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이 뭐냐? 모든 것의 시작과 끝이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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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이 뭐냐? 모든 것의 시작과 끝이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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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3.0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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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DVD 베니스 영화제 황금사자상 수상작 `피에타’

 2012년 베니스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수상한 김기덕 감독의 18번째 영화 `피에타’.
 미켈란젤로가 만든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모자의 제목이기도 한 `피에타’는 `자비를 베푸소서’라는 뜻.
 그러나 자비는 과연 누가 베풀 수 있는 것일까.
 감독은 늘 스스로 묻고 관객과 함께 답을 찾기를 원했던 그 질문을 이번에도 또다시 던졌다.
 영화는 `인간 백정 같은 새끼’를 주인공으로 내세웠다.
 등장인물들은 이 주인공 남자를 그같이 부르거나 `악마새끼’ 혹은 `인간 쓰레기’, `불에 타 죽을 놈’, `차에 매달아 갈아 죽이고 싶은 놈’이라고 한다.
 사채업자 밑에서 돈을 받아내는 해결사 역할을 하는 강도는 그 수법이 악랄하기 그지없다. `기껏해야’ 300만 원에서 1000만 원을 빌려쓴 사회 밑바닥의 `노동자’들에게 그는 일주일 혹은 열흘만에 그 열 배에 달하는 돈을 요구한다. 갚지 못하면 신체를 절단해 그 보상금으로 나온 보험금을 가로챈다.
 김 감독은 영화를 삼등분으로 나눠 전반부 1부는 이 인간말종의 행태를 가감 없이, 보란듯이 화면에 꽉 채운다.
 울음조차 사치일 정도의 지옥 같은 현실감으로 다가온다.
 방송 뉴스에서 신문 사회면에서 매일같이 접하긴 하지만 내 일이 아닌 남의 일인양 넘어가곤 했던, 우리 사회의 밑바닥에서 벌어지는 지옥 같은 일들이 영화 시작과 함께 숨 돌릴 틈도 없이 연타로 관객의 안면을 강타한다.
 지킬 것도 없고, 잃을 것도 없는 강도는 칼 하나에 의지해 일하고 먹고 산다. 일할 때는 위협의 수단인 칼은 그가 먹고사는 순간에서는 요리의 도구가 된다. 그런데 그가 요리하는 방식도 불편하다.
 그는 늘 살아있는 짐승을 사와 스스로 죽이고 발라서 먹는다. 생선을, 닭을, 장어를 그는 뼈와 내장, 살을 발라내 먹는다. 영화는 도저히 인간이라고는 부를 수 없는, 짐승 같은 강도의 일상을 그대로 보여주며 관객의 스트레스와 혐오감을 상승시킨다.
 먹고 싸고 자는 욕망에만 충실한, 피도 눈물도 없는 강도는 성욕도 왕성하다. 잠결에 몽정을 하며 이 `악마 같은 놈’은 마치 천상의 기쁨을 느끼는 듯하다.
 

`인간 백정 같은 새끼’ 주인공 내세워

 돈에 의해 규정되는 처절한 인간관계 그려

 이정진·조민수의 파격적 연기 변신 볼만

 그런데 성욕은 `인간’에게도 공통된 욕구다. 강도에게 손 하나를 절단당할 위기에 처한 불쌍한 민초에게도 극한 상황에서 성욕은 죽지 않는다.
 김기덕은 앞으로 질주해 나가면서도 이 두 가지 기막힌 상황을 대비시키며 과연 `인간’은 무엇인지 질문하는 것을 잊지 않는다.
 노모의 앞에서 아들을 두들겨 패고, 아내 앞에서 남편의 손을 잘라내며 살아가는 강도의 앞에 어느 날 난데없이 엄마라고 주장하는 여자가 나타난다.
 여기서부터 영화의 2부가 시작된다.
 30년간 피붙이 없이 살며 엄마로부터, 세상으로부터 버림받은 놈이라고 생각하며 살아온 강도는 엄마라는 여인에게 비웃음을 퍼부으며 처음에는 폭력적으로 저항한다.
 하지만 그러한 폭력적인 부정의 과정을 거치면서 강도의 안에는 어느새 엄마에 대한 사무친 그리움이 솟아나고, 그는 서서히 변화한다. 지킬 것이, 목숨 걸고 함께하고 싶은 것이 생겼기 때문이다.
 강도는 “불안해. 날 또 버리고 떠날까 봐. 이제 혼자 남으면 못살 것 같아”라고 고백마저 한다.
 하지만 영화는 3부에 반전을 배치해놓고 강도를 궁지로 몰아넣는다. 인간 개조의 과정을 지켜보나 싶던 관객 역시 3부에서 다시 가슴을 옥죄는 불편함과 맞닥뜨리게 된다.
 김기덕은 구원과 자비의 주체는 누구이며, 용서는 누가 누구에게 구해야 하는 것인지 질문한다.
 강도가 엄마에게 묻는다. `돈이 뭐냐’고.
 엄마는 답한다. `모든 것의 시작이자 끝’이라고.
 영화는 그 `모든 것’ 안에 사랑, 명예, 분노, 폭력, 복수, 죽음 등이 들어 있다고 말한다. 현대사회에서 돈에 의해 규정되는 인간관계가 낳을 수 있는 처절한 결과들이 화면에서 펼쳐지면 관객은 그 불편한 진실 앞에서 고개를 돌리게 된다.
 하지만 그것은 엄연히 지금도 어딘가에서 벌어지는 `진실’이고 감독은 관객의 눈 바로 앞까지 그러한 진실을 들이밀며 직시해보라고 한다. 당연히 고통스럽다.
 엄마는 도중에 강도가 누군가에게서 뺏어온 토끼를 풀어준다. 그러나 서울 한복판에서 풀려난 토끼는 과연 살 수 있을까.
 /이부용기자 queen1231@hido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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