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민주당은 김대업과 설훈 등 `묻지마 폭로’ 전문가들을 앞세워 정권을 가로챘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병역사기꾼 김대업을 `의인(義人)’으로 떠받들며 이회창 후보 아들 병역의혹을 날조하고, 설훈은 이 후보 진영의 `20억원’ 수수의혹을 퍼뜨려 선거판을 난장판으로 만든 주체가 바로 민주당이다. 결국 김대업은 구속됐고, 설훈도 유죄판결로 공민권을 박탈당했다. 그러나 정권은 이미 좌파들에 넘어간 뒤다.
박지원 민주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18일 광주에서 “박근혜 전 비대위원장이 부산저축은 로비스트 박태규씨와 수 차례 만났는데 (검찰은) 저축은행 로비에 어떤 작용을 했는지 의혹을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두 사람이 누구 소개로 몇 차례 만났는지 다 알고 있다”고도 했다. 이에 앞서 나꼼수는 박태규 측근의 증언을 공개하며 “박태규가 박 전 위원장을 몇차례 만났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박씨의 박근혜 전 위원장을 향한 로비의혹까지 제기했다. 결국 나꼼수가 바람을 잡고 박지원 위원장이 풍각을 울리는 모양새다. `헛발질’의 명수인 박 위원장의 폭로가 과연 사실일까?
박근혜 전 위원장은 여당의 유력한 대권후보다. 의혹이 있으면 폭로해야 하고 의혹이 사실이면 그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 그러나 상대당 후보에 대해서는 최소한의 예의와 품위를 지켜야 한다. “`참 흥미진진한 일이 벌어지겠구나’ 하는 것이 흥분하게 한다”는 말투는 시정잡배 수준이다. 폭로가 무슨 흥미진진한 서커스는 아니지 않은가?
박지원 위원장의 폭로 시리즈는 악명이 높다. `아니면 말고 식’이다. 그는 신재민 전 문화부 차관과 특수관계였던 이국철 에스엘에스(SLS) 회장을 만난 뒤 “이명박 정권은 흔들흔들할 것”이라며 “형님 먼저 아우 먼저 구속되겠구나”라고 호들갑 떨었다. 그러나 신 전차관과 함께 이 회장만 구속기소됐다. 매사가 이런 식이다.
`전교조 사냥꾼’으로 유명한 정재학씨는 인터넷에 박 위원장이 광주교대를 나오고도 단국대 편입을 위해 조선대를 나온 것 처럼 서류를 위조했고, 박 위원장 조부 박낙종이 조선정판사 사건 주범으로 수형생활중 6·25가 터지면서 목포형무소에서 처형됐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박 위원장은 정씨에게 “1차 경고 응분의 조치”라는 협박성 문자를 보냈다. 남이 나를 헐뜯는 게 아팠다는 반응이다. 박지원 위원장의 이번 주장은 반드시 진위를 가려야 한다. 사실이 아니면 그는 정계에서 사라져야 한다. 그래야 대선을 앞두고 고개를 들기 시작한 김대업의 출현을 막을 수 있다. 그래야 민주당이 `김대업의 추억’에서 헤어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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