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문을 일찍 닫겠다니 제정신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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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문을 일찍 닫겠다니 제정신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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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7.0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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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행의 대(對)고객 영업 마감시간을 현재의 오후 4시30분에서 3시30분으로 1시간 앞당기겠다는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의 발상은 한심하기 짝이 없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등으로 가뜩이나 국내 금융시장의 환경이 악화될 게 뻔한 터에 더 열심히 일하겠다고 다짐하지는 못할망정 은행 문을 일찍닫겠다니 제정신이냐고 묻지 않을 수 없다. 엽업시간을 단축하려는 금융노조의 방침이 알려지자 항의글이 쇄도하면서 금융노조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의 접속이 한때 중단되는 소동을 빚을 정도로 고객과 누리꾼들의 반발이 거센데도 금융노조는 영업시간 단축이 올해 공동 임금단체협상(공단협)의 핵심 과제라는 입장을 고집하고 있어 상식을 의심케 하고 있다.
 금융노조는 영업시간을 단축하려는 이유로 은행원의 격무를 내세웠다. 창구 영업이 마감돼도 마무리 작업 때문에 실제 퇴근시간은 오후 8시를 넘기기가 일쑤이고 과로사가 잇따르는 등 노동강도가 워낙 커서 영업시간 단축은 불가피하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고객을 도대체 뭘로 보기에 영업시간 단축 문제를 그리 쉽게 꺼낸다는 말인가. 외국에서는 은행에 따라 다르기는 하지만 오후 5시까지 영업하고 토요일이나 일요일에 영업하는 은행이 적지 않다. 은행 영업시간이 결코 우리보다 짧지 않다는 말이다. 설혹 노동강도가 세다고 해도 증원이든, 교대제나 탄력적인 영업시간제 도입이든 대안을 모두 찾아보고 행여나 고객의 불편을 덜어줄 방도는 없을까 등을 면밀히 검토한 뒤에야 영업시간 단축을 운운하는 게 순서다. 이에 앞서 현재의 업무체계는 과연 효율적인가부터 따져 볼 일이다. 근무시간에 얼마든지 처리할 수 있는데도 야근이니, 잔업이니 하며 부산을 떠는 것은 아닌지 철저한 업무 분석이 선행돼야 한다는 얘기다.
 창구 업무의 비중이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는 것도 마감시간 단축의 이유는 되기어렵다고 본다. 집이나 사무실 밖에 나와 있는 경우에는 PC방에 들어가서 은행 업무를 보라는 말인가. 아직도 인터넷 뱅킹이나 자동화기기로 은행 업무를 보기가 불편한 사람이 매우 많은 게 엄연한 현실이다. 마감시간 단축이 `기본적으로 노사 합의 사안’이라는 금융노조의 인식에도 쉽게 동의하기 어렵다. 자본주의 사회의 대동맥인은행은 공공재의 성격이 강하다. 우리가 `금융기관’이라고 격식을 갖춰 대접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일개 민간 기업처럼 노사 합의만으로 제도를 멋대로 바꿔서는 곤란하다는 말이다. 금융노조는 `고객 불편 최소화가 최대 관건’이라지만 국민생활과 국가 경제는 조금도 고려하지 않은 입발림으로만 들리는 것은 이런 연유에서다.
 다만 과로사가 발생할 정도로 은행원들이 격무에 시달리는 게 사실이라면 그대로 방치할 상황은 아니다. 은행들은 무자비할 정도의 고강도 구조조정으로 수많은 종업원을 거리로 내몬 덕분에 지난 몇 년 동안 엄청난 이익을 올렸고 은행원들의 처우도 매우 좋아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환란과 카드 대란 등으로 어려웠던 은행들의영업이 제 궤도에 올라섰다면 이제는 부족한 인력을 보강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그리고 은행이 어려울 때 잘랐던 종업원들을 다시 취업시키는 방안도 검토하는 게 마땅하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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