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싼 탱크와 전투기를 사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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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싼 탱크와 전투기를 사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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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7.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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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武器란 사용하지 않기 위해 구입하는 것-
 
 
     이 춘 근/(자유기업원 부원장·政博)
 
 대한민국 국군은 신형 장비인 K-1 전차와 차세대 전투기로 2006년부터 장비하기 시작한 F-15 K 이글 전투기를 보유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탱크 가격은 그 나라의 괜찮은 자동차 300대를 살 수 있는 정도로 계산 하면 된다. 일반적인 전투기 가격은 탱크 가격의 10배 정도 된다고 보면 대충 맞다. 정말 어처구니없이 비싼 물건이 아니라고 말하지 않을 수 없다.
 게다가 이 물건들은 `쓰기 위해’서 사는 것이 아니다. 탱크나 전투기, 군함 등 정말 비싼 물건들을 사는 이유는 그것을 `쓰지 않기 위해’서다. 참으로 역설적인 일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그것이 국제정치, 군사, 전략의 논리이며 이 같은 역설을 논리를 잘 이해 할 수 없기 때문에 보통 사람들은 물론, 국제정치를 좀 안다는 사람들조차 국제문제에 대해 정확한 분석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군대와 무기는 쓰지 않기 위해서 가지고 있는 것이다. 즉 전쟁을 하지 않기 위해 가지고 있는 도구들이다. 값비싼 무기들은 앞으로 수십 년 동안 쓸 일 이 없다가 고물이 되어 폐기 처분 하게 된다면 그보다 더 좋은 일은 없을 것이다. 그동안 전쟁이 발발하지 않았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전략 과 전쟁, 넓게는 국제정치 영역이 역설의 영역임을 가장 체계적으로 설명하는 책은 하버드 대학에서 간행된 「전략 : 전쟁과 평화의 논리」(Strategy: Logic of War and Peace) 다. 군비와 전쟁에 관한 유명한 금언인 베제티우스의 `Si Vis Pacem Para Bellum’ 즉 평화를 원하면 전쟁을 준비하라 (If you Want Peace, then Prepare for War) 라는 논리를 소개하고 분석한 럿왁 박사는 이 문장의 문장 구조가 역설적 이라는 사실을 강조한다. 즉 A를 원하면 B를 하라 (If you want A, then do B) 는 문장 구조인데 여기서 A와 B는 반대되는 개념인 것이다. 누구든 전쟁과 평화가 반대 개념이라는 사실을 잘 알 것이다.
 그러나 우리 일상사의 다른 영역들 중 역설의 논리가 적용 되는 곳은 별로 없다. 날씬해지고 싶으면 조금 먹어야 하고, 성적 올리고 싶으면 공부 더 많이 해야 한다. 돈 많이 남기고 싶으면 아껴 써야 하고, 튼튼해지고 싶으면 운동을 많이 해야 한다. 일상생활의 대부분을 지배하는 것은 상식 논리다.
 예를 더 들어 보자. 만약 수십 명을 서울에서 대전까지 이동 시켜야 하는 경우 어떻게 하는 것이 제일 좋은 방법일까? 날씨 좋은 날 낮에 고속도로를 이용, 버스로 이 사람들을 이동 시키는 것이 제일 합리적일 것이다. 평시에 일반 상식으로 도출 할 수 있는 가장 합리적인 방안이다.
 그런데 전쟁 상황에서 수십 명의 병사를 서울에서 대전까지 인솔해 가는 소대장을 생각 해 보자. 날씨 좋은 날 낮에 고속도로로 버스를 통해 이동 한다면 자살이나 마찬가지  일수도 있다. 적에게 노출되고 공격받기 딱 좋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여러분이 소대장이라면 그리고 소대원들을 인솔한다면 밤에, 특히 달빛이 비치지 않는 날을 골라, 산등성이 고갯길로 이동하는 것이 가장 훌륭한 방법 일 수 있다. 적의 공격에서 가장 잘 은폐 엄폐 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 방법은 물론 경영학적, 경제학적 방법은 아니다. 군사, 전략, 국제정치 영역은 경영학, 경제학적 방법으로 평가 되지 않는다. 국가의 존망을 다루는 영역이기 때문이다. 자유경제의 비조인 아담 스미스조차 국방의 영역은 예외라고 강조하고 있다.
 그렇지만 많은 사람들이 평화만 크게 외치면 평화가 저절로 오는 줄 알고 있다. 국제정치 영역과 같은 역설적인 곳에서 평화만 외치는 경우 오히려 평화를 잃을 가능성이 훨씬 높았다는 것이 역사의 교훈이다. 우리나라 지도자들도 이 같은 역설을 잘 이해함으로써 이 나라가 다시 전쟁 혹은 패배의 구렁텅이로 다시 빠져 들지 않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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