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영화 제프 니콜스 감독의 세 번째 장편`머드’
`머드’는 한 남자의 지독한 사랑이야기다. 그러나 그 사랑에 다가가기가 쉽진 않다. 남녀 주인공은 밀어를 속삭이지도 키스를 나누거나 포옹을 하지도 않는다. 심지어 둘이 만나는 장면도 거의 없다. 그저 멀리서 애처롭게 눈인사만 주고받는 딱 한 장면만 있을 뿐이다.
그러나 심심할 것만 같은 그들의 사랑을 한 발짝 떨어져 바라보면 영화는 다르게 보이기 시작한다. 한 여자를 지키고자 물불을 가리지 않는 한 남자의 집요한 사랑이 가만히 마음속에 파고든다.
미국 남부 미시시피 강가에 사는 소년 엘리스(타이 쉐리던)는 친구 넥본(제이콥로플랜드)과 함께 무인도에 갔다가 나무 위에 걸쳐진 보트 안에서 살아가는 머드(매튜 맥커너히)를 만난다. 몰골이 추레한 머드를 경계의 눈초리로 바라보던 엘리스는 겉모습과는 달리 마음이 곧고, 믿음직한 머드가 마음에 들기 시작한다. 배고픔에 허덕이는 머드를 위해 섬까지 음식을 가져다주던 엘리스는 애절한 머드의 사랑이야기를 들은 후 그를 돕기로 결심한다.
영화는 두 개의 바퀴로 굴러간다. 머드의 사랑이야기와 이제 막 사랑에 눈뜬 엘리스의 이야기다. 엘리스의 시선을 따라가는 영화는 머드와 주니퍼(리즈 위더스푼)의 지독한 멜로물이면서 동시에 엘리스가 한 뼘 자라는 과정을 보여주는 성장영화이기도 하다.
소일거리 없는 미시시피 강변의 이야기로 시작하는 영화는 초반에 다소 지루하지만 주인공 머드, 엘리스의 이웃인 톰(샘 셰퍼드)의 이야기가 조금씩 드러나면서 미스터리한 재미를 선사한다.
부모의 이혼, 고향인 미시시피 강변을 떠나 도시로 가야 하는 불안감, 시련과도 같은 첫 사랑의 달콤함이 스미듯 포개지며 갈지자걸음을 하는 소년의 뒤엉킨 정서도 화면 곳곳을 적신다.
인물들의 연기는 탁월하다. 꿈 많고 순정한 소년을 연기한 타이 쉐리던의 아역답지 않은 차분함과 남부 사투리를 구수하게 구사하며 부랑자 같은 모습의 머드를 연기한 맥커너히의 연기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영화는 정서적으로 여백이 꽤 많다. 인물들이 나누는 밀도감도 높지 않다. 그러나 늘 냉정하게 대하던 엘리스가 뱀에 물렸을 때, 위험을 무릅쓰고 병원으로 달려가는 머드의 다급한 마음처럼, 영화는 어느 순간 수면 아래에 잠자는 관객들의 격한 에너지를 끌어낼지도 모른다.
`테이크 쉘터’로 칸영화제 비평가주간대상, 국제비평가협회상, 극작가협회상 등 3관왕에 오르며 주목받은 제프 니콜스 감독의 세 번째 장편 영화다. `머드’는 올해 칸 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됐으나 수상에는 실패했다.
11월28일. 15세이상 관람가. 상영시간 130분.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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