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환의 `강이 풀리면’엔 애타게 기다리는 마음이 절절이 배어있다. “강이 풀리면 배가 오겠지/ 배가 오면은 님도 탔겠지// 님은 안 타도 편지야 탔겠지/ 오늘도 강가서 기다리다 가노라 // 님이 오시면 이 설움도 풀리지/ 동지 섣달에 얼었던 강물도 // 제멋에 녹는데 왜 아니 풀릴까 / 오늘도 강가서 기다리다 가노라.”
미국 워싱턴D.C. 우체국엔 두 가지 명문(銘文)이 새겨져 있다고 한다. 남동쪽과 남서쪽 모서리에 하나씩이다. 이 가운데 남동쪽에 새겨져 있다는 명문 한 가지만 옮겨본다. “소식과 지식의 전달자, 상업과 산업의 매개자, 상호면식의 추진력, 사람들 사이의, 그리고 국가간의 평화와 친선의 것.” 이와는 달리 남서쪽 모서리의 명문은 딱딱한 공문과 연서의 차이 정도라고나 하면 될지도 모르겠다.
기다리는 사람은 망부석이 되고 말 지경이다. 그런데도 배달 사고난 편지는 제 갈길을 다 돌고나서야 느릿느릿 주인을 찾아온다. 요즘 우리나라의 우편 배달망이 느리다는 소리가 아니다. `1분만 지나면 나는 가요’라며 안 오는 애인을 기다리는 사람으로서는 그럴 수밖에 없다는 소리다. `항우도 낙상할 적이 있고 소진도 망발할 적이 있다’고 하니 그렇게 너그러워질 수밖에 없는 것인가.
김용언/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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