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극장 아니라 성장 드라마에요”
  • 경북도민일보
“인간극장 아니라 성장 드라마에요”
  • 경북도민일보
  • 승인 2006.12.3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영화 `허브’서 일곱살지능 정신지체 장애우 연기
“목숨만 빼고 다 줄 정도로 열정 쏟아부었어요”

 
 
`올드 보이’와 `웰컴 투 동막골’의 잔상이 아직도 남아 있기 때문일까. `연애의 목적’ `도마뱀’ 등 그리 튀지 않은 역을 잇달아 했음에도 강혜정의 이미지는 여전히 강하다.
 그런 그가 쉽지 않은 장애우 연기로 또 다시 깊은 인상을 준다.
 스무 살이지만 일곱 살 지능에서 멈춰버린 정신지체 장애우의 사랑을 그린 영화 `허브’(감독 허인무, 제작 KM컬쳐)에서다.
 어떤 캐릭터든 배우에게는 도전이겠지만 좀체 만나기 어려운 역할을 자처하고 나선 까닭은 무엇일까.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 순수하고, 밝고, 감동이 있었어요. 안할 수 없었죠. 엄청난 경쟁률을 뚫고 제가 맡게 된 거예요. 하하.”
 나이보다 훨씬 어려보이는 얼굴에 미소를 가득 담은 채 그는 주인공 차상은과 영화를 소개했다.
 “상은의 모델이 없으니까 처음엔 막연했습니다. 대본 연습을 하면서 조금씩 조금씩 잡아나갔지만 장면 하나하나가 만만치 않았어요. 그래도 힘든 만큼 해내고 난 이후 감정도 짜릿했죠.”
 상은이가 어떤 감정일까 늘 고민됐다.
 일곱 살의 정신세계를 갖고 있지만 20년 동안 몸으로 습득한 것은 갖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반창고도 잘 붙일 수 있고, 청소도 잘하며, 포장으로 직장을 얻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특별해 보이지 않고 되레 평범한 아이예요. 다만 좀 엉뚱할 뿐이죠.”
 영화는 두 개의 큰 축으로 나뉜다. 엄마와의 사랑과 종범이라는 한 남자와의 사랑.
 “모녀라는 관계는 가장 평범한 사이지만 그 무엇보다 특별한 관계죠. 그렇다고 현숙이 특별한 엄마로 남고 싶지는 않았을 거예요. 다만 상은을 독립적으로 키우고자 했을 뿐이죠. `내가 없어도 잘살아’라며.”
 이 영화가 그저 `인간극장’류로 장애우의 일상을 담는 게 아닌 `성장 드라마’로 보이는 건 종범과의 사랑이 결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
 “멜로 코드가 있다는 게 다른 장애우 영화와 가장 큰 차별점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두 사람의 사랑이 잘 표현돼야 상은이 성숙해가는 과정이 잘 표현되는 거죠.” 상은이 종범에게 이별을 고하는 장면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는 그는 “더디지만 멈춰 있는 건 아니다. 성장하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다가 어느 한 순간 상은이가 부쩍 자랐다는 걸 느끼게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영화를 찍으며 내 사람, 내 가족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단다.
 “제가 이만큼이나 컸어도 여전히 절 걱정하는 아버지가 생각났고, 제가 사랑하는 단 한 존재를 떠나보내야 하는 자식의 심정도 느껴졌어요. 효도해야죠. 근데 지금도 잘 안되네요.”
 장애를 갖고 있는 딸과 죽음을 앞둔 엄마 이야기. 그 이야기의 전개가 다분히 예측 가능할 수 있다.
 “예측 가능하다는 게 나쁘지는 않잖아요. 진정성만 있다면 받아들일 수 있지 않을까요. 감정을 거르지 않고 다 보여주고 싶었어요. 그래야만 상은이 고통을 극복한 후의 감정이 더 깨끗해질 수 있으니까.”
 단순명쾌한 답이다.
 “우리 영화의 강점은 밝다는 거예요. 웃기다는 게 아니라 밝은 거죠. 영화속 등장인물 중 그 누구도 찌들어 있지 않아요. 장애우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해서 소외된 자들의 심금을 울리는 이야기가 아니라 희망을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그들도 평범한 사랑을 할 만큼 충분히 독립적이라는 걸요.”
 상은이 다른 사람과 똑같이 한 인간으로 길을 걸어가는 모습을 보여줬듯 강혜정 역시 배우로서 참 잘 걸어가고 있는 모습을 보인다. 연인 조승우와 찍었던 `도마뱀’을 빼고는 흥행도 작품성도 인정받은 영화를 해왔다.
 “정말 다행인 건 연기를 시작했을 때부터 `필모그래피가 내 역사다’라고 생각하며 연기했던 거예요. 제가 선택한 작품에 대해서는 목숨만 빼고 다 줄 정도로 쏟아부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물론 결과물은 항상 아쉬웠지만요. 앞으로 더 잘해야겠죠.”
 자기가 하는 일에 목숨만 빼고 다 줬다고 당당히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이렇게 말할 수 있다는 데서 이미 강혜정은 특별하다.  /연합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최신기사
  • 경북 포항시 남구 중앙로 66-1번지 경북도민일보
  • 대표전화 : 054-283-8100
  • 팩스 : 054-283-5335
  • 청소년보호책임자 : 모용복 국장
  • 법인명 : 경북도민일보(주)
  • 제호 : 경북도민일보
  • 등록번호 : 경북 가 00003
  • 인터넷 등록번호 : 경북 아 00716
  • 등록일 : 2004-03-24
  • 발행일 : 2004-03-30
  • 발행인 : 박세환
  • 대표이사 : 김찬수
  • 경북도민일보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북도민일보. All rights reserved. mail to HiDominNews@hidomin.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