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참여재판’ 믿다 큰코 다친다
  • 한동윤
‘국민참여재판’ 믿다 큰코 다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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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5.0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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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동윤 주필
[경북도민일보 = 한동윤] 2012년 대통령선거 전 박근혜 대통령 동생 지만 씨에 대해 허위사실을 공표한 혐의로 기소된 ‘나는 꼼수다’(나꼼수) 진행자 주진우, 김어준 씨가 무죄 선고를 받았다. 국민이 배심원으로 참여하는 ‘국민참여재판’에 의해서다.
 이들은 대선 전 박지만 씨가 5촌 조카 피살사건에 연루됐다는 취지의 기사를 시사IN에 쓰고, ‘나꼼수’를 통해 방송한 혐의(공직선거법 위반 및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를 받았다. 또 주씨는 2011년 10월 출판기념회에서 박 전 대통령이 1964년 서독을 방문했을 당시 뤼브케 서독 대통령을 만나지도 못했다고 발언한 혐의(사자명예훼손)도 받았다. 9명의 배심원은 박지만 씨 관련 혐의를 시사IN에 보도한 것에 대해 6대 3, 이를 ‘나꼼수’에서 말한 것은 5대 4의 의견으로 각각 무죄 판단을 내렸다. 판결이 나오자 재판을 ‘여론’(輿論)에 맡긴 게 아니냐는 비판이 없지 않았다. 어쨌든 나꼼수는 ‘국민참여재판’에 의해 “무죄”라는 결과를 얻었다.
 대선 과정에서 박근혜 후보에 대한 허위 사실을 퍼뜨린 혐의로 기소된 시인 안도현 씨도 국민참여재판에서 무죄 평결을 받았다. 문재인 후보 공동선대위원장인 그는 투표일을 열흘 앞두고 “박근혜 후보가 도난당한 안중근 의사 유묵(遺墨)을 갖고 있다”며 “박 후보님, 혹시라도 이 기회에 유묵을 돌려주실 생각이 없는지요”라는 등의 글을 트위터에 17차례 올렸다. 검찰은 안씨를 허위사실 공표와 후보자 비방죄로 기소했다. 안씨 배심원은 전주지법 관할이라 전북에서 뽑았다. 문재인 후보가 대선 때 86.25%의 몰표를 받은 지역이다.
 지난 23일 밤 서울중앙지법 형사27부 심규홍 부장판사는 지난해 서울교육감 선거 기간 중 경쟁자인 고승덕 변호사가 미국 영주권을 보유했다는 의혹을 제기해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에 대해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당선 무효형이다.
 조 교육감 재판 역시 ‘국민참여재판’에 의해 이뤄졌다. 심규홍 부장판사는 “유무죄에 대한 (배심원)평의 결과 7인 전원일치 유죄로 판결했습니다. 양형은 300만원 1인, 500만원 6인입니다”고 밝혔다. 재판장에 앞서 배심원, 즉 국민들이 조 교육감의 혐의를 500만원 짜리 ‘벌금형’으로 판단한 것이다. ‘당선무효’다.
 국민참여재판에서 ‘당선무효형’을 선고받은 조 교육감은 국민참여재판에 대해 “비전문, 법률을 잘 모르시는 배심원들께서 굉장히 미시 법률적 판단을 하신 것”이라고 비판했다. 27일 CBS에 출연해 “(국민참여재판이) 우리가 사법민주화를 통해서 바꾸려고 하는 사법의 부정한 측면들을 바로 잡지 못하는 그런 측면도 있다”며 그같이 주장했다. 조 교육감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저를 기소한 공직선거법 제250조 2항 허위사실공표죄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에는 거의 없는 법이다. 이에 대한 헌법소원을 내는 걸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수뢰·부패 사건으로 재판받은 게 아니라 선거운동 기간의 발언과 기자회견 때문에 다툼이 생긴 것이라 개인적으로 떳떳하다” “선거 과정에서 표현과 언론의 자유에 대한 지나친 규제는 바로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작 국민참여재판을 요구한 주인공은 조 교육감이다. 검찰이 ‘배심원은 교육감 선거 유권자들이어서 공정한 재판이 될 수 없다’며 국민참여재판을 강력히 요구했다. 특히 마지막 선고를 앞두고 “오직 재판부와 배심원의 정의롭고 현명한 판단을 따르도록 하겠다”고 했다. 선고 직전인 23일 오전에도 법원에 들어서면서 “시민 법관인 배심원들의 상식에 기초한 현명한 판단을 겸허히 기다리겠다”고 했다. 오후 법정 최후 변론에선 “배심원 여러분이 사법 정의를 바로 세우는 판단을 해주시길 겸허하게 기다리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벌금 500만원”이 선고되자 “법이 잘못됐다” “법률을 잘 모르는 배심원들의 굉장히 미시 법률적 판단”이라고 비판했다. 우습다.
 조 교육감에게 “당선무효형”이 선고되자 방청석에서 “(박근혜)정권 끝나면 검찰 죽여버린다!” “이게 말이 돼! 어떻게 선거로 뽑은 교육감을 날려버릴 수 있어”라는 고함이 터져나왔다. 같은 국민인 배심원들의 판결에 같은 국민인 조 교육감 지지자들이 반발한 것이다. 국민참여재판을 믿었던 조 교육감에게 비수(匕首)가 날아든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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