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장 안에서 날아온 편지
  • 김용언
담장 안에서 날아온 편지
  • 김용언
  • 승인 2013.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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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도민일보 = 김용언] 법구경(法句經)에 나오는 대목이다. “이승에서 뉘우치고 저승에서 뉘우치고, 악을 행한 사람은 두 곳에서 뉘우친다. `나는 악을 행했다’는 생각에 번민하고, 죄를 바로 받아 더욱 괴로워 한다. ( 今悔後悔 爲惡兩悔 厥爲自殃 受罪熱惱).” 하나 더 옮긴다. 남사 (南史) 순백옥전(筍伯玉傳)에 나오는 `음회세위(飮灰洗胃)’다. “재를 마시고 창자 속의 오탁물(汚濁物)을 씻어버린다”는 뜻이다. 악한 마음을 고쳐서 선으로 돌아온다는 말이다.
 포항교도소에서 한 수형자가 포항북부경찰서의 두 형사에게 보낸 편지가  경북도민일보에 지난 16일 보도된 일이 있다. 이 수형자는 주취와 폭력으로 교도소를 47차례나 드나든 사람이다. 그야말로 철창 속을 안방 드나들 듯 한 셈이다. 그런 사람이 자신을 잡아 넣은 형사들에게 참회의 편지를 보냈다. “벼랑 끝 한 인간이 세상에 거듭날 수 있었다”고 감사의 뜻을 전했다. “사회에 나가면 꼭 열심히 살아갈 것”이란 다짐도 했다.

 기사에 따르면 두 형사가 한 일이라곤 그의 푸념을 30분 넘게 들어주며 위로를 한 것뿐이었다. 바로 이런 태도가 그의 마음을 바로 잡아준 계기가 된 모양이다. 술 마시고 행패 부리는 자신을 잡으러 온 형사들의 진정성이 그를 거듭나게 했다는 얘기다. 그는 스스로 알콜치료전문병원을 찾았고 자신이 벌금수배자임을 알고는 자수해  포항교도소에서 수형생활을 하고 있다고 한다. 타고난 품성이 착한 바탕인 사람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톨스토이도 이런 글을 남겼다. “어느 때 나는 농사꾼의 초가집 작은 창을 들여다 본 일이 있었다. 그때 마침, 한 윤락녀가 열심히 기도를 올리고 있는 것을 봤다. 그 뼈저린 회한의 눈물과 신성한 기도는 문학보다도 훨씬 강하게 나를 움직였다.” 이참에 `악어의 눈물’ 흘리기를 일삼는 명망가들도 거듭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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