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겨울 봉화군의 산길을 걷다가 가슴 아픈 광경을 목도했다. 밭작물들이 심어진 그대로 썩거나, 매달린 채로 시들어가는 광경이었다. 농부의 정성이 보일 것만 같은 고추, 배추 같은 작물들이 넓은 면적에 걸쳐 고스란히 버려져 있었다. 왜 그랬을까? 단순히 일손이 모자라서? 거둬봤자 일꾼 품삯도 안 나와서?
고추는 매운 맛이 특성이다. 얼마나 매우면 `고추바람’이란 말이 생겨났을까 싶기까지 하다. 현기영의 `도령마루의 까마귀’에 이 말이 나온다. “높하늬인가 보다. 몹시 맵고 아린 고추바람이다. 무명수건으로 얼굴을 싸맸건만 서슬진 바람 끝이 볼따구니를 홱홱 할퀴고 갈적삼 앞섶을 파고들어 속가슴을 냉하게 만들었다.” 고추는 이렇게 강할 것 같은데도 약하기 짝이 없는 작물이다. 뿌리부터가 허약한데다 병충해에도 맥을 추지 못한다. 때문에 농민의 일손이 유달리 많이 간다.
지난해 재고물량도 창고에 가득하다. 그러니 제값을 받는다면 되레 이상한 노릇이다. 서안동농협 고추공판장 자료를 보면 건고추 산지 가격은 지난해 이맘때 600곔에 1만2000여원 이던 것이 올해는 반 토막났다. 당국의 대응이 관심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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