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는 `플러스’ 수익은`마이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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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7.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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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외주제작사 “만들면 만들수록 손해” 속앓이
개런티·작가료 제작비 60~80% 차지
거품뺀 합리적 제작 구조 개선돼야

 
 시청률 29.7%를 기록하며 종영한 SBS TV `외과의사 봉달희’와 `장준혁 신드롬’을 낳으며 막을 내린 MBC TV `하얀 거탑’. 두 드라마 모두 높은 인기를 끌었다. 그런데 이들 작품을 제작한 외주제작사들은 사실 현재 속앓이를 하고 있다. 수익은 커녕 제작하면서 만만치 않은 손해를 입었기 때문. 그런데 문제는 이렇듯 `빛 좋은 개살구’ 드라마들이 한둘이 아니라는 것이다.
 “드라마를 만들면 만들수록 손해”라고 주장하는 외주제작사들의 아우성이 하늘을 찌르고 있다. 여기서 말하는 드라마는 스타를 캐스팅해 16~24부작으로 만드는 미니시리즈 드라마를 말한다. 도대체 무엇이 문제일까. 또 누구의 문제일까.
 ◇“너도나도 스타” vs “자승자박이다”
 한국드라마제작사협회는 최근 천정부지로 치솟는 주연배우들의 출연료에 제동을 걸기로 했다. 협회의 김승수 사무총장은 “방송사에서 받는 제작비 중 60%에서 최고 80% 정도가 주연 배우들의 개런티와 일부 작가들에게 지급하는 작가료”라면서 “이 문제를 시급히 정비하지 않는 한 드라마 제작사들은 결코 살아남을 수 없다는 위기감이 팽배해 있다”고 지적했다.
 스타급 배우들의 출연료가 높은 것은 많이 알려진 사실. 여기에 인기 작가들의 회당 집필료 역시 1500만~2000만 원까지 치솟았으니 이들 스타들에게 돈을 주고 나면 정작 남는 돈이 없다는 것.
 한 외주제작사 이사는 “그야말로 `너도나도 스타’다. 이렇게 말하면 인신공격 같지만 자기가 일을 했을 때 드라마가 거둘 효과를 고려해 몸값을 불렀으면 좋겠다. 요즘 보면 모두가 한류스타다. 그런데 실제로 해외판매에 도움을 주는 스타는 손에 꼽을 만하다”고 일침을 놓았다.
 그런데 이러한 배우와 작가의 몸값 상승에는 이들 외주제작사들의 책임도 크다.
 이에 대해 한 방송사 간부PD는 “시장논리라는 이유로 그들의 요구를 모두 들어줄 때는 언제고 이제 와서 몸값이 높다고 난리다. 자승자박의 결과”라고 일침을 놓았다.
 또 다른 PD는 “지금 드라마판에서는 엘도라도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드라마 제작이 돈이 될 것 같으니 여기저기 금광을 찾듯 신생 제작사들이 우후죽순 생겨났다”면서 “그들은 일단 방송사 편성은 따놓아야 하니 스타급 배우와 작가를 영입하려고 높은 금액을 부르게 되고 그렇게 올려놓은 몸값들을 지불하고 나니 제작을 해도 도저히 수익을 낼 수 없는 구조가 되는 것 아닌가”라고 개탄했다.
 ◇“제작비 현실화 시급” vs “제작사 컨트롤 책임”
 외주제작사들은 실제 제작비에 비해 방송사로부터 받는 돈이 턱없이 낮다고 주장한다. 미니시리즈 드라마의 경우 회당 8000만~1억 원의 제작비가 지급되는데 실제로는 회당 2억 원 가량이 소요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것.
 해외촬영, 야외촬영의 비중이 늘어나고 완성도 높은 화면을 위한 투자가 늘어났다. 그런 상황에서 촬영이 급하게 돌아갈 때 가동하는 촬영 B팀의 경비는 전혀 고려가 안 되고 방송사 내부에 짓는 경우가 아니면 세트 건립 비용도 지원이 안돼 부담이 가중된다는 주장.
 방송사도 이유는 있다. 광고 수입이 예전 같지 않고 프로그램당 붙일 수 있는 광고의 수가 한정돼 있는 데다 그 광고 수입 역시 방송사 전체 경영을 고려할 때 하나의 드라마를 위해서만 온전히 쓸 수 없다고 주장한다. 방송사 역시 돈을 벌어야 하는 기업으로서 계약시 약속된 금액 외의 지원은 어렵다는 것.
 SBS 공영화 드라마국장은 “제작비 문제는 단편적으로 이야기할 수 없는 문제”라고 전제한 뒤 “외주제작사들로부터 제작비가 부족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고는 있다. 하지만 우리가 그들의 주장을 검증할 시스템을 갖추지는 못하고 있다. 제작비 상승분을 어느 정도는 반영하지만 그들의 요구를 다 들어주는 것은 무리”라고 말했다. 그는 “제작비 부족분을 보전하기 위해 PPL(간접광고)이나 O.S.T 판권 등을 제작사에 주는 것”이라며 “또 기본적으로 계획된 예산 안에서 제작을 해야 하는 것이 제작사의 책임이다. 그것을 컨트롤하지 못한 것을 두고 제작비가 적다고 얘기하면 곤란하지 않느냐”고 잘라말했다.
 ◇“저작권 더 양보하라” vs “이미 충분히 주고 있다”
 최근 `하얀 거탑’ `달자의 봄’ 등을 제작한 국내 최대 제작사 김종학프로덕션의박창식 제작이사는 “방송사가 제작비를 현실화하기 힘들다면 저작권이라도 제작사에 풀어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예전에 비해 외주제작사들의 저작권 비율이 높아지긴 했지만 방송사의 우월적 지위는 여전하다는 것이 외주제작사들의 주장이다. 현재 방송사와 외주제작사의 해외판매 수익분배는 대체로 판매수수료 20%를 제외한 후 5:5로 돼 있다. 외주제작사는 자신들의 수익 비율을 더 올려달라는 입장.
 박 이사는 “해외 판권 등에서 방송사가 더 양보를 해야 한다. 회당 9000만~1억 원의 제작비로는 헬기 띄우고 해외 촬영 나가는 일이 절대 불가능하다. 방송사도 고통을 분담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제작한 드라마인데도 방송국에 걸려 있는 포스터에는 제작사 이름이 빠진 경우가 빈번하다. 세상에 이런 경우가 어디 있느냐”면서 “이제는 외주제작사를 이런 식으로 대우해서는 안된다. 저작권 문제 역시 같은 맥락”이라고 덧붙였다.
 외주제작사들은 배용준이 출연하는 `태왕사신기’가 하나의 선례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5월 MBC에서 방영될 `태왕사신기’의 국내 방영권과 미주지역 동포방송 방영권은 MBC 측에서, 나머지 외국 판매에 대한 저작권은 제작사인 TSG컴퍼니가 갖는 것으로 협의 중이다.
 이에 대해 한 방송사 해외판매 담당자는 “방송사가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것은 저작권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그리고 저작권을 확보한다는 것은 그것을 통해 어느 정도 수익을 확보한다는 의미다. 그런 기준에서 볼 때 현재 외주제작사와의 수익분배 비율에서 방송사가 양보하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합리적 구조 개선” & “거품 걷어낼 기회”
 제작사와 방송사의 밥그릇 싸움일 수도 있는 작금의 사태는 한편으로는 드라마 제작에 낀 거품을 걷어낼 기회이기도 하다.
 한 외주제작사 이사는 “이런 식으로 방송사가 권한을 휘두를 날이 얼마 안 남았다. 늦어도 내년까지는 그들도 외주제작사에 많은 것을 양보하게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외주제작사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권리 찾기가 성공할 것이라는 전망.
 이에 반해 방송사에서는 “지금 외주제작사들이 협회를 만들어 스타들의 개런티를 잡겠다고 하는 것은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어느 순간에는 방송사가 `그 돈 주고는 못 한다’며 드라마 제작을 거부할 수도 있다. 극단적으로는 미니시리즈 드라마를 다 없애고 스타가 없어도 되는 연속극 위주로만 드라마를 만들 수도 있는 것 아닌가”라는 입장.
 어느 쪽이든 지금의 구조가 시급히 개선돼야 하는 이유는 그렇지 않을 경우 결국 피해는 고스란히 시청자들의 몫이기 때문이다. 불합리한 제작환경은 질 낮은 드라마 또는 경쟁력 없는 드라마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그것을 피하기 위해 드라마업계가 지금의 과도기를 슬기롭게 극복해나가길 기대해본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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