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능 사라진 그녀의 절망과 고통 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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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능 사라진 그녀의 절망과 고통 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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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3.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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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영화`까미유 끌로델’… 뒤몽 감독, 광기 어린 비운의 예술가의 삶 조명

 까미유 끌로델(1864-1943)은 오귀스트 로댕의 연인으로 잘 알려진 프랑스의 여류 조각가다.
 스승이자 유부남이었던 로댕과의 불꽃튀는 사랑으로 유명하다.
 이자벨 아자니와 제랄드 드빠르디유가 출연한 1988년 작 `까미유 끌로델’은 이런 사랑과 절망으로 채색된 로댕과의 씁쓸한 연애담을 그렸다. 절망의 옷을 입고 사랑 속으로 뛰어드는 부나방.
 끌로델의 이미지는 우리에게 그런 부나방 같은 존재로 다가왔었다.
 하지만, 그로부터 20여 년 후 줄리엣 비노슈가 연기한 `까미유 끌로델’은 1988년 작의 분위기와는 사뭇 다르다.
 부나방의 에너지도, 희망의 조각도 볼 수 없다. 재능이 지나간 자리에는 폐허가 된 정신만 남았고, 젊은 시절 그녀를 스쳐간 인연은 모두 사멸했다.
 영화는 황폐하기 그지없는 끌로델의 마음속을 따라간다.
 프랑스가 낳은 리얼리스트 브루노 뒤몽 감독의 손끝은 냉정한 외과의사의 그것처럼 매몰차지만 정밀하다.

 프랑스 남부의 한 정신병원에 수용된 까미유 끌로델(줄리엣 비노슈).
 누군가 음식물에 독약을 탄다는 의심과 병원 환자들의 절규 속에 숨 막히는 나날을 보내던 그녀는 견딜 수 없는 답답함에 몸부림친다.
 끌로델은 어머니와 함께 살게 해 달라며 애원하지만 그녀의 애절한 목소리는 병동에 있는 그 누구에게도 가닿지 않는다.
 그러던 어느 날, 그녀의 남동생 폴(장뤼크 뱅상)이 정신병동을 방문한다는 소식을 듣게 된 끌로델은 가족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기대감에 들뜬다.
 영화는 싸늘하다. 앙상한 나뭇가지를 통과하는 북풍의 냉기는 뼛속까지 시리게 할 정도다. 메마른 정신병원(수도원)의 풍경과 정신병자들의 기이한 표정, 그 속에서 시시각각 변하는 까미유 끌로델의 얼굴은 왠지 모를 슬픔을 자아낸다.
 영화를 관통하는 건 사랑도 이별도 아닌 예술이다. 재능이 사라졌을 때의 슬픔이다.
 젊은 날의 열정이 식은 뒤 시를 짓지 못했던 윌리엄 워즈워스처럼, 시마(詩魔)를 떠나보낸 끌로델의 고통을 보여주는 데 영화는 주력한다.
 그런 끌로델의 비극을 전달하는 비노슈의 연기가 탁월하다. 배우가 표정 안에 담아낼 수 있는 감정의 최대치가 어디까지인가를 마치 증명하듯 보여준다. 잘 조율된 극의 분위기 속에서 넘쳐나지도 모자라지도 않게 연기했다. 매우 드높은 경지다.
 `휴머니티’(1999)와 `플랑드르’(2006)로 각각 칸영화제에서 심사위원대상을 받은 뒤몽 감독의 담담한 연출도 맛깔 난다. 영화는 올해 베를린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됐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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