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장
  • 정재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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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4.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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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도민일보 = 정재모]  장례는 산 자들이 죽은 사람을 자연으로 돌려보내는 의식이다. 그 마지막 절차인 사체의 처리 방식은 지역과 시대, 종교와 환경 등에 따라 매우 다양하다. 온전히 땅 속에 묻는 토장(土葬), 불태우는 화장, 신라 문무대왕처럼 물속에 장사 지내는 수장, 시신을 그냥 한데에 두어 자연 소멸케 하는 풍장(風葬) 등으로 대별된다. 화장은 다시 일부 유골을 수습하여 땅에 묻는 토장과의 절충식이 있고 유골분(粉)을 봉안당에 안치하는 봉안, 마음에 드는 나무 아래에 묻는 수목장, 해양에 뿌리는 해양장 등등이 있다.
 한자 장사지낼 장(葬)자를 분해하면 평상(卄) 위에 주검(死)을 올려놓고 풀(卄)을 덮은 꼴이 된다. 여기서 장사(葬事)의 동양적 원형은 평상 위에 시체를 눕히고 이엉을 덮어두는 초분(草墳)이 아닐까 짐작해보게 된다. 초분에 안치된 사체가 한 삼년 지나 짐승과 곤충이 먹고 부패하여 완전히 육탈(肉脫)하면 뼈만 수습하여 땅에 묻는다. 예전 우리나라에서도 있었던 풍습으로 지금도 남녘의 어느 섬 지방에 그 흔적이 남아 있다. 절세미인 황진이는 자신이 죽거든 그냥 동문 밖에 버려 개미 까마귀 솔개의 먹도록 해 달라고 유언했다고 한다. 인도 네팔 등지의 배화교 장례풍습은 새에게 시체의 처리를 맡기는 조장(鳥葬)이다. 그걸 황진이도 알고 있었던 걸까.

 오늘날 서양에선 유골분을 우주공간에 띄우는 우주장도 등장했지만 어서 보편화되긴 어렵다. 주목해볼만한 건 해양장(海洋葬)이다. 이는 배를 타고 제법 멀리 나가 유골분을 바다에 뿌리는 것으로 최근에 생겨난 장의 방식이다. 사체를 온전히 매장하는 토장 시대를 지나 지금은 화장 후 유골을 땅에 묻거나 봉안처에 봉안하는 방식이 보편적이지만 조만간 해양장 시대가 오리라 본다. 매장과 봉안 문화에 대한 사람들의 의식이 그다지 견고하지 않아 보여서다.
 인천 앞바다의 해양장 ‘명소’에서 지난 2002년 처음 227구의 유골이 뿌려진 이래 10여년 만에 다섯 배 가까이 늘었다는 보도다. 인천의 한 유람선 업체가 영업하는 해양장 비용이 44만 원으로 저렴한 편이다. 그러나 해양장이 재빨리 느는 것이 다른 방식의 장사비용보다 저렴하기 때문으로만 볼 일이 아니지 싶다. 망자를 자연으로 돌려보내는 일이 장례일진대 토장이나 봉안 못지않게 바람에 실어 생명체의 고향 같은 바다로 돌아가게 하는 해양장도 좋은 방식이란 생각들을 하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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