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 앞에 무릎 꿇어야 할 ‘친박’
  • 한동윤
박 대통령 앞에 무릎 꿇어야 할 ‘친박’
  • 한동윤
  • 승인 2015.0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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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동윤 주필
[경북도민일보 = 한동윤] 지난 25일 조선일보는 <이 정권 고위 인사들 처신, 왜 이리 경망(輕妄)스러운가>라는 제목의 사설을 게재했다. ‘성완종 리스트’에 이름이 올라 검찰 수사 대상으로 떠오른 이완구 국무총리와 홍준표 경남지사 등의 언행을 질책한 것이다. ‘성완종 메모’가 나온 이후 두 사람의 행태를 보면 비난받아 마땅하다는 생각이 든다.
 두 사람은 성완종 리스트가 나오고 검찰 수사가 시작되자 측근을 동원해 검찰 수사 상황을 알아보거나 핵심 증인을 회유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특히 홍 지사의 측근 두 명은 돈 전달자로 지목된 윤모 씨에게 차례로 전화를 걸어 “홍 지사에게 직접 돈을 건네지는 않았다고 말해달라”고 부탁한 것으로 보도됐다. 윤씨는 이 통화 내용을 녹음해 그 중 일부를 검찰에 제출했다고 한다. 홍 지사는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으로부터 ‘1억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총리도 마찬가지다. 자신의 인척인 서울 한 검찰청의 사무국장을 통해 검찰 수사 상황을 파악하려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총리실은 이에 대해 “이 총리가 직접 통화한 적은 없고 총리 주변의 한 인사가 ‘수사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느냐’고 전화를 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해명했다. 수사 진행 상황을 파악하려 했다는 사실은 인정한 것이다. 이 인사는 이 총리가 충남도지사를 할 때 비서실장을 지냈고 총리 취임 후 정책보좌관으로 데려온 최측근이다. 검찰은 이 국장을 공무상 비밀 누설 혐의로 조사하고 있다.
 이게 다가 아니다. 이 총리는 사건 초기 성 전 회장이 자살하기 직전 만났던 충남 태안군의회 의원들에게 수시로 직접 전화를 걸어 대화 내용을 캐묻다가 ‘검찰 수사에 영향을 미치려 한다’는 논란을 자초했다. 국무총리가 국정에도 바쁜데 2대의 휴대전화로 자기 신상과 관련한 전화로 소일했다는 얘기다.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도 마찬가지다. 김 전 실장은 ‘성완종 리스트’에 ‘10만 달러’를 받은 것으로 되어 있다. 김 전 실장은 메모가 나오자 성 전 회장을 “만난 사실이 없다”고 했다. 그러나 청와대 비서실장 시절 청와대 인근에서 성 전 회장을 만난 사실이 확인됐다. 박근혜 대통령이 “보기 드물게 사심없는 분”이라고 칭송한 김 전 실장의 체면이 말이 아니다.
 뿐만 아니라 김 전 실장은 박 대통령이 한나라당 대표 시절 유럽 방문 당시 방문단 일행의 항공료를 “초청한 측에서 냈다”고 했지만 사실로 아닌 걸로 드러났다. 한겨레에 의해 후원금에서 빠져 나간 걸로 확인됐다. 평소 한치 빈틈도 안 보였던 김 전 실장이 성완종 리스트와 관련해 흔들리는 모습이 딱하다.
 성완종 리스트는 철저히 ‘친박’을 겨냥했다. 그것도 핵심들이다. 사람이 목숨을 끊으면서 진실만을 말하느냐 아니냐에 심리학자들의 견해가 엇갈리지만 성 전 회장과 친박과의 관계가 끈끈했다는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성완종 전 회장은 기업인으로 정태수 전 한보그룹 회장과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과 비슷한 성향이다. 사업에 전념하기보다 정치인, 권력 실세들에게 접근해 밀접한 관계를 형성하는 식이다. 정태수 전 회장 때문에 김영삼 전 대통령 아들 현철 씨가 구속됐고, 현직 내무장관이 감옥에 갇혔다. 정 전 회장은 비리로 두 차례 구속된 전력까지 있다. 박연차 회장과 노무현 전 대통령의 관계는 결과적으로 노 전 대통령과 그 가족을 황폐화시키고 말았다. 박 회장의 과거는 담기 어려울 정도로 어둡다.
 성 전 회장 역시 부끄러운 기록 투성이다. 모두 ‘돈’과 관련된 것이다. 두 차례 사법처리된 전과(前過)가 있다. 전과가 화려한 기업인과의 교류나 접촉은 조심스러워야 한다는 게 정태수-박연차의 교훈이다. 그런데 친박 실세들이 성완종 전 회장과 수십 차례 통화하고 만나고 돈을 받았다는 손가락질을 받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돈’과는 거리가 멀다. 특히 부정, 비리는 용납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분명하다. 그런데 박 대통령 주변의 친박들은 성완종 전 회장과 거리낌 없이 교유하고 주고받은 의혹을 받고 있다. 국민은 차치하고 주군(主君)인 박 대통령에게 부끄럽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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