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가붕가레코드 10주년… 여기까지 올 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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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가붕가레코드 10주년… 여기까지 올 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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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4.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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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건혁 대표 “빡센 취미생활 이어가고자 친구들과 의기투합… 인디 레이블로 성장해”

▲ 고건혁 붕가붕가레코드 대표가 지난 3일 서울 마포구 작업실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를 갖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
 음악 하는 친구들의 밥상에 숟가락이나 얹어보자는 마음으로 시작한 일이었다. 로고와 회사 이름만 있으면 어떻게 되려니 생각하고 대책 없이 음반 제작에 나선 지 어느새 10년이 지났다.
 그동안 회사는 `장기하와얼굴들’, `브로콜리너마저’ 등 메이저와 인디를 오가며 사랑받는 유명 밴드들을 탄생시켰고, 지금은 10개 팀이 소속된 어엿한 인디 레이블로 성장했다.
 `붕가붕가레코드’의 고건혁(33) 대표를 최근 마포구 연남동의 회사 사무실에서 인터뷰했다. 지난 10년의 소감을 묻자 옅은 미소와 함께 한참 생각에 잠겼다가 대답을 내놓는다.
 “지난 10년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여기까지 올 줄 몰랐다’에요.(웃음) 사실 시작할 때 그렇게 진지한 마음은 아니었어요. 음악 하는 친구들과 놀던 차에 제가 음악적 재능이 없으니 옆에서 숟가락을 얹고 싶었던 거죠.”
 붕가붕가레코드는 지난 2005년 서울대 심리학과에 재학 중이던 고 대표가 친구들과 음악이라는 `빡센’ 취미 생활을 지속적으로 해보자고 의기투합하면서 탄생했다.
 그해 발매한 첫 음반이 바로 학내 뮤지션 여럿이 모인 `관악청년포크협의회’의 `꽃무늬 일회용 휴지/유통기한’ 앨범. 앨범은 지금은 구하기 어려운 고가의 `희귀 음반’이 됐다. 회사의 기틀이 된 이 앨범에 이어 발표된 것이 바로 `청년실업’. 우석훈·박권일의 저서 `88만원 세대’보다 2년이나 빨리 시대의 감수성을 포착했다.  이 두 장의 앨범에 참여한 뮤지션의 면면이 화려하다.
 “앨범에 참여한 아티스트들이 지금 크게 됐어요.(웃음) 윤덕원(브로콜리너마저), 송재경(9와숫자들), 박종현(생각의여름), 장기하(장기하와얼굴들)가 합세했죠. 다 집에서 녹음했어요. 팝 필터(노래 녹음 때 파열음을 제거해주는 장치)가 없어서 플라스틱 링에 스타킹을 끼워 녹음하던 시절이었죠.”
 그는 하지만 자신들이 만드는 음악에 대한 자부심은 굳건했다고 했다. 그는 “우리 음악이 좋은 음악이라는 자신감은 있었다. 물론 좋은 음악이라고 다 잘 팔리지는 않는다는 생각도 있었지만…(웃음)”이라고 당시를 돌아봤다.
 목돈을 들여 앨범 두 장을 만드니 수중의 돈이 모두 떨어졌다. 그러면서 직접 한장 한장 CD를 `구워서’ 만드는 `수공업 음반’의 전설이 시작됐다. `지속가능한 딴따라질’이라는 회사의 정체성이 정립된 것도 이 즈음.
 하지만 흔히들 붕가붕가레코드의 인디 정신을 `수공업 음반’으로 설명하는데 사실 손으로 만들어 제작비가 더 저렴하지는 않다고 한다.
 그는 “오히려 앨범당 제작비는 인건비를 제외해도 수공업 음반이 더 비싸다. 다만 재고를 남기지 않기 위한 궁여지책으로 한동안 만들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후 잠시 “회사의 실체가 불분명했던” 시기를 거친 뒤 2007년부터 드디어 붕가붕가레코드의 이름을 널리 알리는 앨범 두 장이 연달아 발표된다.
 브로콜리너마저의 `앵콜요청금지’가 인디 음악팬 사이에서 잔잔한 파문을 일으킨 뒤 이듬해 장기하와얼굴들의 `싸구려 커피’가 시쳇말로 `대박’이 났다. 고 대표는 “`싸구려 커피’로 전년 대비 매출이 3200%가 증가했다.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회사의 규모가 바뀔 정도의 큰 성공이었지만 호시절이 마냥 길지는 않았다. 척박한 한국 음악 시장에서 인디 레이블의 운영은 언제나 실험 또는 모험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
 “장기하와얼굴들이 성공하고서 조금 우쭐한 마음도 있었어요. `우리가 먹히는구나, 잘하는구나’ 그래서 회사도 키우고 팀도 받아들였는데 이듬해 이 밴드가 활동하지 않으니 매출이 다시 폭락하더라고요.(웃음)”
 그는 “`만만한 일이 아니구나’ 생각했다”며 “그 이후로는 `노래 장사를 해볼까’와 `그래도 우리가 지켜온 것을 포기할 수는 없다’ 사이에서 좌충우돌하며 보낸 것 같다”고 털어놨다.
 이제는 각자의 길을 걷는 브로콜리너마저와 장기하와얼굴들에 대해 그는 “헤어진 연인 같은 밴드들”이라고 설명했다. 아련한 표정이 묻어나는 그를 보자 현재 회사와 소속 뮤지션의 관계는 어떻게 설정하는지 궁금했다.
 “회사와 밴드가 별로 친하진 않습니다. 적당히 거리감을 유지하는 것을 중요하게 여겨요. 가족보다 멀고 직장 동료보다는 가까운 정도랄까요. 모든 결정은 아티스트가 내리고, 회사는 최선의 결정을 위해 돕습니다.”
 그는 “그만큼 아티스트 영입에 신중하다. 스태프 전원 합의를 통해 `이 아티스트 결정이라면 뭐든 지원할 수 있겠다’고 판단되면 영입한다”며 “지금 우리 라인업이 꽤 좋다고 생각한다. 다른 레이블이나 기획사와 비교해 가장 개성 있는 음악을 하는 팀들이 모였다고 생각한다”고 자신했다.
 그래서일까. 최근 설립 10년을 기념해 발매한 소속 뮤지션의 편집 앨범 `믿거나말거나’를 보면 기운이 범상치 않다. 노래 제목도 `캠퍼스 포크송 대백과사전’, `탱탱볼’, `청송닭집’, `문학의 이해’처럼 톡톡 튄다.
 2009년 발간한 `지속가능한 딴따라질’이라는 책에서 그는 `10년쯤 가야 지속 가능할지 알 수 있을 것 같다. 아직 갈 길이 멀다’라고 썼다. 설립 10년을 맞은 지금은 어떻게 생각할까.
 “여전히 그 말이 유효한 것 같아요. 하나 안타까운 점은 조금 나아지기는 하는데 `위’가 잘 보이지는 않는 것이죠. 목표로 추구할 역할 모델이 별로 없어요.” 그는 “이 때문에 현재의 디테일에 집중하고 만족하며 개선하려 한다. 그게 지속가능한 딴따라질의 기본이기도 하다”고 차분하게 답했다.  “장기적으로 우리 레이블의 음악을 응원할 후원자 그룹을 조직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또 한국 음악의 화두가 해외 진출인데 우리는 바탕이 홍대니까 앞으로 수도권이나 전국으로 진출해야겠죠. 전국 투어로 팬과 만나고 싶습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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