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살 소년·소녀 둘만의 보금자리 찾아 떠나다
  • 연합뉴스
12살 소년·소녀 둘만의 보금자리 찾아 떠나다
  • 연합뉴스
  • 승인 2013.02.0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새영화 `문라이즈 킹덤’

 “우리 그냥 사랑하게 해주세요”
 12살짜리 소년·소녀의 간절한 소원이다. 풋사랑이니 다 지나가고 마는 거라고 어른들은 콧방귀 뀔 테지만, 12살에게도 사랑은 삶의 모든 것일 수 있다.
 `달이 떠오르는 왕국’은 이들의 소원이 마법처럼 이뤄지는 곳이다. 웨스 앤더슨 감독의 신작 `문라이즈 킹덤’ 이야기다.
 이 영화는 사춘기의 우울과 진통, 방황의 이야기를 담았다는 점에서 성장영화라고도 할 수 있지만, 영화의 각 장면과 이야기가 현실에 발을 딛고 있다기보다는 동화책 속의 한 페이지처럼 환상적으로 그려졌다. 이 꿈결 같은 사랑과 모험의 왕국은 우리 현실의 칙칙함과 팍팍함을 잠시 잊게 해준다.
 보이스카우트 캠프 단원 `샘’이 사라지자 대장 교사 `워드’를 비롯한 대원들이 찾아나선다. 샘의 집에 연락하니 전화를 받는 이는 샘의 부모가 아니라 위탁가정의 양부모. 이들은 자초지종도 듣지 않고 사고뭉치 샘을 더이상 받을 수 없다고 선언한다.
 몇 시간 뒤 인근 마을의 고급 주택에 살던 소녀 `수지’ 역시 사라진다. 그리고 샘과 수지는 들판에서 만나 벅찬 눈길로 서로 마주 본다.
 두 사람은 1년 전 교회에서 우연히 만났고 샘은 수지를 보자마자 `너’라고 찍어 친구가 됐다. 서로 편지를 주고받으며 그리워하던 이들은 1년 만에 가출 계획에 성공, 아무도 없는 둘만의 보금자리를 찾아 떠난다.
 목표 지점인 바닷가 `문라이즈 킹덤’에 도착한 이들은 텐트를 치고 달콤한 시간을 보낸다. 하지만, 곧이어 수지의 가족들과 보이스카우트 대원들이 들이닥쳐 둘을 떼어놓는다.
 

사춘기 우울·진통·방황 환상적으로 그린 성장영화

꿈결 같은 사랑·모험의 나라 `달이 떠오르는 왕국’

우리네 현실의 칙칙함·팍팍함 잠시 잊게 해줘

총천연색 그림 펼쳐놓은 듯한 화면 산뜻·청량한 여운
12살로 돌아간 듯한 설렘·떨림 선사

 벤저민 브리튼의 `청소년을 위한 관현악 입문’ 변주곡으로 시작되는 이 영화는 모험의 여정, 달콤한 로맨스, 이별과 시련, 도주극, 행복한 결말까지 총천연색의 그림을 펼쳐놓으며 영화 자체를 하나의 변주곡처럼 느끼게 한다.
 모든 이야기가 끝난 자리에는 소나기가 지난 뒤 무지개를 보는 듯한 산뜻하고 청량한 여운이 남는다.
 앞뒤를 따지지 않고 앞으로만 달려가는 12살 소년·소녀의 불 같은 사랑은 누군가를 좋아하는 마음의 원형질을 보여준다. 이들의 사랑을 지켜보는 어른 관객들은 잊은 지 오래된, 하지만 아직도 가슴 속 어딘가에 그림자로 남아있을 순수한 감성의 결을 다시 매만지게 된다.
 그래서 이 영화를 보는 100분 동안은 마치 12살로 돌아간 듯한 설렘과 떨림이 달빛처럼 가슴 속에 차오르며 행복한 기분에 젖게 된다.
 어른들에게 차가운 시선으로 외면받던 아이들에게 따뜻한 손을 내미는 경찰 소장과 보이스카우트 교사의 시선도 위로가 된다.
 서로 갈등을 겪다 결국엔 마음을 모아 위기를 돌파해가는 아이들의 용기는 어른들에게도 힘을 준다.
 영화 초반부터 음악이 중요하게 등장하는데, 엔딩 크레디트가 다 올라간 뒤 추가로 붙여진 변주곡 행진은 놓쳐서는 안 될 색다른 재미다.
  상영시간 94분. 15세 이상 관람가. 연합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최신기사
  • 경북 포항시 남구 중앙로 66-1번지 경북도민일보
  • 대표전화 : 054-283-8100
  • 팩스 : 054-283-5335
  • 청소년보호책임자 : 모용복 국장
  • 법인명 : 경북도민일보(주)
  • 제호 : 경북도민일보
  • 등록번호 : 경북 가 00003
  • 인터넷 등록번호 : 경북 아 00716
  • 등록일 : 2004-03-24
  • 발행일 : 2004-03-30
  • 발행인 : 박세환
  • 대표이사 : 김찬수
  • 경북도민일보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북도민일보. All rights reserved. mail to HiDominNews@hidomin.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