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마다 창궐하는 `대권’이라는 疫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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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마다 창궐하는 `대권’이라는 疫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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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2.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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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를 향한 정운찬의 `동반성장’ 추파

 정운찬 전 국무총리는 5년 전인 2007년 대통령선거 출마포기를 선언했다. 그는 “정치직접 참여를 신중하게 생각했지만 `자질과 능력이 부족’하다고 생각해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고 그 이유를 밝혔다. 그는 “정치는 세력화를 통해 지도자로 인정받는 과정을 거쳐야 하지만 그런 세력화 활동을 해본 적이 없다”고도 했다.
 그랬던 정 전 총리가 5년 뒤인 지난 29일 `신당’ 창당을 선언하고 대선출마 가능성을 풍겼다. 29일 한겨례 인터뷰를 통해 “중도적이고 국민통합적인 제3 세력이 출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가 주장한 `제3의 세력’은 이미 태동 중이다. 그는 각계 인사 40여 명과 함께 가칭 `시민의 힘’을 다음 달 중으로 공식 발족할 예정이다. 또 전국 조직인 `동반성장 국민연대’도 9월 6일 프레스센터에서 발족식을 갖는다. 31일에는 충청도 천안에서 `동반성장 충청연대’가 발족된다. 5년 전 `자질과 능력이 부족해’ 대권도전을 포기했던 그가 5년 만에 고향인 충청도에서부터 대권 행보를 시작하는 것이다. “지난 5년간 국정을 경험하고 어려움도 알게 됐다”는 게 대권 재도전 이유다.
 정 전 총리는 5년 전 대선출마를 포기한 뒤 이명박 정부에서 2009년 9월부터 2010년 8월까지 11개월 동안 총리를 지냈다. 이명박 정부 한승수 초대 총리가 1년 7개월, 3대 김황식 총리가 2년 가까이 재임 중인 것과 비교하면 `단명’이다. 총리에 지명되자마자 `세종시 수정’을 들고 나와 분란을 일으켰다. 노무현의 `수도 천도’를 수정한 `세종시’를 여야가 합의하고 세종시 건설이 시작된 상황에서 `세종시 포기’를 의미하는 `수정’을 주장함으로써 충청권의 반발은 물론 세종시 합의를 이끈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와 갈등을 빚었다. 정 전 총리는 세종시 갈등으로 총리직 수행이 여의치 않았다. 그는 총리 퇴임후 동반성장위원장을 맡았다.
 정 전 총리는 총리에서 물러나자마자 노무현 대통령 청와대 정책실장 `변양균의 정부(情婦)’ 신정아 파문에 휩싸였다. 신정아는 감옥에서 쓴 자서전 `신정아 4001’(4001은 신정아 수번)에서 정 전 총리가 서울대총장 시절 자신에게 치근대던 모습을 까발렸다. 노골적인 스킨십에서부터 “정아가 좋다” “자주 만나고 싶다”고 치근덕거렸고, 신 씨에게 `서양사 교수’와 `미술관장’ 자리까지 미끼로 던졌다는 것이다. 신 씨는 정 전 총리를 “겉으로만 고상할 뿐 도덕관념은 제로”라고 혹평했다. 교회 안수집사인 그가 학력위조범으로 감방까지 간 신 씨로부터 얻어들은 소리다.

 정 전 총리가 신당을 만들어 직접 대선에 뛰어들지는 미지수다. 그는 우선 대권후보로서 경쟁력을 상실한 상태다. 3개월 전 1% 안팎 지지율을 얻은 게 끝이다. 여론조사 전문기관은 그 뒤 그를 조사대상에서 뺐다. 따라서 `정운찬 신당’은 본인 출마용이라기보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을 향한 `추파’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제3신당을 만들어 정치세력이 없는 안 원장을 영입해 `동반성장’하겠다는 얘기다.
 정 전 총리가 안 원장에게 손짓하는 명분도 `동반성장’이다. 그는 틈만 나면 “안 원장이 동반성장에 대해 어떤 생각인지 토론하고 싶다”고 메시지를 던졌다. “동반성장에 도움만 된다면 무슨 일이든 다 한다”고도 했다. `동반성장당’이라도 만들겠다는 투다.
 정 전 총리가 혹시 `제2의 박원순’을 꿈꾸는지 모를 일이다. 안 원장이 서울시장 보선에서 `박원순 지지’를 선언하고 뒤로 빠진 것처럼 안 원장이 이번에는 자신을 대통령후보로 지지하고 뒤로 물러나기를 바라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내가 (안철수에게) 도움을 줄 수도 있고, 도움을 달라고 할 수도 있다”는 그의 말이 너무 노골적이다.
 교회안수집사인 정 전 총리는 지난 27일 안철수 멘토라는 법륜스님이 이사장인 평화재단 사무실 이전식에 느닷없이 찾아와  법륜과 환담했다. 안철수가 박원순에게 서울시장 자리를 `협찬’했듯 대권을 향해 자기와 `동반성장’하자는 뜻 아닐까? 5년 전 노무현 대통령으로부터 “경제공부 좀 했다고 경제를 잘하는 게 아니다”라는 일갈에 주저앉은 정운찬의 동반성장 전략이 어떻게 실현될지 궁금하다. 5년마다 `역병(疫病)’처럼 번지는 대권 바이러스가 무섭다. 그 바이러스는 돈 좀 벌었거나, 대학 교수로 이름 좀 날린 사람들을 상대로 무서운 전염성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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