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판다'
  • 정재모
'하얀판다'
  • 정재모
  • 승인 2014.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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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도민일보 = 정재모]  `하얀코끼리’는 동남아 불교 국가에서 매우 신성시한 동물이었다. 석가모니의 어머니 마야부인이 흰색 코끼리가 자신의 옆구리로 들어오는 태몽으로 그를 회임했다는 설화도 있다. 그래선지 이들 고대 불교 국가에서는 희귀한 흰 코끼리를 발견하면 반드시 왕에게 헌상했고 왕은 이 귀한 것을 종종 신하들에게 하사했다. 하지만 이를 선물로 받은 신하로서는 가혹한 형벌이었다. 종교적으로 신성한 것인데다 왕에게서 하사받은 것이라 일꾼으로 부려먹을 수도 없으면서 엄청난 사육비용만 들여야 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유래하여 영어의 화이트 엘리펀트(하얀코끼리)는 `가치는 있으나 비용과 수고가 너무 많이 드는 애물단지’란 뜻을 갖고 있다. 종교적 신성성 위에 왕이 내린 선물을 함부로 처분해버릴 수도 없는 노릇이니 수명이 70여년에 이른다는 이 동물을 자연사할 때까지 `모셔야’하는 처지가 이만저만한 고통이 아니었으리라. 그야말로 무용지물의 흰 코끼리 한 마리 데리고 노는 일에 신하는 생애와 전 재산을 탕진해야 했을 것이다.

 지난주 우리나라를 다녀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박근혜 대통령에게 중국의 특산 흑백곰의 일종인 자이언트 판다(대왕판다) 한 쌍을 선물하기로 해 화제가 되고 있다. 그냥 주는 게 아니라 돈 받고 빌려주는 임대형식이라고 한다. 그만큼 현재 중국대륙에서도 아주 희귀해 고작 천 마리 안팎의 개체가 있다. 그 생김새와 생태가 아주 귀여워 사람들 사랑을 듬뿍 받을 것 같기는 하지만 문제는 사육비와 노력이다. 임대료가 연간 10억970만원에 이르고, 그 먹는 것만도 매일 죽순(竹筍) 40kg이란다. 관리비용이 속된 말로 장난이 아니다.
 이런 점에서 중국이 호의로 선물하겠다는 판다는 태국의 하얀코끼리처럼 우리에게 `하얀판다’란 신조어를 안기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지금 우리의 경제력으로 판다 한 쌍 먹여 살리며 구경거리로 즐길 만큼이 안 되는 건 아니겠지만 양국 간의 관계에 있어 완상용 선물 이상의 의미가 주어져 두고두고 부담이 될지도 모른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인터넷에서는 과연 `판다, 받지 말라’고 대통령에게 요청하는 어떤 단체의 입장도 나타나고 있다.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리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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