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의 아들, 영일만 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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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의 아들, 영일만 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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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3.0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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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3년 3월, 나는 경력직으로 포스코건설에 입사했다. 포스코건설과의 만남은 곧 포항과의 인연을 의미했다. 포항은 포스코패밀리의 모태이자 진행중인 역사이기 때문이다. 서울과 인천에서만 근무해 온 나는 지난 1월 전보명령을 받고, 10년만에 처음으로 어머니의 품을 찾게 됐다.
 포항공항에 내리자, 우리가족을 맞이한 것은 낯선 전경들이었다. 팔각모의 해병대원들은 귀대를 서두르는 모습이었고, 억센 사투리가 공항 도착장을 가득 메웠다. 다투는 듯한 떠들썩함에 놀라 돌아보면, 반갑게 대화하는 지역민들의 일상이었다. 서울말이라도 쓰면 이방인으로 경계되지나 않을까 하여 우리가족은 말을 아끼기로 했다.
 택시를 잡아타고 목적지를 일러주자 나이지긋한 기사님께서 대뜸 “포스코 다니지예? 포항에 발령받아 오셨는겨?” 하는 것이었다. 나는 그저 “지·곡·단·지·요”라고 다섯 음절만 말했을 뿐인데, 타지의 냄새를 지울 수 없었나 보다. 기사님은 포항에 잘 왔다며 포항소개와 자랑을 이어갔다. 아홉살 난 아들에게는 퀴즈를 내고 사탕까지 쥐어주셨다. 도착할 즈음엔 긴장과 경계의 마음은 사라져 있었다. 요금이 만원 넘게 나왔으나, 끝전은 됐다며 만원만 받으셨다.
 집에서 이삿짐을 정리하다가 문득`여기가 우리회사의 고향이구나. 한국산업화의 태동지, 포항… ’이라는 생각이 들자, 말로만 듣던 포스코의 정신을 마주하는 감동이 밀려왔다. 나는 낯선 고향에 연착륙하기 위해 주말을 이용해 최대한 많은 곳을 돌아보기로 했다.

 가장 먼저 찾은 곳은 호미곶이었다. 해안도로에서 바라본 동해는 신비로울 정도로 깊고 푸르렀다. 호미곶은 한반도의 지형적 인상을 결정짓는 곳이라고들 한다. 그도 그럴 것이 호랑이의 꼬리는 백수의 왕임을 보여주는 용맹과 권위의 상징이기 때문이리라.
 호랑이의 기운을 한껏 받은 다음날엔 죽도시장을 둘러보았다. 생각보다 규모가 컸다. 한때 강원도 일대까지 아울렀다는 유통의 요충지다웠다. 곳곳에 놓인 커다란 찜통들에서는 대게가 먹음직하게 삶아지고 있었다. 시장은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발 디딜 틈을 살피며 이동하면서도, “그래. 이런 게 사람 사는 세상이지“ 라는 생각이 들었다. 죽도시장은 우리회사가 매달 한차례씩 재래시장 살리기 캠페인을 벌이는 곳이기도 하다. 오는 5월이면 죽도시장 장보기 100회를 맞게 된다. 회사와의 오랜 인연 때문인지 여러 번 온 듯한 친근함이 느껴졌다.
 포항에 온지 이제 두 달. 하지만 포항은 낯선 이에게조차 관대했다. 자동차로 십여분 만에 경외(敬畏)로운 바다와 천년고도의 유적을 선사하더니, 포스텍과 포스코교육재단을 인근에 두어 세번이나 발품을 팔았던 맹모(孟母)의 수고마저 덜어주었다. 그야말로 천혜의 요지에 의탁하게 된 셈이다. 고려시대에 탄생했다는 영일(迎日)이라는 지명은, 우리말로`해를 맞이한다’는 의미다. 영일의 설렘은 조선시대 의유당 김씨의 동명일기(東溟日記)에서 잘 드러난다. 사대부 가문의 여인네마저 영일의 벅참을 억누르지 못하고, 종국에는 국문학사에 획을 긋는 작품을 탄생시켰다. 고독과 낭만의 가수 최백호씨의 노래 가운데에 `영일만 친구’가 유독 열정적인 것도 이런 이유가 아닐까!
 약 200년 전 의유당 김씨가 보았을 그 일출을 보면서, 나는 소회에 젖는다. 포항은 더욱 생동할 것이다. 영일만은 계속 넘실댈 것이다. 그리고 그 안의 우리는, 우리 포스코패밀리는 거듭 발전할 것이다. 어제와 오늘처럼, 내일의 해도 바로 이곳에서 떠 오를 것이기에…. 그리고 주먹을 쥐어본다. 관대함과 열정을 지닌 포항의 자랑스러운 아들, 영일만의 진정한 친구가 되기 위해 나 또한 정진할 것이라고….

이 상 호 (포스코건설 총무그룹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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