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우스푸어 트라우마… “비싸도 전세 살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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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우스푸어 트라우마… “비싸도 전세 살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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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3.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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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안보이는 전세난`왜?’

 결혼을 앞둔 박모(32)씨는 요즘 주말마다 예비 신부와 집 구경을 다니느라 바쁘다.
 최근에는 강서구 등촌동의 한 아파트단지를 돌아봤다. 전용면적 기준으로 59㎡인 집이 마음에 들었다. 매매가는 2억5500만원으로 전세가(2억4000만원)와 불과 1500만원 차이다. 박씨는 집을 살까도 생각해봤지만 주변 사람들의 만류 때문에 전세로 마음을 돌렸다. 사람들은 `요즘처럼 앞으로 집값이 떨어질 수도 있는 상황에서는 구입하는게 아니다’고 했다.
 ◇전셋값 61주째 상승 `신기록’… 고삐 풀렸나
 최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주 전국의 아파트 전세가격은 전주 대비 0.24% 상승, 61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2009년 1월30일부터 2010년 3월19일까지의 60주 연속 아파트 전세가 상승 기록을 경신했다.
 KB부동산알리지에 따르면 최근 1년새 서울의 아파트 전세가격은 6.84% 상승했다. 특히 서울 송파구(9.61%), 서초구(9.52%), 강서구(9.39%), 강남구(8.93%), 광진구(8.56%), 양천구(8.07%) 등의 상승률이 높았다.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76.79㎡의 전세가격은 8월 3억1278만원에서 9월 3억3875만원으로 2600만원 가량 상승, 웬만한 직장 초년생 연봉과 맞먹는 금액이 한달새 올랐다.
 반면 매매가 상승률은 미미하다. 정부가 매매시장을 살리기 위해 내놓은 8·28 대책은 국회에 발목이 잡혀 있다.
 전문가들은 전세난의 근본 원인의 하나로 박씨처럼 집값 하락의 두려움 때문에 집을 사는 대신 전세에 눌러앉는 사람이 많은 것을 꼽았다.
 전세 쏠림 현상 때문에 물량이 부족하니 전세가가 오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 전문위원은 “전세는 금융자산, 부동산 매매는 실물자산인데 집값 하락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실물자산 메리트가 없다”며 “`하우스푸어 트라우마’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저금리 기조 속에 집 주인들이 집값 하락에 대한 보상 심리 차원에서 전세를 월세로 전환하는 것도 전세난의 원인으로 꼽힌다.
 ◇렌트·하우스푸어 금융 겉돌아
 정부가 전세난 해결책으로 내놓은 상품이 `목돈 안 드는 전세’(이하 목돈전세)다.
 목돈전세I은 전세 계약을 갱신할 때 보증금이 많이 오를 경우 보증금 상승분을 집주인이 대출받고, 세입자가 이자를 내는 방식이다.
 하지만 출시 한 달을 맞은 이 상품의 실적은 전국적으로 전무하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기본적인 시장 원리를 무시한 탁상행정”이라며 “경제는 인간의 이기심을 토대로 돌아가는데, 목돈전세는 집주인의 자비심에 호소한다”고 꼬집었다.
 목돈전세Ⅱ로 불리는 `보증금 반환청구권 양도방식 전세자금대출’도 출시 2개월이 지났지만 6개 수탁은행의 실적은 186건, 120억7000만원에 불과하다.
 세입자 보호를 위해 대한주택보증(이하 대주보)이 출시한 새로운 보증 상품을 놓고도 실효성 논란이 일고 있다. 세입자의 전세보증금 보호를 위해 도입된 전세보증금반환보증은 임대인이 임차인에게 지급해야 하는 전세보증금의 반환을 대주보가 책임지는 상품이다.
 미분양 아파트의 경우 선순위 채권금액과 전세보증금 합산액이 집값의 70%를 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 가입 조건이다. 하지만, 전셋값 고공행진 속에 전세가율이 70∼80%에 달하는 지역이 속출하면서 상당수 세입자가 아예 가입할 기회를 봉쇄당했다는 지적이다.
 조주현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한국의 부동산 정책이 정치 논리에 따라 결정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조 교수는 “예컨대 정부가 내놓은 하우스푸어 정책은 악성채무를 없애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는데, 이는 상환을 연기하는 등의 다른 정책을 펼친 뒤 최후 수단으로 내놓았어야 하는 정책”이라고 설명했다.
 ◇전셋값 고공행진 언제까지 계속될까
 일각에서는 정부가 전세 대출을 많이 해준 것이 전세난의 근본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조주현 교수는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다고 정부가 전세금 대출을 지원해주면 수요가 많아져 전셋값이 더 올라간다”며 “전세 수요가 자연스럽게 월세로 전환될 수 있도록 하는 데 초점을 두고 정책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의 전세 대출 지원은 당사자에게는 이롭지만 시장 전체에는 해로울 수 있다는 설명이다. 저리의 전세자금 대출은 고가의 전세를 소비할 수 있는 유효계층을 양산해 전세가를 더 올리는 악순환을 불러올 수 있다. 그렇다면 전세난은 언제까지 이어질까.
 박원갑 전문위원은 적어도 내년 1분기까지는 전셋값 상승세가 지속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전세 유통 물량 부족과 전세에서 월세로 넘어가는 과도기 단계의 구조적 문제가 겹치고 있다”며 “내년 1분기까지 전셋값 상승세가 지속될 것이다. 내년 전반적으로는 올해보다 상승률이 둔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공인중개사 권오성(60)씨는 “8·28 대책은 시기적으로 적절했지만 국회의원들이너무 늑장을 부려서 실망스럽다”며 정부 안이 국회를 통과하는 시점에 전셋값 상승세가 꺾일 것으로 전망했다.
 정부의 8·28 대책은 전세시장으로의 과도한 쏠림을 매매시장으로 분산해 전세난을 해결하겠다는 것을 골자로 한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전세를 내놓는 집주인에게 세금 혜택을 추가로 제시하고 전세형 공공임대주택을 늘려 빠른 월세화에 따르는 완충장치 역할을 할 필요도 있다고 조언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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