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추값 반토막
  • 김용언
고추값 반토막
  • 김용언
  • 승인 2013.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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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겨울 봉화군의 산길을 걷다가 가슴 아픈 광경을 목도했다. 밭작물들이 심어진 그대로 썩거나, 매달린 채로 시들어가는 광경이었다. 농부의 정성이 보일 것만 같은 고추, 배추 같은 작물들이 넓은 면적에 걸쳐 고스란히 버려져 있었다. 왜 그랬을까? 단순히 일손이 모자라서? 거둬봤자 일꾼 품삯도 안 나와서?
 고추는 매운 맛이 특성이다. 얼마나 매우면 `고추바람’이란 말이 생겨났을까 싶기까지 하다. 현기영의 `도령마루의 까마귀’에 이 말이 나온다. “높하늬인가 보다. 몹시 맵고 아린 고추바람이다. 무명수건으로 얼굴을 싸맸건만 서슬진 바람 끝이 볼따구니를 홱홱 할퀴고 갈적삼 앞섶을 파고들어 속가슴을 냉하게 만들었다.” 고추는 이렇게 강할 것 같은데도 약하기 짝이 없는 작물이다. 뿌리부터가 허약한데다 병충해에도 맥을 추지 못한다. 때문에 농민의 일손이 유달리 많이 간다.

 그런데도 경북은 고추의 고장으로 이름이 나있다. 청양고추의 본고장인 청송과 영양, 그리고 고추 산지인 안동, 의성은 지금 빨갛게 익은 고추가 풍년을 이루고 있어 장관이다. 좋기는 한데 값이 곤두박질치니 탈이다. 이를 농민들은 “예견된 사고”라고 말한다. 중부권이 폭우로 곤욕을 치르는 동안 남부권은 마른장마 덕분에 대풍이 예고됐다는 소리다. 게다가 병충해도 거의 없었다. 일찍이 이만한 생산량을 거둬본 일이 없다고 한다. 안동만 봐도 그렇다. 고추 재배면적이 지난해 보다 8.8% 줄었는데도 생산량은 오히려 10% 늘었다. 지난해 생산량은 4635톤이었으나 올해엔 5100톤을 거뒀다고 한다.
 지난해 재고물량도 창고에 가득하다. 그러니 제값을 받는다면 되레 이상한 노릇이다. 서안동농협 고추공판장 자료를 보면 건고추 산지 가격은 지난해 이맘때 600곔에 1만2000여원 이던 것이 올해는 반 토막났다. 당국의 대응이 관심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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