 단죄되기도 한다. 가부장적 공동체의 가치와 규범은 한 인간의 삶의 권리를 압도한다.
 영화 `그녀가 떠날 때’는 21세기라는 이 첨단시대에도 여성들이 여전히 짊어진 잔혹한 굴레를 목도하게 한다.
 영화 속 이야기는 일견 특정 문화권의 특수한 사례로 보인다. 하지만 여자가 시집에서 소박맞으면 집안의 수치로 여겨지던 풍속이 한국에서도 그리 옛날 일이 아니라는 점이나 가정폭력으로 신음하는 여성들이 지금 우리 사회에도 적지 않다는 점을 돌아보면 `남의 일’ 같지 않은 얘기다.
 독일의 터키계 이민자 집안에서 태어난 우마이(시벨 케킬리)는 부모의 뜻에 따라 터키 이스탄불로 시집가지만, 손찌검을 하는 남편과 불행한 결혼생활에서 벗어나고자 아들을 데리고 독일의 고향집으로 돌아온다. 그러나 그녀의 기대와는 달리 가족은 이슬람 공동체의 전통 인식에 따라 `시집간 여자가 이혼을 하다니…집안의 명예를 더럽혔다’고 욕하며 우마이를 쫓아낼 궁리만 한다.
 
 
 

터키계 독일인 여성의 삶으로 `명예 살인’ 재조명
완벽에 가까운 시나리오, 밀도있는 연출력으로 화제
예상치 못한 충격 반전으로 강렬한 여운이 남는 영화

 
 
 
 
 
 

 핍박에 못이긴 우마이는 집을 뛰쳐나와 보호시설과 친구 집을 전전하며 식당 아르바이트와 학업을 병행한다. 하지만 그녀 역시 가족과의 연을 끊지 못하고 다시 가족 주변을 맴돌지만, 골은 이미 깊어질 대로 깊어져 돌이킬 수 없다.
 이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우마이는 초대받지도 않은 여동생 결혼식에 아들을 데리러 찾아가고 이 사건은 결국 엄청난 재앙을 초래한다.
 이 영화는 독일인 여성 감독 페오 알라다그가 연출했다. 감독은 우연히 터키계 독일 여성들이 가족의 결속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자신을 희생하는 사례를 접하고 이를 토대로 6년간 시나리오를 썼다고 한다.
 영화는 감독의 의도대로 리얼리티가 잘 살아났다. 터키계 배우들의 연기는 물 흐르듯 자연스러워 실제 이런 가족이 독일에 존재하리라는 믿음을 준다. 서사 전개는 촘촘하기보다는 느슨한 편이지만, 그 여백을 배우들이 펼치는 갈등의 드라마가 채운다.
 자식을 쉽게 버리지 못하는 안타까움과 공동체의 견고한 규범·관습 사이에서 갈등하는 부모의 고뇌가 설득력 있게 그려졌다. 그에 맞서는 주인공 우마이 역시 가족과 공동체의 테두리에서 끝까지 벗어나지 못하는 심리가 미묘한 파고를 이룬다.
 이들의 내면적인 갈등과 표면적인 대립이 각각의 장면에서 보이지 않는 불꽃을 일으키며 긴장감을 증폭시킨다. 특히 충격적인 결말에서조차 절망과 고통을 절제해 표현한 주연 여배우 시벨 케킬리의 연기가 눈부시다.
 이 영화는 2010년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최우수유럽영화상을 비롯해 미국 트라이베카영화제의 최우수장편영화상과 여우주연상, 프랑스 크레테유 국제여성영화제 관객상 등 여러 영화제에서 상을 받았다.
 상영시간 119분. 15세 이상 관람가.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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