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리하고 유머러스한 시선으로 둔화된 감각을 깨우다
  • 이경관기자
예리하고 유머러스한 시선으로 둔화된 감각을 깨우다
  • 이경관기자
  • 승인 2014.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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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인간, 거시·미시적 사회문제 주제로 스물여섯개 글 담은 산문집

 

▲ 김영하 소설가. 연합

보다
김영하 지음 l 문학동네 l 212쪽 l 1만2000원

[경북도민일보 = 이경관기자] 신세대의 도시적 감성을 냉정한 시선으로 그려 많은 독자들에게 사랑받고 있는 소설가 김영하가 최근 산문집 `보다’를 펴냈다.
 이 책은 김 작가의 예리하고 유머러스한 시선으로 바라본 예술과 인간, 거시적·미시적 사회 문제를 주제로 한 스물여섯 개의 글을 담고 있다.
 “스티브 잡스라는 천재는 스마트폰이라는, 이름도 그럴싸하고 모양도 근사한 멋진 물건을 우리에게 선사했다. 그런데 이 앙증맞은 전자제품이 책과 신문, 잡지, 눈 앞에 앉아 있는 친구 등이 사이좋게 나누어 갖던 시간이라는 희소한 자원을 잠식하기 시작했다. 카페에 모인 친구 넷이 말없이 각자의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고 있는 모습은 이제 세계 어디에서나 목격되는 풍경이다.”(14쪽)
 1부에서 그의 시선은 불평등에 익숙해져 둔화돼버린 우리의 감각을 뒤흔든다.
 특히 산문집의 첫 글인 `시간도둑’에서는 누구에게나 평등하게 주어지는 `시간’ 역시 사회적 불평등 현상으로부터 예외가 아님을 이야기한다. 일상을 소소하게 채워주던 것들을 대신한 스마트폰의 지배는 사람간의 정을 메마르게 함과 동시에 빈부격차를 더욱 심화시킨다.

 “비엔나에서 만난 사람과 같이 살고 있지 않은 나는 비슷한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본다. 그녀를 만나리라는 확신도 없이 무작정 부다페스트 행 기차에 다시 오를 수 있겠는가? 그럴 수 없을 것 같다. 그런 행동은 스물여덟 살에게나 어울린다. 그럼 사십대의 남자에게는 무엇이 어울리나. 바로 지금하고 있는 것들 극장의 어둠 속에 몸을 파묻고 영화보기, 달콤 쌉싸름한 회고담 늘어놓기, 그러다 혼자 괜히 쓸쓸한 기분에 젖어 맥주 마시기, 그리고 글쓰기.”(67쪽)
 2부와 3부에서는 소설과 영화를 매개체로 복잡한 인간의 삶을 비춰본다.
 2부 첫 글인 `부다페스트의 여인’에서 그는 영화 `비포 미드나잇’을 보며 자신의 경험을 떠올린다. 그러나 어느새 사십대가 돼버린 그는 무모한 설렘 대신 일상의 편안함을 선택할 것이라 말한다.
 4부에서는 패스트패션의 시대에 책의 존재에 대해 이야기 하는 등 조금 더 미시적인 차원에서 사회를 들여다본다.
 “제대로 메시지를 송출하기 위해서라도 내가 사는 사회 안으로 탐침을 깊숙이 찔러 넣지 않으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내가 보는 것, 듣는 것, 경험하는 것에 대해 생각하고 그것을 글로 표현하는 과정이 필요했다.”(작가의 말)
 이 책은 `본다는 것’에 익숙해져 `진정으로 보는 것’에 낯선 우리에게 `오롯이 바라 봄’이 무엇인지 일깨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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