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남자의 각기 다른 욕망·분노 해소법
  • 연합뉴스
네 남자의 각기 다른 욕망·분노 해소법
  • 연합뉴스
  • 승인 2013.02.2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새영화 박명랑 감독의`분노의 윤리학’…뒤틀린 인간의 본성 드러내다 

 희, 노, 애, 락 중 인간을 가장 크게 지배하는 감정은 `분노’라고 이 영화는 말한다.
 저마다 분노로 뒤틀린 인간들이 분풀이로 한 행동을 놓고 잘잘못을 따지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영화 `분노의 윤리학’이 던지는 질문이다.
 미모의 여대생이 있다. 룸살롱에 5000만 원을 빚지고 이자라도 갚으라는 룸살롱 주인의 동생이자 사채업자의 강요로 사진 스튜디오 모델 등 다른 일까지 억지로 해야 하는 신세다. 또 그가 `물주’로 이용하라며 소개해 준 유부남 교수와 불륜 관계를 이어가고 있다.
 헤어진 남자친구는 그녀를 사랑한다며 시도 때도 없이 전화를 걸거나 찾아와 귀찮게 한다. 그녀를 짝사랑하는 옆집 남자 정훈은 욕실 환풍기 통로를 이용해 그녀의 집에 도청과 녹화 장비를 설치해놓고 그녀의 일거수일투족을 엿본다.
 어느날 그녀가 집에서 교수와 성관계를 맺고 교수가 집을 나간 뒤 여자는 살해돼 시체로 발견된다.
 그녀가 살해당하던 순간을 목격한 정훈은 범인에 대해 분노한다. 전 남자친구는 여자의 집에서 우연히 도청장치를 발견하고 옆집 남자가 몰래 그녀를 스토킹하고 있었다는 사실에 분노한다. 사채업자 명록은 빚을 되돌려받지 못했다는 생각에 분노하며 건질 게 없는지 살펴보러 왔다가 그녀의 죽음에 관련된 인물들이 더 있다는 사실을 알고 이를 빌미로 돈을 받아낼 궁리를 한다.
 이 영화는 살인 사건에서 출발하긴 하지만, 미스터리나 스릴러 장르와는 거리가 멀다.
 범인이 누구인지는 처음부터 다 보여주고 시작하기 때문에 사건의 실체를 밝혀내는 게 목적이 아니다.
 영화가 보여주는 것은 한 여자를 둘러싼 악랄한 사채업자, `찌질한’ 전 남자친구, 옆집 스토커, 불륜 관계의 교수까지 네 남자의 각기 다른 욕망과 분노, 그것을 해소하는 방식이다.

 

살해된 미모의 여대생, 그녀의 죽음에 얽힌 네 남자
다른 방식으로 서로 응징하려 하는데
갈수록 극단으로 치닫는 인물들 공감대 형성 못해

긴장감 부족, 주제도 불분명
개성있는 배우들 연기 보는 재미는 솔솔

 네 남자는 자신의 잘못은 생각하지 않고 그녀와 관련 있는 다른 남자에게 자신의 분노를 표출한다. 클라이맥스의 스튜디오 장면에서 세 남자가 모여 벌이는 싸움은 한 편의 부조리극을 보는 느낌이다. 각자 자신의 감정에만 몰두한 두 남자의 끝없는 말다툼과 살기 위해 무슨 말이든 지껄여대는 한 남자의 모습은 우스꽝스러운 블랙코미디의 느낌을 주기도 한다.
 하지만, 영화는 나름 신선하고 독특한 설정에서 출발했음에도 이야기를 끝까지 힘있게 끌어가지는 못해 아쉬움을 남긴다. 무엇보다 후반부로 갈수록 극단으로 치닫는 인물들의 행동은 보는 사람의 공감을 이끌어내지 못한다.
 `분노’라는 동인이 어떻게 사람을 파괴하는지를 보여주려 한 것으로 보이지만, 이들의 분노는 이야기의 흐름 속에서 점점 더 설득력이 떨어진다. 오히려 처음부터 정상이 아닌, 싸이코에 가까운 인물들이 벌이는 소동극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야기의 결말을 짓는 인물인 교수의 아내 역시 자연스러워 보이지 않는다.
 그러다보니 극적인 긴장감이 잘 살아나지 않고 `분노의 윤리학’이라는 주제도 썩 분명하게 전달되지 않는다.
 그래도 조진웅, 이제훈, 곽도원, 김태훈, 문소리 등 개성 있는 배우들의 연기를 보는 재미는 있다.
 신인 박명랑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상영시간 110분. 청소년관람불가. 연합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최신기사
  • 경북 포항시 남구 중앙로 66-1번지 경북도민일보
  • 대표전화 : 054-283-8100
  • 팩스 : 054-283-5335
  • 청소년보호책임자 : 모용복 국장
  • 법인명 : 경북도민일보(주)
  • 제호 : 경북도민일보
  • 등록번호 : 경북 가 00003
  • 인터넷 등록번호 : 경북 아 00716
  • 등록일 : 2004-03-24
  • 발행일 : 2004-03-30
  • 발행인 : 박세환
  • 대표이사 : 김찬수
  • 경북도민일보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북도민일보. All rights reserved. mail to HiDominNews@hidomin.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