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부하지만 희망 노래…결코 멋 부리지 않아”
  • 연합뉴스
“진부하지만 희망 노래…결코 멋 부리지 않아”
  • 연합뉴스
  • 승인 2013.09.1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드렁큰 타이거 새앨범 `살자’발표…힙합팬 `왕의 귀환’ 환영

 지난 13일 발표한 `살자(The Cure)’는 드렁큰 타이거<사진>가 아내인 래퍼 윤미래, 래퍼 비지와 함께 만든 앨범으로 제목부터 투박하다. 트랙 리스트에도 `뷰티풀 라이프(Beautiful Life)’, `첫눈이 오면 설레였던 꼬마아이(Time Travel)’, `살자(The Cure)’ 등 꽤 평범한 표현들이 담겼다.
 사운드도 가벼운 옷을 입었다. 강약이 명확한 래핑에 기타, 젬베, 피아노 등 어쿠스틱 악기들의 따뜻한 소리가 흘러나온다. 앨범의 재킷도 LP처럼 만들었다.
 이러한 변화에는 여러 요인이 있다. 드렁큰 타이거가 전 소속사인 정글엔터테인먼트에서 나와 지난 7월 윤미래, 비지와 함께 경기도 의정부에 힙합 레이블 `필 굿 뮤직(Feel Ghood Music)’을 차리고 독립한 것. 또 드렁큰 타이거의 아버지가 암으로 투병 중에 겪은 일련의 일들에서 느낀 감정들이 오롯이 앨범에 담긴 것이다.
 최근 압구정동의 한 카페에서 드렁큰 타이거, 윤미래, 비지를 만났다. `살자’란 앨범 제목이 의미심장하다고 하자 “너무 진부하죠?”라고 미소 지으며 되묻는다. “솔직히 바람직하고 긍정적인 메시지는 뻔하고 지루하죠. 그래도 `현실을 회피하지 말고 꿈을 갖고 살자’는 얘기를 하고 싶었어요. 제가 척수염으로 걷지 못한다고 했지만, 기적처럼 지금 무대에 오르잖아요? 아버지의 암 발병, 15년간 의리를 지키며 20-30대를 바친 회사에서 독립하며 겪은 힘든 감정들을 돌아보며 희망을 노래하고 싶었죠. 결코 멋 부리지 않았어요.”(드렁큰 타이거)
 그는 이번 앨범이 아버지를 위한 음악이라고도 했다. 타이틀곡 `살자’는 아버지에게 영감을 받아 작업한 곡으로 치유가 필요한 이들에게 건네는 위로다.
 `매일 돌아오는 새벽 밤은 나의 벗, 혼자 있는 내가 외로울까 봐 와 있어. 매일 돌아오는 해는 나의 벗, 혼자 있는 내가 외로울까 봐 날 비춰 줘~’(`살자’ 중)
 앨범을 관통하는 주제에 맞춰 소리도 따뜻해지고 랩 가사도 순화됐다. 드렁큰 타이거의 6집 곡 `소외된 모두, 왼발을 한발 앞으로!’, 8집 곡 `몬스터(Monster)’ 때의 공격성은 발톱을 감췄다. `살자’에는 유튜브 스타인 재미 교포 기타리스트 데이비드 최가 연주했고 `뷰티풀 라이프’에는 피아노 소리가 전면 배치됐다.
 이 곡들의 라이브 무대를 위해 `더 굿(Ghood) 밴드’도 결성했다. 세 래퍼와 키보드, 기타, 드럼, 베이스, 퍼커션으로 구성된 밴드가 함께 어우러지는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드렁큰 타이거, 윤미래, 비지가 빚어낸 탄탄하고 차진 래핑이 반갑다. 이들은 지난 1월 엠에프비티와이(MFBTY)란 그룹을 결성해 앨범을 냈고, 이 곡들을 이번 앨범에도 새롭게 편곡해 수록했다. 셋은 “우린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는 합체 로봇”이라고 웃었다. 수록곡 `비지타이거윤미래’에서 정체성을 뚜렷하게 드러낸다.
 이들은 “셋의 조합이 만들어내는 경우의 수가 많아 곡 작업 때마다 설렌다”며 “드렁큰 타이거와 비지, 두 남자가 녹음할 때는 짓궂은 랩을 방언처럼 쏟아내고 보컬도 가능한 윤미래가 합세하면 한결 감성적인 표현이 가능해진다”고 설명했다.

 이번 앨범이 드렁큰 타이거 주연에 윤미래, 비지가 조연이라면 앞으로도 셋이 함께하며 윤미래, 비지를 각각 주인공으로 내세운 앨범을 시리즈로 낼 계획이다.
 업계는 올해 상반기 힙합 가수들이 음원 차트에서 선전하고 디스 전으로 대중적인 이목이 집중된 만큼 이 호황을 이들 고참들이 이어갈 것이란 기대가 크다. 실제 앨범 타이틀곡은 발매 당일 벅스뮤직 1위를 비롯해 엠넷닷컴 2위, 멜론 4위 등 주요차트 최상위권에 올랐다.
 최근 힙합계에서 일어난 디스 전에 대한 견해를 물었다.
 윤미래는 “서로의 랩 실력에 대한 디스가 아니라 사적인 내용이 담긴 건 아쉽다”고 했다.
 이어 드렁큰 타이거는 “국내에도 오프라인에서 프리스타일 배틀이 열리는데 마치 격렬한 스포츠처럼 랩 실력과 순발력 있는 대응을 통해 경쟁하고 발전한다. 랩에 각자의 철학과 삶이 담길 때 사람들에게 이해되고 포용될 수 있다”고 에둘러 얘기했다.
 이제 막 첫발을 내디딘 기획사 필 굿 뮤직의 모토도 뚜렷하다. 좋은 음악을 하는 것.
 “좋은 음악은 행복한 추억이든, 나쁜 추억이든 감정을 끌어내고 마음을 움직이는 음악이죠.”(윤미래)
 “요즘은 첫눈에 보고 설레는 감정이 없어졌잖아요. 이 감정을 느끼도록 시간 여행을 시켜주는 노래가 좋은 음악입니다. 그게 음악의 힘이고요. 하하.”(드렁큰 타이거)
 드렁큰 타이거는 “의정부에서 음악공동체처럼 소박하게 시작했다”며 “지금은 나의 가족, 새로 생긴 기획사 식구들을 위해 부지런히 음악을 만들고 싶다”고 강조했다.
 이어 “(윤)미래가 부른 발라드 OST 곡이 요즘 음원차트 성적이 좋은데 미래의 새 앨범을 기다리는 사람들도 많은 것 같다. 발라드도 빨리 시켜야 할 것 같다”고 웃었다.
 윤미래가 부른 SBS 드라마 `주군의 태양’ OST 곡은 현재 각종 음원차트 1위를 휩쓸고 있다. 이번 앨범은 자신들과 경쟁하는 셈이다. 연합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최신기사
  • 경북 포항시 남구 중앙로 66-1번지 경북도민일보
  • 대표전화 : 054-283-8100
  • 팩스 : 054-283-5335
  • 청소년보호책임자 : 모용복 국장
  • 법인명 : 경북도민일보(주)
  • 제호 : 경북도민일보
  • 등록번호 : 경북 가 00003
  • 인터넷 등록번호 : 경북 아 00716
  • 등록일 : 2004-03-24
  • 발행일 : 2004-03-30
  • 발행인 : 박세환
  • 대표이사 : 김찬수
  • 경북도민일보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북도민일보. All rights reserved. mail to HiDominNews@hidomin.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