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도민일보] 왜 안 나타나나 했다. `정의구현사제단’을 말하는 것이다. 대한항공기 폭파범 김현희를 “가짜”라고 박박 우겼던, 최근에는 민주당이 천막농성을 벌이던 서울광장에 촛불을 들고 나타났던 정의구현사제단이 요 며칠 조용했기 때문이다. 아니나 다를까? 정의구현사제단이 밀양 송전탑 공사 현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결국 `본색(本色)’을 드러낸 것이다.
밀양 송전탑 공사 재개 닷새째인 지난 6일 주민과 경찰·공무원·한국전력공사 직원이 대치하거나 충돌하는 가운데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대표 나승구 신부)이 신부와 수녀들을 이끌고 나타났다. 사제단은 이 과정에서 “수녀들 두건이 벗겨지고, 허리띠가 풀리며, 가격 당하는 사건이 벌어졌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경찰은 “당일 찍힌 동영상을 확인한 바 수녀들은 제일 후미에 위치하여 있었고, 그 앞으로 2~3줄의 주민들이 더 있어서 경찰과 명확히 구분되고 있어 충돌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경남지방경찰청 관계자는 “현장에서 촬영한 동영상을 여러 차례 확인해도 수녀들이 두건이 벗겨지고 허리띠가 풀리며 가격 당하는 상황은 보이지 않았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사제단이 거짓말을 했다는 얘기다. 정의구현사제단은 송전탑 공사 현장에 나타난 것도 모자라 7일 송전탑공사 현장에서 미사를 가졌고, 8일에도 미사를 계속하기로 했다. 이에 대해 송전탑반대대책위는 “사제들의 밀양 방문미사는 6일 간의 농성과 충돌로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지쳐 있는 밀양 주민들에게 큰 위로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과연 그럴까? 사제단의 현장 등장으로 갈등만 더 증폭시키는 것은 아닐까?
송전탑 건설 현장 부근은 `윗마을’(골안)과 `아랫마을’(양리)로 불렀고, 두 곳을 묶어 `괴곡마을’이라고도 했다고 한다. 한겨레신문은 “할매들 모여서 화투도 치고, 윷놀이도 하고, 얼마나 재미졌는지 몰라예. 지금은 영 `파이’라. 양리 사람들은 돈 벌러 밭에 가삐고, 우리는 데모하러 가고. 마을회관도 텅텅 비었어예. 서로 얼굴도 안 볼라카고, 마을 분위기가 으슥하지예.”라고 전했다. 누가 산골마을을 이렇게 만들었고, 누가 이들을 투사(鬪士)로 만들었는가?
▶ 디지털 뉴스콘텐츠 이용규칙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