험난한 우리네 인생… `불행과 행복’마음먹기 달렸다
  • 이부용기자
험난한 우리네 인생… `불행과 행복’마음먹기 달렸다
  • 이부용기자
  • 승인 2012.06.2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추천DVD  `환상의 그대’

98분간 동분서주하며 안타까운 인물 이야기 보듬어
출연 배우들 연기 출중·스토리 촘촘·안성맞춤 음악 삽입

 삶을 살아가면서 헛됨과 망상의 그물에서 벗어날 길은 없을까.
 한 손에 꽉 움켜쥔 듯한 `성공’과 `행복’이 종종 손가락 사이로 허망하게 빠져나가 허공으로 흩어지는 이유는 무얼까.
 77세의 노장 감독 우디 앨런은 그의 40번째 장편영화 `환상의 그대’에서 삶이란 아이러니로 가득 찼다고 말한다.
 “인생은 음향과 소란으로 가득 찬 채 아무런 의미도 없는 바보들이 지껄이는 이야기일 뿐.”
 영화는 셰익스피어의 비극 `멕베스’의 이런 대사로 문을 연다.
 앨런 감독은 상영시간 98분간 살려고 동분서주하지만 결국은 불행을 피하기 어려운 안타까운 인물들의 이야기를 보듬는다.
 “인생이 덧없이 흘러가는 게 두려웠다”는 알피는 수십 년간 같이 산 부인 헬레나를 버리고 딸 또래의 샤메인과 결혼한다. 낙담한 헬레나는 “인생의 방향이 필요하다”며 점쟁이의 말에 의지한 채 살아간다.
 알피-헬레나의 딸 샐리는 소설가 데뷔 후 이렇다 할 작품을 써 내지 못한 남편 로이와 허구한 날 싸우다 갤러리에 취업하고 나서 직장 상사 그렉의 깔끔한 매너와 돈 씀씀이에 반한다. 로이는 맞은 편 아파트에 사는 디아 를 보고 흑심을 품는다.

 영화 `환상의 그대’의 원제는 `You will meet a tall dark stranger’다. 헬레나가 점쟁이로부터 남자를 만날 수 있을 것이라는 말을 들었다고 말하자, 사위인 로이가 “장모님, 키 크고 어두운 피부의 남자를 만날 거예요”라며 조롱 섞인 어투로 던지는 대사를 제목으로 따왔다.
 로이의 어투처럼 영화는 인생에 대한 조롱으로 풍성하다. 교통사고로 죽은 친구의 소설을 자기 글로 포장한 로이는 대박의 꿈을 터뜨리려는 순간, 죽은 줄 알았던 친구가 실은 건강을 회복하는 중이라는 사실을 알고는 절망한다.
 점쟁이에게 의탁했지만 낙담치 않고 살아가는 어머니를 보면서 안심한 샐리도 당혹스럽기는 마찬가지다. `당분간 금전 거래를 끊으라’는 점쟁이의 말을 극도로 신뢰한 어머니가 자기에게 돈을 빌려주지 않기 때문이다.
 비아그라를 복용하며 온갖 애를 쓰는 알피는 결국 꿈에 그리던 아들을 얻을 기회를 얻지만 부인의 외도로 정작 자신의 아이가 아닐 가능성이 큰 상황에 직면하며 샐리는 연모하는 상사 그렉에게 자기 화가 친구를 소개해주지만 돌아오는 건 둘이 눈이 맞았다는 소식뿐이다.
 영화는 소소한 유머들이 설치돼 있지만, 그 웃음 안에는 비극의 싸앗도 담겼다. 빛과 어둠도 늘 함께한다. 캐릭터들이 기쁨에 들떠 있는 순간, 날씨는 어김없이 잿빛이거나 비가 내린다.
 삶은 인물들이 바라는 대로 전혀 진행되지 않는다. 앨런 감독은 험난한 인생을 버티는 길은 “약(medicine)보다는 환상(illusion)이 낫다”고 말한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디즈니의 음악이 흐르는 것도 이같은 메시지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보고 나서 곱씹을수록 매력적인 작품이다. 영화를 보다가 웃음을 터뜨리더라도 극장문을 나설 때는 삶이 쓸쓸해질지도 모른다. 홉킨스부터 왓츠까지 출연 배우들의 연기력은 너나 할 것 없이 출중하며 촘촘하고 밀도 있는 드라마에 얹히는 다양한 음악들의 힘도 강력하다. 2010년 칸 국제영화제 공식 비경쟁부문에 초청됐다.
 청소년 관람불가.
 /이부용기자 queen1231@hidomin.com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최신기사
  • 경북 포항시 남구 중앙로 66-1번지 경북도민일보
  • 대표전화 : 054-283-8100
  • 팩스 : 054-283-5335
  • 청소년보호책임자 : 모용복 국장
  • 법인명 : 경북도민일보(주)
  • 제호 : 경북도민일보
  • 등록번호 : 경북 가 00003
  • 인터넷 등록번호 : 경북 아 00716
  • 등록일 : 2004-03-24
  • 발행일 : 2004-03-30
  • 발행인 : 박세환
  • 대표이사 : 김찬수
  • 경북도민일보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북도민일보. All rights reserved. mail to HiDominNews@hidomin.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