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꼬방도 길다 싶었는지 두 글자로 줄어버렸다.꼬방의 원조를 굳이 캐본다면 고대 철학자 디오게네스 일지도 모르겠다. 그의 정신세계는 풍요로웠을 지언정 꼬방 속의 그는 늘 배가 고팠을 것이다.
오늘날 배고픈 행렬은 무료급식소에 가면 쉽사리 볼 수있다.전국 어디를 가든 무료급식소는 많다.좀도리쌀을 나누는 곳 또한 마찬가지다.
그런 가운데서도 다일공동체가 `밥퍼나눔운동’을 펼치는 서울 청량리의 밥집은 명소가 된지 오래다.지난 18년동안 나눈 밥그릇이 최근 300만그릇을 넘었다.
성경에 `오병이어(五餠二魚) ’이야기가 나온다.예수가 보리떡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만으로 5000명이 넘는 군중의 허기를 달래준 기적이다.`밥퍼’는 현대판 오병이어 정신의 실천이랄 수 있다.이 아름다운 실천은 `밥퍼’에서만 하는 것은 아니다.
성공회의 푸드뱅크,원주 밥상공동체,원불교의 수원 새터급식소,천주교의 ….이렇듯 `밥퍼’엔 종교의 구분이 없다.원불교 화곡지구는 엊그제 쌀40가마를 다일공동체에 기증하고 몸으로 봉사도 했다고 한다.
종교의 울타리를 넘어선 사랑실천의 한 가지 사례다.
사람에게 한끼 식사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때문에 내로라하는 명사들이 저마다 `밥’에 관해 한마디 씩 남기고 있다.
평생 먹지 않고 산 것처럼 깡마른 간디조차도 이런 말을 남겼다. “나는 살기 위해서,봉사하기 위해서 먹으며,또한 때로는 즐기기 위해서 먹는 일이 있지만,향락을 위해서 먹는 것은 아니다.”
`밥 푸다 말고 주걱 남 주면 살림 빼앗긴다’는 속담이 있다.그러나 `밥퍼’엔 해당없는 말이다.
1년 동안 8000명이나 되는 각계각층 봉사자들이 주걱을 돌려 써도 오히려 더 번창하고 있으니까.
/김용언 논설위원 kim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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