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같은 선거 `축제’ 같은 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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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같은 선거 `축제’ 같은 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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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7.0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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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년 대선, `정치의 해’를 맞아-
 
 
    박 효 종 /(서울대 국민윤리교육과 교수)
 
 2007년은 누가 뭐래도 명실공히 `정치의 해’가 될 것 같다. 참여정부 공식임기가 끝나는 것은 2008년이지만, 새로운 5년 통치의 시작을 알리는 주요 이벤트들은 2007년에 절정에 달할 것이기 때문이다. 권력이양과 대통령선출은 한국이 처한 절박하기 짝이 없는 상황을 고려해볼 때 그 의미는 실로 막중하다. 현재 상황은 모두 천 길 낭떠러지 앞에 아슬아슬하게 서 있는 형국이다. 선진화 문턱에 와있으면서도 그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는지 몇 년째 인가. `잃어버린 10년’이라는 말까지 회자되기 시작한 걸 보면, 여간 심각한 일이 아니다. 국민소득 2만 달러 시대가 왔다고들 하지만, 그 2만 달러 시대를 실감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되겠는가. 이념갈등이든 지역갈등이든, 세대갈등이든 계층갈등이든, 한국사회의 분열과 갈등은 통제 불능 상태에 이르렀다고 해도 무방하다. 북핵문제로 안보문제가 긴급한 현안으로 제기되어 있는 실정이다. .
 그렇다고 정부 여당의 국정운영과 정치가 제 역할을 한 것도 아니다. 국민모두를 아우르는 `보편적 정치’보다 당동벌이(黨同伐異)를 방불케 할 만큼 `파당적 정치’의 성격을 노정했기 때문이다. 지난대선에서 자신을 지지한 사람들은 물론, 자신을 반대한 사람들까지 아우르는 `포용적 리더십’에 대한 절규가 얼마나 강렬했는가. 국정책임자의 너무 솔직하면서도 적나라한 언사들은 `벌거벗은 임금님’처럼 국정수행에 필요한 권위까지 실종시켰다는 비판을 불러오고 있다. 금년 대선은 난마처럼 얽힌 이 모든 것들에 대한 해법이 강구되는 것은 아니더라도 해법의 가닥이 잡히는 계기로 작용할 수 있지 않겠는가.
 자문하고 싶다. 선거란 `축제’인가, `전쟁’인가. 아니면 말로는 `축제’지만 실제로는 `전쟁’일까. 민주주의 교과서대로 말한다면, 선거란 축제다. 누가 이기고 지든, 공동체구성원 모두 자신들의 `공동체적 정체성’을 확인한다는 것이 중요하다.
 그럼에도 2007년의 대통령 선거는 그리스 철학자 헤라클레이토스의 경구대로 “전쟁이 모든 것의 아버지가 되는” 사태를 초래할 수도 있다. 그게 아니라면 토마스 홉스의 표현대로 “인간이 인간에게 늑대가 되는” 상황으로 돌변할 수도 있다. `우리 편’과 `상대편’이 목숨을 걸고 싸우는 것과 같은 상황이 전개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대통령선거가 `축제’가 되지 못할 바에야 `운동경기’는 되어야 한다. 운동경기에서 상대방은 실력을 겨눠야 할 `경쟁자’일 뿐, 박멸해야 할 `적’은 아닌 것이다. 대선에서 상대방은 경쟁해야 할 `상대’이지 없어져야 할 `적’이나 `원수’는 아니다.
 공존의 철학을 전제로 한 민주선거라고 해도 과거 국정이나 정책에 대한 평가와 심판이 없을 수는 없다. 그것이 미래비전을 결정하는데 중요하기 때문이다. 미래가 불확실하다면, 과거 행적이 중요한 지표가 되어야하지 않겠는가. 그렇다고 해서 평가란 비방과 흠집내기와는 질적으로 다르다. 음모와 비방은 `전쟁 상황’에서 통용되는 것일 뿐, `축제’나 `운동경기’에서는 통용되지 않는다. 대통령 선거가 `축제’나 `운동경기’보다 `전쟁’으로 인식되어온 이유는 5년 동안 우리를 다스릴 군주를 뽑는 것 처럼 생각해왔기 때문이다.
 우리는 대통령선거에서 국민들이 섬길 상전을 뽑는 것이 아니라 국민들의 발을 씻길 `대리인’ 혹은 `상머슴’을 뽑는다는 생각을 포기해서는 안된다. 5년 동안 국민을 위해 봉사할 사람을 뽑는다는 것이 대통령선거의 진정한 의미다. 이미 장자크 루소도 5년에 한번 주인노릇을 하고 나머지는 노예처럼 살아서는 안된다고 민주시민들에게 엄중히 경고한 바 있다.
 우리정치에는 `바를 정(正)자’ 정치가 빠져 있었다. 정치에서 이기고 지는 것이 중요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승패가 정치의 모든 것은 아니다. 그 동안 한국정치에서 워낙 `전략적 사고’와 `정략적 행보’가 판을 치다보니, 정치의 속성이나 본질과 같은 것에 대하여 고민하는 법을 아예 잃어 버렸다. `정치란 무엇인가’하는 치열한 고민으로 선거의 해를 맞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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