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무엇일까? 질문을 받은 사람들은 저마다 자신의 위치에서 답을 찾으려 들게 마련이다. 청소행정을 맡은 공무원은 매립장을 떠올릴지도 모를 일이다. 주민은 `쓰레기 투기 엄금’이라고 쓴 경고문이 생각날 수도 있겠다. 가능한 답변 가운데 하나는 버려진 휴지 한 장이 쓰레기 동산을 이루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골목마다 전봇대 밑에서 볼 수 있는 현상이다.
포항 영일만 신항 방파제 일대가 그렇다고 한다. 방파제 입구에서 등대까지 곳곳에 쓰레기 수백포대가 쌓여 방치돼있다는 보도다. 낚시꾼과 관광객들이 슬금슬금 버리기 시작한 쓰레기가 산을 이룬 꼴이다. 치우는 사람 없이 버리기만 하는 쓰레기 더미에서는 썩은 물이 줄줄 새고 있다. 냄새 또한 고약하기 이를데 없다. 파리 떼만 천국을 만난양 날갯짓이 자못 힘차다. 포항시와 포항항만청은 먼산바라기로 시큰둥하기만 하다. 쓰레기를 치워달라는 민원이 빗발치는데도 대답은 “내가? 왜?”라며 폭탄돌리기를 하고 있다고 한다.
한용운의 `파리’에서 한 대목 옮기면서 영일만 신항 방파제를 떠올려 본다. “나는 작고 더럽고 밉살스런 파리요, 너는 고귀한 사람이다/ 그러나 나는 어여쁜 여왕의 입술에 똥칠을 한다/ 나는 황금을 짓밟고 탁주에 발을 씻는다/ 세상에 보검이 산같이 있어도 나의 털끝도 건드리지 못한다/ 나는 설렁탕집으로 궁중연회에까지 상빈이 되어서 술도 먹고 노래도 부른다/ 세상 사람은 나를 위하여 궁전도 짓고 음식도 만든다/ 사람은 빈부귀천을 물론하고 파리를 위하여 생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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