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계를 다루는 TV프로그램은 뱀을 속이는 작은 새의 지혜를 보여주기도 한다.산란기에 둥지 쪽으로 슬슬 미끄러져 가는 뱀을 발견하면 어미새는 뱀의 관심을 끌려고 이상한 몸짓을 한다.한쪽 날개를 축 늘어뜨린 채 땅바닥을 간신히 기어가는 시늉이다.둥지 속의 알이나 새끼를 지켜내려고 본능에 따라 하는 몸짓일 것이다. 안병욱씨의 표현대로 `육체의 지혜’다.
이와 대조되는 게 사람의 속임수다.누구나 잘 아는 조삼모사(朝三暮四), 지록위마(指鹿爲馬),양두구육(洋頭拘肉) 고사에서 사람의 간지(奸智)는 여지없이 드러난다. 남을 속여먹어 피해를 주면서도 자신은 한 가닥 양심의 가책도 받지 않는 게 사기꾼의 본성이다.
신용카드를 미끼 삼는 전화 사기가 극성이다.온 나라 골골샅샅에서 피해가 꼬리를 물고 있다.과납금을 돌려주겠다느니, 신용카드 결제가 어쨌다느니 해가며 현금인출기 앞으로 상대를 끌어내는 수법이 가증스럽다.처음엔 국민연금관리공단 직원을 사칭하더니 이제는 형사, 검찰청까지 들먹인다. 갈수록 간덩이가 붓나 보다. 요즘은 주민등록번호를 알아내려 유도 질문까지 서슴지 않는다.
경북이라고 안전지대는 아니다. 실제로 포항을 비롯해 도내 곳곳에서 피해자가 나오고 있다.그제 영양에서는 70대 어르신이 농사자금 600여만원을 날릴뻔했으나 눈치 빠른 농협 여직원의 도움을 받아 위기를 벗어난 일도 있었다. 작은 새만도 못한 인간 쓰레기-인간 째마리들이 오늘도 당신을 현금인출기 앞으로 꾀어내고 있다.
김용언/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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