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도민일보 = 정재모] ‘대구’의 옛 이름은 달구벌(達句伐)·달구화(達句火) 등이라고 한다. ‘벌(伐)’과 ‘화(火)’는 고유어 벌판(原)의 소리를 적기 위한 차자(借字)일 테다. 그리고 달구벌은 ‘닭벌’이다. 결국 ‘달구’의 음이 ‘대구’로 변했다는 것이다. 달(達)로 적다 보니 이 글자의 뜻은 원(圓), 주(周) 등 넓은 공간을 뜻한다. 결국 큰 대(大)와 통하므로 달구와 대구는 같은 뜻이 된다는 거다. 대구(大丘·大邱)라는 지명은 신라 경덕왕 16년(757) 주 군 현의 명칭을 중국식 한자로 고쳐 표기하면서부터 생겼다고 한다.
현존 지명인 ‘달성’에 그 흔적을 남아 있는 ‘달구’라는 말은 어디서 왔을까. 고지명(古地名)이나 우리말 음운 변천 연구에 문외한인 깜냥에 이런 저런 유치한 추측을 해보게 된다. 혹시 달(月)과 관계가 있는 것일까. 아니면 닭(鷄)에 연유하는 것일까. 경상도 방언에 닭을 상스럽게 이를 때 ‘달구새끼’라고 하는 점을 생각해보면 닭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갖게 된다. ‘달구’의 뿌리에 닭이 있을 거라는 생각은 더 이어진다.
계림은 그로부터 지금까지도 경주 또는 신라와 동의어로 폭 넓게 쓰이고 있다. 그 계림은 역사 속 어느 시점에서 ‘달구벌’로 불리다가 달(月)이란 음과 뜻의 혼합된 변형 과정을 거친 게 아닐까? 그래서 월성(月城)과 달성은 같은 계열이 아닐까? 학문적 고구(考究)가 전무하면서 어쭙잖게 대구와 경주의 옛 지명을 소재 삼아 본 것은 엊그제 대구시와 경주시가 상생발전 업무협약을 맺었다는 소식 때문이다. 양 도시가 갖는 역사성 깊은 전통문화를 자원으로 하는 관광 분야 발전에 힘을 합치기로 했다는 뉴스에 두 지역이 원래는 한 뿌리가 아니었겠나 하는 데 잠시 생각이 미쳐 객담 한마디 끼적여 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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