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배층·피지배층 구조가 낳은 비극 고발
  • 이부용기자
지배층·피지배층 구조가 낳은 비극 고발
  • 이부용기자
  • 승인 2013.11.0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추천DVD `돼지의 왕’

[경북도민일보 = 이부용기자]  국산 애니메이션 `돼지의 왕’은 기존의 익숙한 애니메이션들과는 많이 다른 애니메이션이다.
 그간 애니메이션계에서 여러 중·단편으로 이름을 알려온 연상호 감독의 장편 데뷔작으로, 애니메이션의 저변이 척박한 국내 현실에서는 드물게 성인들이 즐길 만한 장르적 성격에 제법 탄탄한 만듦새를 갖췄다.
 스토리는 상당히 어둡다.
 벤처회사의 CEO인 `경민’이 사업을 부도내고 절망적인 상황에서 아내마저 살해한 뒤 불현듯 중학교 동창이었던 `종석’을 찾아간다. 소설가를 꿈꾸지만 대필 작가로 근근히 먹고 사는 종석은 15년 만에 찾아온 종석의 방문에 당황한다.
 소주잔을 기울이며 경민은 중학교 시절 친구였던 `철이’의 얘기를 꺼내고, 영화는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철이를 둘러싸고 벌어졌던 일을 펼쳐놓는다.
 중학교 때 경민은 집안이 경제적으론 풍족하지만 소심한 성격으로 같은 반의 힘있는 아이들에게 괴롭힘을 당한다. 지하 단칸방에 사는 종석 역시 가난한 집안환경과 왜소한 체구로 아이들에게 멸시당한다.
 반의 우두머리 패거리는 공부도 잘하고 싸움도 잘해 다른 애들을 마음대로 괴롭히고, 윗 학년의 선배들에게는 철저히 복종하며 자신들의 권력을 보호받는다.
 그러던 어느날 경민과 종석 앞에 `철이’가 나타난다. 철이는 아이들을 괴롭히는 패거리와 대신 싸워주면서 경민과 종석의 우상이 된다. 종석은 권력을 가진 몇몇 아이가 `개’이고 그런 개에게 먹히는 나머지 아이들은 `돼지’라고 생각하면서 철이를 `돼지의 왕’으로 떠받든다.

 그러나 권력을 지닌 아이들과 맞서던 철이는 결국 학교에서 퇴학당하고 앙갚음을 하기 위해 치명적인 복수를 계획한다.
 영화는 중학교 1학년들의 세계를 담고 있지만, 아이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잔혹한 폭력과 복수극은 누아르에 가깝다. 그리고 후반에 철이가 꾸민 복수극의 진실이 점차 드러나는 부분은 스릴러 성격을 띤다.
 막판에 드러나는 예상치 못한 반전은 영화적인 재미와 함께 작품이 전달하려는 주제의식을 함축적으로 드러낸다는 점에서 구성이 돋보인다.
 아이들을 개와 돼지에 은유해 순간적으로 얼굴이 바뀌는 장면이나, 주인공들이 환각 속에서 괴로운 이미지들을 떠올리는 장면, 여러 차례 나타나는 죽은 고양이의 환영 등은 실사 영화에서는 표현하기 힘든 애니메이션만의 강렬한 표현이다.
 지배층과 피지배층의 권력구조, 가진자와 그렇지 않은 자 사이에서 벌어지는 비극이 극단적으로 그려져 있긴 하지만, 개연성 있는 이야기와 치밀한 심리묘사는 애니메이션 속 세계를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의 한 단면으로 아프게 체험하게 한다.
 특히 극의 성격을 잘 살린 양익준(종석)과 오정세(경민) 등의 목소리 연기도 칭찬할 만하다.
 이 작품은 2011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아시아영화진흥기구상(NETPAC), 한국영화감독조합상, 무비꼴라쥬상을 받았다.
 상영시간 97분. 청소년관람불가.
 /이부용기자 queen1231@hidomin.com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최신기사
  • 경북 포항시 남구 중앙로 66-1번지 경북도민일보
  • 대표전화 : 054-283-8100
  • 팩스 : 054-283-5335
  • 청소년보호책임자 : 모용복 국장
  • 법인명 : 경북도민일보(주)
  • 제호 : 경북도민일보
  • 등록번호 : 경북 가 00003
  • 인터넷 등록번호 : 경북 아 00716
  • 등록일 : 2004-03-24
  • 발행일 : 2004-03-30
  • 발행인 : 박세환
  • 대표이사 : 김찬수
  • 경북도민일보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북도민일보. All rights reserved. mail to HiDominNews@hidomin.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