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우 “마지막이란 절박감으로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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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우 “마지막이란 절박감으로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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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7.0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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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히트곡의 공식은 잘 압니다. 하지만 10집을 내면서 그렇게 하는 것은 양심이 허락하지 않았어요. 대중의 입맛보다 내 입맛에 맞춘음악을 만들었습니다.”
 `쿨 가이’ 이현우(41)는 결코 `쿨’하지 않았다. 드라마 속에서는 어느 누구의 억지도 다 들어줄 듯한 그였지만 음악에서만큼은 고집을 꺾지 않았다.
 그가 3년 만에 발표한 정규 10집 `하트 블라섬(Heart Blossom)’.
 “제목처럼 마음이 개화(開花)한다는 의미를 담고 싶었다”는 그는 1991년 데뷔 후 16년 동안 쌓인 음악 내공을 이 앨범에 모두 쏟아부었다. 음반 판매 등 주변 여건은 의식하지 않고 오직 음악적 완성도와 개인적 만족도에만 신경을 썼다.
 “’헤어진 다음 날`의 작곡가 김홍순 씨와 프로듀싱, 작사, 작곡 등 모든 작업을함께 했어요. 세션의 도움은 거의 받지 않고 8개월 동안 독방에 틀어박혀 원하는 전자 사운드를 찾아내는 작업을 했습니다. 대중보다는 내 입맛에 맞춘 음악을 하는 것이 궁극적으로 더 성숙한 음악을 만들 수 있다고 판단했어요.”
 이어 그는 “코드 진행, 가사, 멜로디 등 히트곡의 공식을 잘 알지만 10집을 내면서까지 낯간지럽게 그렇게 할 수는 없었다”면서 “후배들 앞에서 양심이 허락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런 그의 설명에도 의문점은 남는다. 마치 다음 앨범은 내지 않을 듯 10집에 유별난 노력을 기울인 구체적인 이유가 궁금했다.
 “음악이 30초씩 조각나 음원화되고 있고, 음반 시장이라는 것도 사실상 콘텐츠 제공자에게만 존재하죠. 이제 가수가 음악을 한다는 것은 상징적인 것이 돼 버렸습니다. 그래서 이런 형태의 음반은 마지막이 될지도 모른다는 위기감과 절박감이 밀려들었습니다. 앞으로 이런 식의 앨범은 아예 사라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죠.
하지만 음악 황금기의 수혜자로서 음악을 아예 그만둘 수는 없었죠. 내 자신에게 부끄럽지 않은 음반을 한번 내고 싶었어요.”
 앨범은 타이틀곡 `거짓말처럼 기적처럼’을 포함, 모두 9곡. 공들여 가공한 흔적이 역력한 전자음악이 전편을 흐르는 가운데 이현우 특유의 서정적인 음색이 공간을가로지른다.
 멜로디는 쉽게 귀에 잡히지 않는 편. 그렇다고 해서 이런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이현우가 감정을 마구 내지르지도 않는다. 하지만 씹을수록 단맛이 나는 것처럼 트랙의 회전수가 쌓일수록 음악의 깊은 맛이 차곡차곡 전해진다.
 다른 곡과 마찬가지로 `거짓말처럼 기적처럼’도 장르를 파악하기 쉽지 않은 노래.
 “’비우자`는 콘셉트로 꼭 필요하지 않은 사운드와 악기는 다 배제했어요. 심플하죠. 또 장르를 떠나 이것저것 해봤습니다. 그냥 편안한 대중가요, 어덜트 컨템퍼러리 장르 정도로 이해하시면 될 겁니다. 다만 새로운 소리로 인정해주면 고맙죠.” 주제는 `사랑’이다.
 “지금까지는 주로 어둡고 무거운 것을 다뤘어요. 그런데 지금 와서 돌이켜보니까 일시적이고 유치한 것 같아요. 불멸의 이야기를 찾다가 사랑 이야기를 담게 됐어요. 이성과 사물 등에 대한 사랑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그는 이제 나이가 어느덧 40대로 접어들었다. 30대까지는 날카롭게 날이 선 상태로 세상을 대했는데 나이를 먹어가며 긍정적인 시선이 생기고 마음도 훨씬 여유로워졌다.
 “잃는 것을 두려워했고, 부정적인 마음이 많았죠. 그런데 몇 년 전부터 생각의 전환을 가져야겠다고 결심했고 또 노력했어요. 덕분에 너그러움이 생겼고 주변을 사랑하게 됐습니다. 예전엔 바람이 불면 촛불처럼 소용돌이치며 흔들렸는데 이제는 여유 있게 처리할 수 있게 됐어요.”
 마음의 여유가 가득해졌으니 이제는 결혼도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하지 않을까.
 “결혼은 할 겁니다. 독신주의자는 아니에요. 하지만 ’결혼을 위한 결혼`은 싫습니다. 그렇게 결혼한다면 상대에게 못할 짓을 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이현우는 최근 가수보다는 연기 활동에 `주력’하고 있다는 인상을 주고 있다. MBC 드라마 `옥탑방 고양이’부터 최근 KBS 2TV `달자의 봄’까지 다양한 드라마와 영화에 출연하고 있다. 하지만 배역은 천편일률적으로 `쿨한 남자’ 캐릭터다.
 “누가 제게 캐스팅 제의를 한다는 것 자체가 아직도 신기합니다. 연기는 초보이기 때문에 기회가 주어지는 것 자체를 고맙게 생각해요. 또 많은 가수들은 앨범 홍보를 위해 수영장 튜브 위를 뛰어다니는 등 원치 않는 고통스러운 일을 감내하고 있어요. 저는 그런 방송 출연 대신 대안의 홍보 수단으로 연기를 하고 있을 뿐입니다.

 아울러 그는 의류브랜드 팻독을 내놓고, 유기농커피 전문점 `커피 네이처’ 프렌차이즈를 운영하는 등 사업가의 기질도 발휘하고 있다. 이에 대해 그는 “음악이 생계의 수단이 되면 내 음악을 잃어버릴 수 있다”면서 “수익원을 따로 확보해 놓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2월 무면허 상태에서 음주운전을 하다가 경찰에 적발돼 물의를 빚은 바 있다. 이후 한 달 만에 연예 활동을 재개한 것에 대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그는 “음주 문제는 변명의 여지가 없이 잘못한 일이며 절실히 후회하고 있다”고전제한 뒤 “하지만 어느 정도 쉰 다음 면죄부를 받은 양 나서는 것은 형식적이라고 생각했고, 오히려 활동을 하면서 여러 경로로 계속 사죄를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 동안 나는 편하고 신사적인 이미지라는 외양에 갇혀 화석화된 면이 없지 않았다”면서 “이번 일로 안티도 생겼고 욕도 많이 먹으면서 내가 누리는 권리를 돌이켜볼 기회를 얻게 됐다”고 덧붙였다.
 이현우는 27일 오후 8시와 28일 오후 7시30분 서울 광장동 멜론 악스홀에서 음반 발매 기념 단독 콘서트를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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