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얼굴 섬세하게 표현 최고 반전 그리려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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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얼굴 섬세하게 표현 최고 반전 그리려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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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5.0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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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숙, SBS‘피노키오’서 삐뚤어진 재벌 적나라하게 연기 화제

 “반전이 있는 역할이라는 것은 알았지만 이렇게 큰 반전인지는 몰랐어요. 그런데 정말 최고의 반전이더라고요.”
 온갖 역을 다 해본 베테랑 배우 김해숙(60·사진)이지만 그의 말처럼 이번 역은 또 달랐다.
 시청자도 깜빡 속았다. 처음에는 그저 코믹하고 푼수같은 ‘유한마담’ 정도로만 보였던 인물이 양파껍질 까지듯 자신을 치장하고 있던 꺼풀을 하나하나 벗어던지기 시작하더니 마침내는 글자 그대로 민낯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그 변화에 따라 김해숙도 화려하게 꾸민 재벌 회장에서 수의를 입고 분장을 전혀 하지 않은 민얼굴로 추락한 모습까지 모두 보여줬다.
 “내 나이가 몇인데, 이 나이에 민낯으로 카메라 앞에 서는 데는 정말 용기가 필요했어요. 내 기억으로는 2000년 ‘가을동화’ 이후 처음이에요. 주변에서 BB크림이라도 바르라고 했지만 안 했어요. 구치소에 들어간 여자가 무슨 BB크림이야. 철저하게 민낯을 보여줬죠. 제가 그렇게 카메라 앞에 서니까 촬영장에서 여럿 기절하더라고요.(웃음) 그래도 어떻게 해. 최고의 반전을 보여줘야하는데. 재벌 회장의 철저한 몰락을 보여주기 위한 책임감으로 민낯 투혼을 펼쳤어요. 하하.”
 지난 15일 인기리에 막을 내린 SBS TV ‘피노키오’는 김해숙이 펼친 반전 연기로 유종의 미를 거뒀다. 그를 종영 직후 인터뷰했다.
 외동아들에게는 하염없이 자애롭고 부드러운 엄마이지만, 집 밖으로 나오면 대한민국의 정계, 언론계를 좌지우지하며 사업을 저돌적으로 확장해나가는 재벌 박로사 회장. 김해숙은 박회장의 두 가지 얼굴과 그의 몰락을 바느질 자국 하나 없이 매끄럽게 연기하며 드라마의 긴장감을 최고조로 끌어올렸고, 마지막에 요란하게 ‘자폭’하면서 피날레를 장식했다.
 박회장이 마지막회 경찰에 출두하는 장면은 최근 ‘땅콩회항’ 사건으로 취재진 앞에 선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모습과 오버랩되면서 ‘곁가지’ 화제를 낳기도했다. 단발의 헤어스타일, 단색의 심플한 코트차림에 가방을 들고서 취재진 앞에 90도로 허리를 숙여 인사를 하는 모습은 실제로 조 전 부사장의 검찰 출두 모습을 떠올리게 했다.
 “에이, 그거 패러디 한거 아니에요.(웃음) 바빠서 의상 구할 시간도 없었고 우리가 또 누구 패러디하고 그럴 건 아니죠. 그런데 진짜 그 장면 보면서 최근 있었던 일을 떠올렸다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그냥 재벌 회장이라도 경찰에 출두할 때는 최대한 수수하게 하고 나가지 않겠냐는 생각으로 준비했어요. 다만 아무리 검소하게 보이려 해도 재벌이라 가지고 있는 게 다 비싼거니 차리고 나간 옷이며 가방이며 다비싼 것들이죠.”
 진실을 파헤치려는 기자들의 분투를 그린 ‘피노키오’에서 김해숙이 연기한 박회장은 거악이다.
 사업을 위해 정치권과 결탁하고, 자신이 대주주인 언론사를 통해 여론을 호도했으며,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무고한 사람을 죄인으로 만드는데 전혀 거리낌이 없었다. 기자의 입을 막기 위해 협박을 하기도 하고, 사업을 위해서는 피도 눈물도 없는 잔인한 짓을 서슴없이 했다.
 하지만 그러한 박회장의 실체는 극 중반 이후에야 드러났다. 그전까지 박회장은오로지 금이야 옥이야 키운 아들 범조(김영광)의 사랑스럽고 자상한 엄마의 모습이었다.
 김해숙은 “박회장은 ‘피노키오’라는 드라마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중책을 안은 역할”이라며 “그러기 위해서는 누가 봐도 나쁜 사람이 아닌, 복잡한 악역의 모습을 보여줘야했다”고 말했다.
 “아들을 너무나 사랑하는 아줌마도, 한 기업의 대찬 오너도 모두 박회장이죠. 시청자가 그 두 인물 사이에서 이질감을 느끼지 않게 하는 게 어려웠어요. 또 결국은 아들을 남부럽지 않게 최고로 잘 키워보겠다는 잘못된 모정이 그를 그렇게 만든 것이기도 하고요. 그가 자수한 것도 아들을 다치게 하지 않으려고 한 거잖아요.” 하지만 박회장은 반성하지 않는다. 아들 때문에 자수를 하기는 했지만 그는 끝까지 ‘확신범’이었다. 구치소에 갇히긴 했지만 “내가 국가 경제에 기여한 바가 얼만데”라며 곧 빠져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낙관하고, 그럼에도 징역 3년이 선고되자 “왜 징역 뒤에 집행유예 5년이 안 붙는거야?”라며 눈을 희번덕거리며 절규하는 모습은 재벌의 비뚤어진 민얼굴이었다.
 “박회장은 평생을 그렇게 살아온 여자인 거예요. 남들은 어떻게 볼지 몰라도 자기가 생각하기에는 별로 잘못 한 게 없거든요. 죄책감을 못 느끼는 거예요. 그러면서 자기가 온갖 궂은 일은 다 할테니, 금쪽같은 아들은 좋은 것만 보고 좋은 것만 하라며 한없이 자애롭게 굴죠. 그런 박회장의 두가지 모습을 섬세하게 표현하고 싶었어요. 그러면서 최고의 반전을 그려내고 싶었죠.”
 김해숙은 ‘피노키오’의 박혜련 작가-조수원 PD와 2013년 ‘너의 목소리가 들려’에서도 작업을 했다. 수작으로 평가받는 ‘너의 목소리가 들려’에서 김해숙은 가정부를 거쳐 작은 치킨집을 운영하는 서민 엄마를 연기했다. 그에 비하면 이번 박로사 회장은 엄청난 ‘신분 상승’이다.
 “그러게요. 재벌도 보통 재벌이어야 말이죠.(웃음) 근데 꼭 반대되는 역할이라고 맡은 건 아니에요. 그저 작가와 PD 두 분을 믿고 한거예요. 역할이 어떤 거냐고 묻지도 않았어요. 역할도 이렇게 클지도 몰랐고요. 그래도 재벌 연기를 하니까 비싼옷은 원없이 입어봤네요. 하하”
 그는 “아들한테서 휴대폰을 뺏는 장면에서 입은 코트는 3억짜리였고, 극 초반에 입은 코트는 1억짜리였다. 촬영장에서 아주 신줏단지 모시듯 하며 조심스럽게 촬영했다”며 웃었다.
 “배우는 작가와 PD가 잘 펼쳐놓아준 판 위에서 마음껏 뛰어놀 수 있게 해주는 것만큼 좋은 게 없는 것 같아요. 그렇게 연기를 하면 배우도 빛날 수밖에 없는데, 이번 드라마가 그랬어요. 색다른 역할을 재미있게 연기했습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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