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도심 일부 구간에 조성한 클린로드가 그다지 쓸모 없는 설비로 전락하고 있다. 클린로드는 도로를 물로 씻어내 대기오염을 줄이고, 여름철 열섬현상도 해소하기 위한 시설물이다. 포항시는 지난 2008년 육거리 ~ 남빈거리 ~ 오거리 구간을 클린로드로 설정했다. 모두 830m 구간에 들어간 돈이 15억 원이다. 그러나 어느 해보다도 불볕이 기승을 부린 지난여름 이 시설물이 사용된 일이 거의 없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이 시설은 결국 또 다른 전시행정에 혈세낭비 사례로 남게 됐다.
포항의 클린로드는 자동으로 물을 뿜어내는 시설이다. 노면 온도가 45℃를 넘어서면 스스로 물을 뿜어내 도로를 식히도록 설계됐다. 이에 따라 여름철엔 하루에 3 ~ 4회 정도 분사하게 된다. 봄·가을에도 노면 온도가 높아지면 자동분사된다.그러나 지난 7 ~ 8월 뙤약볕 속에 과연 몇 번이나 가동됐는지 의문이라는 게 중론이다. 포항 북구청 관계자 또한 시설유지보수업체의 가동시간 기록에 의구심을 품고 있는 실정이다.
클린로드 설비의 효용성엔 포항시 관계자도 의문을 품고 있다. 열섬현상 해소에도, 도로 청소 기능에도 하는 일이 없다면 폐기 처분을 하든지 , 시설을 개선하든지 해야 한다. 포항시 관계자는 “ 해당업체와 협의해 문제점을 보완하겠다”고 했다. 15억원이나 들인 시설을 4년만에 뜯어내 버릴 수는 없는 노릇이니 어쩔 수 없이 개선해보겠다는 소리로 들린다.
포항시는 도시디자인에 많은 관심을 쏟는 도시임엔 틀림없다. 클린로드도 그 하나다. 이밖에도 아직은 어설퍼 보이는 시설물들이 수두룩하다. 언젠가는 필요할지 몰라도 아직은 때이른 시설물 설치에 혈세를 들이고도 관리를 제대로 못해 혈세를 낭비하는 결과를 빚는 것은 없는지 이참에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겉치레보다는 쪽방촌 환경개선에 힘을 쏟는 것이 차라리 내실을 다지는 길이라고 할 수 있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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