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배우나 도전에 대한 욕심이 있죠. 그래서 저도 그 가운데 하나로 박복녀를 선택한 거고요. 시작할 때는 기대와 함께 불안과 우려도 있었지만, 끝마쳤을 때 그만큼 성취감도 컸습니다.”
한류스타 최지우<사진>는 지난달 26일 막을 내린 SBS 월화극 `수상한 가정부’를 두고 “붕괴된 가족에 수상한 가정부가 들어와 화합시키는 메신저 역할을 했다”고 3일 되돌아봤다.
그는 지난 2011년 MBC `지고는 못살아’ 이후 2년 만에 출연한 이 드라마에서 의문투성이의 가정부 박복녀를 맡아 상처 입은 한 가정을 낱낱이 해부한 뒤 회복시켰다.
`수상한 가정부’는 2011년 일본에서 방송돼 40%가 넘는 시청률로 큰 화제를 모은 `가정부 미타’를 원작으로 한 작품. 그의 연기가 많은 시청자의 호기심을 자극했던 이유는 `멜로의 여왕’ 혹은 `겨울연가’의 `지우히메’를 벗어던지고 단벌 의상에 무표정으로 일관했기 때문이다.
“답답했죠. 때로는 무표정의 정도가 심하면 화난 사람 같은 느낌이 들기도 했어요. `한 끗 차이’인데 어려웠습니다”
캐릭터의 특성상 표정이 없었을 뿐, 박복녀는 목석(木石)이 아닌 살아 숨 쉬는 인물이다. 극 중 상황과 보폭을 맞춰 `무표정의 감정 연기’를 해내야 했다는 이야기다.
최지우는 “그래서 연기를 할 때 입으로 하는 대사가 없었을 뿐이지 눈빛으로 이야기한다고 생각했다”며 “한심하다는 눈빛을 할 때는 `참 한심하다’라고 속으로 말하면서 연기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캐릭터는 앞서 일본드라마 리메이크작으로 국내에 방송된 KBS 2TV `직장의 신’, MBC `여왕의 교실’과 유사한 측면이 있다. 이를 연기한 최지우도 이 점을 모를 리 없었다.
“제작발표회 때부터 이런 이야기가 나왔고 우려의 목소리도 컸죠. 이 작품은 `직장의 신’이나 `여왕의 교실’에 비하면 후발 주자라 캐릭터가 겹쳐 보일 수도 있으니까요.”
그는 “그렇지만 매회 시간이 지날수록 그런 이야기는 없어졌다”며 “촬영에 들어가기 전 원작을 끝까지 봤지만, 이를 염두에 두고 연기하지는 않았다. 나는 `가정부미타’가 아닌 `수상한 가정부’의 박복녀를 내 방식대로 살리려 했다”고 힘주어 말했다.
극 중 박복녀는 은색 패딩 점퍼에 모자를 눌러쓴 한 가지 패션만 선보였다. 화려한 이미지가 잘 어울리는 그에게 이는 또 다른 도전이었을 터다.
그럼에도 “후반부로 갈수록 모자와 앞치마가 없으면 허전했다”며 “앞치마를 입고 리본을 `탁’하고 묶어야 바로 긴장감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그의 말을 듣고 있으니 혹시 이 작품을 통해 과거 그가 지니고 있던 `멜로의 여왕’이나 `지우히메’ 같은 타이틀을 벗어 젖히려 한 것은 아닐지 궁금해진다.
최지우는 그러나 “그건 아니다”라고 단호하게 말하고서 “배우에게는 타이틀 하나하나가 무척이나 소중하다. 단, 이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다른 것도 할 수 있다는 게 중요하다”고 답했다.
“한류스타나 `지우히메’ 칭호가 부담스럽고 제 발목을 잡는다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교만이고 자만이에요. 발목을 잡힌다면 제가 연기를 못해서 그런 것이지 한류스타의 굴레 때문은 아닐 겁니다.”
그러고 보면 지난 2003년 드라마 `겨울연가’가 일본 내 한류를 점화한 지 꼭 10년이 지났다. 지난 1994년 MBC 공채 탤런트로 데뷔한 지는 19년이 흘렀고 내년이면 우리 나이로 마흔을 앞두고 있다.
“처음에는 `겨울연가’ 이후 벌써 10년이나 지났다는 데 놀랐죠. 두 번째로는 그래도 10년 동안 인기가 이어져 왔다는 데에서 놀랐어요. `겨울연가’를 좋아해 주신 일본 분들이 저와 함께 세월을 보내시는 게 너무 신기합니다. 저는 행운아예요.” 최지우는 “나는 연기자의 `끼’를 선천적으로 타고난 배우는 아니다. 노력이 없으면 안 되는 배우”라며 “그 점은 어렸을 때나 지금이나 같다. 작품마다 최선을 다해 그 역할에 빠져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겸손하게 말했다.
그러나 지난해 촉발된 한·일 사이의 정치적 긴장으로 최근 한류에도 위기론이 제기되는 게 사실. `지우히메’는 이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드라마 쪽이 주춤하다면, 저는 그 자리를 K팝이 지켜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요즘 아이돌 친구들이 연기도 잘하고 노래도 잘해요.”
그는 이어 “10년 전에 비해 모든 점에서 발전을 이뤘지만, 드라마 촬영 환경은 그렇지 못했다. 오히려 배우나 스태프가 더 힘들어졌다”며 “앞으로 질 좋은 드라마가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한류 배우에게는 유독 평가가 야박한 게 사실입니다. 해외시장만 노린다는 선입견으로 보시니까요. 그렇지만 국내에서 인정받고픈 마음이 언제나 커요. 물론 국내서 인정받은 작품이 해외서도 사랑받는다면 더욱 좋을 겁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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