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 고장
  • 김용언
범죄 고장
  • 김용언
  • 승인 2013.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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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도민일보 = 김용언] 사람이 죽으면 그 몸은 여러 가지 이름으로 불린다. 송장, 주검, 시신…. 어느 경우가 됐건 크게 환영받지 못하는 존재가 되고 만다. 장례식장이라면 고개를 외로 꼬는 현상 하나만으로도 모든 것을 알 수 있다.
 그런 송장도 단 한번 귀한 대접을 받는 경우가 있다. 초상 치를 때다. “송장 빼놓고 장사 지낸다’는 말까지 있지 않은가. 염상섭의 `삼대’에서 그 용례를 찾을 수 있다. “학비 얻어 쓰자고 자기를 팔 수 있나? 자기의 신념을 팔 수야 있나? 만일 신앙을 잃고서 그 잃은 신앙의 내용을 공부한다면 그건 대관절 무엇인가? 예수를 팔아 먹는 것이 아닌가? 너더러 유태가 되란 말이 아닌가? 유태보다도 송장 빼 놓고 장사 지내는 걸세 그려.”

 경찰이 집계한 지난해 범죄 통계가 희한하다. 청송군과 청도군의 범죄 순위가 상위권이다. 청송군은 살인과 강도 사건이 전국 1위와 7위를 차지했다. 청도군은 살인 발생건수가 3위다. 인구가 3만명도 안되는 청송군이 `살인 고장’으로 낙인찍힌 뒤쪽을 들여다보면 헛웃음이 터질 지경이다. 2005년 살인사건이 터진 곳은 구미였다. 그 시신이 청송에 유기됐다. 또 하나는 교도소 재소자가 고소했지만 검찰이 각하했다. 두 사건을 보면 청송에서 일어난 사건을 하나도 없는 셈이다. 청도 또한 시신 유기로 살인사건이 하나 더 늘어 3건이 됐다. 이 모두가 인구 10만명을 잣대삼아 범죄발생 통계를 잡는 경찰의 관례가 만들어낸 범죄고장의 허상이다.
 우리 속담에 `송장 때리고 살인 낸다’는 게 있다. `송장 치우고 살인 낸다’고도 한다. 송장을 때렸건, 치웠건 이미 죽은 사람이다. 청송이나 청도가 느닷없이 전국 상위권 범죄의 고장으로 둔갑하고 만 것도 이런 속담이 실감나게 들리는 경우다. 청송이나 청도 주민으로서는 억울하기 짝이 없는 경찰통계의 횡포라고 할 수밖에 없겠다. 이런 덤터기는 듣느니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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