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지난 8, 9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아·태 적십자 회의에서 “수해로 176명이 사망하고 22만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고 보고하고 해외의 도움을 요청했다. 이에 앞서 정부는 지난 3일 적십자사를 통해 북측에 수해 지원 의사를 전달했다. 우리측 제의가 있은지 꼭 1주일 뒤인 10일 북한은 우리 제의를 수용했다. 그러나 `조건부’다. “지원 품목과 수량을 알려 달라”는 것이다.
수해를 입은 북한 주민을 돕기 위한 지원을 반대할 생각은 없다. 무능한 북한 정권 때문에 북한 주민들이 엄청난 수해를 입고도 먹을 것과 입을 것이 없어 고통스러워하는 실상을 외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정부가 북한의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도발에 따른 `5·24 대북제재’에도 불구하고 수해 지원을 결정한 것도 인도적 차원의 결정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그러나 국제사회에 손을 내민 북한이 유독 우리측을 향해 “수해지원을 한다면 받겠는데, 주겠다는 지원 품목과 그 수량을 알려 달라”고 `조건’을 단 것은 가증스럽기 짝이 없는 행태다. 지원 품목에 자기들이 원하는 품목이 들어있지 않을 경우 거부하겠다는 속셈이다.
북한은 우리측의 수해 지원을 조건부로 수용하겠다고 밝힌 다음날 노동신문을 통해 “동족 대결에 환장해 시대 흐름과 민족 지향에 역행하는 이명박 역적패당은 겨레의 거족적인 투쟁에 의해 파멸의 운명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패악을 부렸다. 한 손으로는 수해 지원 물자를 챙기면서 다른 손에는 칼을 들고 협박 공갈을 서슴지 않은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독도를 방문함으로써 일본의 독도 야욕에 쐐기를 박았다. 뿐만 아니라 “일왕이 방한하려면 순국지사들에게 사죄부터 해야할 것”이라고 일본 침략의 책임 소재를 분명히 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매년 실시해온 독도수호훈련에 해병대의 상륙훈련을 제외시키는 등 뒷걸음질 치고 말았다. 시작은 창대한 데 그 과정과 결말이 흐지부지로 흐르고 만 것이다. 이번 대북 수해지원도 `5·24 대북 제재’가 시퍼렇게 살아 있는 데도 북한이 손을 내밀기도 전에 먼저 수해지원을 언급함으로써 “품목과 수량을 알려 달라”는 북한의 황당한 요구에 직면한 것이 아닌가? 외교는 일관성이 중요하다. 특히 북한 같은 변태집단에는 원칙을 확립하는 게 무엇 보다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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